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매파적 동결'에…美 10년물 국채금리 2007년 이후 최고치 급등
미국 중앙은행(Fed)이 9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은 FOMC의 결정을 ‘매파적’이라고 해석했다.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금리 인하 시점에 이르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도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FOMC 이튿날인 21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금리는 급등했으며, 뉴욕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국채 매도로 채권금리 급등


이날 미국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55%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자 2022년 6월 이후 하루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인 연 4.479%로 마감했다. 2년물 금리는 연 5.148%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 금리 급등은 전날인 20일(현지시간) 9월 FOMC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한 발언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률을 Fed의 목표치인 2%까지 되돌리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우리는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Fed는 또 점도표(금리 전망을 점으로 표시한 도표)를 통해 올해 말 금리 수준을 연 5.6%로 예상했다. 지난 6월 5.6%로 잡은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내년 말 금리 전망치는 연 4.6%에서 연 5.1%로 올렸다. ‘내년에 기준금리를 네 번가량 내릴 수 있다’는 전망에서 ‘두 번 정도 인하할 수 있다’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미국 경기 여전히 뜨거워


Fed가 이처럼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여전히 미국 경제가 식지 않고 있어서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전주보다 2만명 감소한 20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8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22만5000명을 밑돌았다. 실업 지표는 여전히 고용시장이 견고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유가도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 JP모간 체이스의 투자전략가들은 최근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최근 감산이 끝이 아니고 유가가 최고 배럴당 120달러까지 뛸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유가가 60%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 인플레이션을 잠재적으로 연말까지 약 6% 끌어올리고 향후 2분기 동안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에 1.3%의 타격을 가하게 된다는 게 JP모간의 설명이다. JP모간은 “유가의 60% 급등은 경기 침체를 앞두고 흔히 볼 수 있는 충격의 유형임을 보여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채권 금리 상승에 주가 하락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서 이날 뉴욕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금리(수익률)가 높은 (발행) 채권으로 몰려간 영향이 크다. 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도 적지 않다.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전장보다 370.46포인트(1.08%) 하락한 3만4070.42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72.20포인트(1.64%) 떨어진 4330.00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45.14포인트(1.82%) 밀린 1만3223.99로 장을 마감했다.

홍콩 항셍지수와 일본 닛케이 225 지수가 모두 1% 이상 하락했다. 유럽 전역의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면서 스톡스 유럽 600지수 역시 1%가량 떨어졌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