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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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 업무가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셧다운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습니다. 미국 의회가 남은 1주일 간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하지 않는 한 미국은 또다시 셧다운에 들어갑니다. 2024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0시1분부터 미국 정부의 업무 대부분이 마비됩니다.

국방과 치안 등 필수 부분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일을 하지 않습니다. 경제 부문은 특히 찬밥이 됩니다. 경제 활동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 중앙은행(Fed)도 정상적으로 굴러갈까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요.

또 셧다운이 금융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그보다 실물경제에 적잖은 타격을 줄 공산이 큰데 향후 Fed의 긴축 행보는 어떻게 될까요. 셧다운 장기화가 Fed의 긴축 장기화를 막을 수는 없을까요.

인플레 시대의 막바지이자 긴축 장기화 초입 때에 시작하는 미국 셧다운을 중심으로 이번 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셧다운 확률 60%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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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예산 관련 문제를 해결할 때마다 홍역을 치릅니다. 첫째는 부채한도 협상 때이고 둘째는 다음해 예산협상 시기입니다.

부채한도 협상은 한마디로 국채발행 협상이며 예산협상은 세출협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부채한도 협상 타결에 실패하면 미국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고 예산 협상이 결렬되면 미국은 셧다운에 들어갑니다. 금융시장에선 부채한도 협상이 더 중요하고 실물경제엔 셧다운 영향력이 더 큽니다.

지난 5월 부채한도 협상 때는 백악관과 하원이 옥신각신 기싸움을 했습니다. 한 달 이상 시간을 끌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미 하원 의장이 전화담판으로 해결했습니다.

이번 예산 협상은 공화당 내 자중지란을 해결해야 합니다. 매카시 의장을 중심으로 한 공화당 주류 지도부와 강경파로 불리는 '프리덤 코커스' 의원 10여명의 대결입니다. 하원은 공석 1석을 제외하고 공화당 222석, 민주당 212석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공화당에서 이탈표가 4표 이상 나오면 어떤 법안이라도 통과시키는 게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매카시 의장은 10여 명의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복지 예산을 적절히 줄이고 국방 및 국경관리 예산을 늘리는 형태로 타결을 보려 합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민주당이 다수당인 상원을 통과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공화당 강경파인 매트 게츠 하원 의원과 민주당 진보파인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 사진=EPA
공화당 강경파인 매트 게츠 하원 의원과 민주당 진보파인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 사진=EPA
그러나 강경파 의원들 생각은 다릅니다. 예산을 확 줄여야 한다며 민주당과의 타협을 거부합니다. 매카시 의장이 초당적 합의를 하면 매카시 의장을 끌어내리겠다고 압박하고 있습니다. 올해초 매카시 의장이 의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당내 강경파의 표를 얻기 위해 단 한 명의 의원만 요구해도 의장 소환 투표를 하도록 합의한 후폭풍입니다.

반대로 강경파를 달래기 위해 미국 복지 예산을 확 깎아버리면 상원에서 통과되기 힘듭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주류와 공화당 강경파, 상원과 하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예산안이 나오기 쉽지 않습니다. 여기에 공화당 강경파가 추종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인의 탄핵안 철회와 예산안 합의를 연관지으라는 지령을 암묵적으로 내리고 있어 상황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렉 발리에르 AGF인베스트먼트 최고전략가는 "최근 2주동안 미국 정부의 셧다운 확률은 최소한 60%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말했습니다.

차선책도 의회 통과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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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통과가 쉽지 않자 매카시 의장은 임시 예산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동안 셧다운 위기 속에서 잠시 벗어나는 방법으로 써온 단골 임시방편, 고육지책이었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17일 프리덤 코커스와 다음달 말까지 쓸 수 있는 임시 예산안 마련에 합의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예산을 7.8% 삭감하는 안입니다. 국경 강화 예산은 더 늘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이 예산안이 상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표결조차 하려는 마음이 없습니다.

매카시 의장은 두 번째로 부분 타결안을 추진 중입니다. 1884년 제정된 재정적자 방지법(Antideficiency act)에 따라 의회 승인없이 연방 정부는 한푼도 돈을 쓸 수 없습니다. 세출법안은 분야에 따라 12개의로 구분돼 있습니다. 원래는 옴니버스 법안이라고 해서 12개 세출 법안을 일괄적으로 통과시키도록 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법으로 막았습니다. 이제는 건건이 하나씩 통과시켜야 하는 상황입니다.

매카시 의장은 12개 중 국방과 국토안보 등 4개의 세출법안을 우선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마저도 당내 토론조차 붙이기 힘든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셧다운 직전 파월의 입에 주목

셧다운이 되면 연방정부는 대부분의 예산을 쓸 수 없게 됩니다. 공무원을 비롯한 수십만 명이 급여를 받지 못합니다.

연방정부 직원의 60%가 국방부, 국토안보부, 재향군인회에 배치돼 있습니다. 이들이 수행하는 국방과 치안 같은 필수직 업무는 그대로 수행합니다. 현역 군인과 연방법 집행관, 연방 자금으로 운영되는 병원 직원, 항공 교통 관제사 등입니다. 이들은 일단 무급으로 일하고 셧다운이 끝나면 못받은 급여를 받게 됩니다.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 국회의원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외의 일반직 공무원들은 바로 일시 해고 상태로 전환됩니다. 부처별로 이런 분류 작업을 합니다. 어떤 작업이 필수적인지, 어떤 작업이 그렇지 않은 지를 결정합니다.

다만 Fed는 연방정부 기관이 아니라 특수 법인입니다. 지역 연방은행이 대주주이고 지역 연은의 대주주는 대형 은행들입니다. 정부 셧다운이 시작돼도 Fed 직원들은 정상 출근을 한다는 얘기입니다.
美 '셧다운'되면 CPI 업무 중단…Fed의 긴축도 차질?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그러나 Fed가 의존하는 데이터들이 큰 영향을 받습니다. 셧다운이 되면 노동부와 상무부 직원들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들의 업무는 국방이나 국토안보 등과 관련이 없습니다. 결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개인소비지출(PCE) 같은 인플레 데이터 집계 업무도 중단됩니다.

만약 10월 1일 셧다운에 들어간다면 상황이 복잡해집니다. 곧바로 같은달 6일에 9월 고용보고서가 나옵니다. 12일엔 9월 CPI가 발표됩니다. 물론 9월 이전에 집계 업무가 끝났기 때문에 예정대로 공개할 수 있지만 담당 공무원들이 손을 놓으면 차질과 파행이 거듭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노동부도 셧다운으로 인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에 대한 중요 데이터 공개가 지연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습니다. 실제 2018년과 2019년 정부 셧다운 때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등 일부 지표 발표가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CNBC는 "셧다운이 되면 노동부와 상무부 등이 주요 데이터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Fed)이 인플레 데이터에 접근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파월 의장이 입버릇처럼 얘기해온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에 차질을 빚게됩니다.

물론 파월 의장은 지난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부 통계가 없어도 대체할 다른 통계를 참고할 수 있다"고 했지만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되는 건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파월 의장은 오는 28일 열리는 온라인 타운홀 미팅에서 질의응답 형태로 언급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금융시장과 인플레엔 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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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역대 최장 셧다운 기간으로 기록된 2018년 12월(35일)엔 하늘길이 마비됐습니다. 연말 여행 성수기 때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인 교통안전청(TSA) 직원들이 출근을 거부하면서 생긴 일입니다. 관제사 부족으로 공항은 북새통이었고 항공기 결항이 속출했습니다.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은 "셧다운이 발생하면 관제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600명 이상의 신규 관제사를 선발하고 교육하는 업무가 중단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공항 뿐 아니라 국립공원도 폐쇄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권 업무와 신규 공무원 채용도 올스톱될 수 있습니다. 미국여행산업협회는 "셧다운으로 매일 1억4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6일간 '부분 셧다운'에 들어간 2013년엔 210만명의 연방정부 직원 중 85만명이 일시 해고를 당했습니다. 부분 셧다운 기간이던 2018년에도 80만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9개 행정부 부서에 대한 자금 지원이 중단됐습니다.

의회 예산국은 "2018년말부터 2019년 초까지 5주간의 부분 셧다운으로 인해 미국 경제에 11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산했습니다.

뜨거운 경제가 식으면 기준금리는 어떻게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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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셧다운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셧다운이 시작되기 전엔 S&P500 지수는 평균 0.4% 하락했지만 셧다운 기간 동안 0.1%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실물경제 부문에서 손실은 불가피합니다. 그레고리 데이코 언스트앤영 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이 발생하면 미국 경제는 매주 60억달러의 손실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게다가 셧다운은 유가 상승과 전미자동차 노조의 파업, 학자금 상환이라는 불확실성과 함께 불어닥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셧다운과 자동차노조 파업 등이 계속되면 미국의 4분기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셧다운이 경기를 둔화시키는 요인임은 분명합니다. 평소 같았으면 확실한 악재이자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리스크입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선 어떨까요. 인플레이션 완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고 미국 경제와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합니다. 이 때문에 Fed는 긴축 장기화를 본격 선언했습니다.

셧다운은 파월 의장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하는 요소임은 분명합니다. 파월 의장은 "셧다운 등 특정 사안에 대해 얘기하지 않겠지만 의회가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는다면 Fed의 통화정책의 스텝은 꼬이게 됩니다. 셧다운으로 인해 일시적 실업자가 늘고 소비가 위축될 공산이 크기 때문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셧다운으로 인해 경제가 둔화해 Fed가 11월에 금리인상에 나서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아디트야 바브 BOA 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이 한 달이상 지속되면 Fed는 9월 이후 경제활동과 물가에 대한 데이터를 거의 알지 못한채 눈이 먼 상태로 11월 FOMC를 맞게 된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11월에 금리를 동결하면 이는 곧 긴축 종료를 의미하게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반론도 있습니다. 미국 경제의 회복력 때문입니다. 일시적 중단이란 셧다운처럼 셧다운이 끝나면 미국 경제는 오히려 기저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2018년에도 미국 경제가 110억달러 손실을 봤다고 하지만 80억달러 이상의 손실은 셧다운이 끝난 뒤 바로 회복됐습니다. 올 3월 미국 지역은행의 연쇄 파산 후폭풍도 한 두 달짜리에 불과했습니다.

결국 셧다운 뿐 아니라 미국 소비와 노동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11월 이후의 금리 경로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