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애플 죽이기'…젠슨 황, 엔비디아 주식 매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9월 7일 목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17%, S&P500 -0.32%, 나스닥 -0.89%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248%(-4.2bp), 2년물 4.955%(-7bp)

이틀째 급등하던 금리와 유가는 7일(미 동부시간)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습니다. '대장주' 애플이 진원지가 됐습니다. 전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중국 정부가 일부 민감 부처 공무원에게 근무 중 아이폰 사용을 금지했다'라는 소식을 보도한 데 이어 블룸버그가 '중국은 아이폰 금지 조치를 국영기업과 공공기관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보도하면서 애플 주가가 이틀 연속 폭락한 것입니다.
중국의 '애플 죽이기'…젠슨 황, 엔비디아 주식 매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경제 데이터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주간(~2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3000건 감소한 21만6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 23만 개보다 적었고, 지난 2월 이후 가장 적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일주일 이상 지속해서 청구한 계속 청구 건수(~8월 26일)는 전주보다 4만 건 급감해 167만9000건으로 발표됐습니다. 감소 건수로 따지면 6개월 내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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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높이는 데이터입니다. 카슨 그룹의 라이언 데트릭 전략가는 "노동 시장이 너무 뜨겁고 강해 올해 말 추가 금리 인상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RSM은 "노동절과 같은 연휴 주간에 나온 데이터는 종종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약간 주의해서 봐야 한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노동부가 발표한 2분기 비농업 생산성은 예비치 전 분기 대비 3.5% 올라 예비치 3.7% 상승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됐습니다. 예상(3.4%)보다는 나았습니다. 이에 따라 2분기 단위노동비용(UCL)은 기존 1.6% 상승에서 2.2% 상승으로 상향 수정됐습니다. EY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생산성 반등은 기업의 인건비 압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단위노동비용은 여전히 1991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Fed의 2.0%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은 애초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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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통화정책이 '좋은 곳'에 있지만, 금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려면 계속해서 데이터에 의존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에 대한 논쟁이 더 진행되지 않는 시기로 매우 빠르게 다가가고 있다. 대신 금리를 여기서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 Fed워치 시장의 9월 추가 인상 확률(7%)은 전날과 비슷했지만 11월 추가 인상 확률(46%)은 소폭 높아졌습니다. 약간 부정적인 데이터에도 뉴욕 채권 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실업급여 청구 건수가 발표된 뒤 잠깐 상승하기도 했지만 거의 종일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워낙 지난 며칠간 금리가 많이 오른 탓일 것입니다. 오후 5시께 미 국채 10년물은 4.2bp 내린 4.248%, 2년물은 7bp 떨어진 4.955%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중국의 '애플 죽이기'…젠슨 황, 엔비디아 주식 매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유명 투자자인 레온 쿠퍼먼이 아침부터 CNBC에 나와서 "(이번 경기 사이클이) 경기 침체로 끝날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상당 기간 증시가 새로운 최고점을 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라고 밝히면서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한 기억을 상기시킨 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유가와 금리가 급등하면서 경기 침체를 언급하는 목소리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월가에서는 경기가 둔화하면서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찰스 슈왑은 "단기적으로 금리가 추가 상승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로 인해 수익률은 올해 말과 2024년까지 현 수준보다 하락할 수 있다. 우리는 또 Fed가 이번 사이클에서 금리 인상을 마쳤다고 믿는다. 1970년 이후 지난 10번의 긴축 사이클에서 10년물 금리는 마지막 금리 인상 전에 정점을 찍은 후 하락하는 경향이 있었다. 마지막 금리 인상 이후 장기 금리가 정점을 찍는 것은 이례적이다. 단기적으로 수익률의 추가 상승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 수준에서 매력적 금리를 잡을 기회를 보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슈왑은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가 급증하고 있어 국채 발행이 당분간 증가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재정 적자와 금리 간의 상관관계는 강하지 않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수요 측면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국채 노출을 줄이고 있다는 우려는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의 미 국채 보유량은 작년에 도달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연방정부 폐쇄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하원의 공화당원들이 2024 회계연도 지출을 감축하려 하고 있어 셧다운은 실질적 위험이다. 셧다운 자체만으로는 연착륙 기대를 망치기에 충분하지 않지만, 이는 4분기 성장에 새로운 하방 위험을 추가한다. 소비자들은 '바벤하이머' 등 오락에 올여름 기대 이상으로 지출을 늘렸고, 이는 학자금 대출 상환이 시작되면 약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요인을 종합하면 국채 금리는 지금 정점에 가까워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블랙록 등은 여전히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봅니다. 블랙록은 "우리는 장기 채권 수익률과 기간 프리미엄이 더 높아질 수 있는 세 가지 이유를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①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선진국 중앙은행의 2% 정책 목표치를 상회할 것이다 ②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 변동성 증가와 부채 수준 상승으로 인해 더 많은 기간 프리미엄을 요구하고 있다 ③ 장기 국채에 대한 외국인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랙록은 "장기 채권에서 나타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전반적으로 국채 비중을 낮게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0.2~1.4% 큰 폭 하락세로 출발했습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림 폭을 조금씩 만회했습니다. 결국, 다우는 0.17% 올랐고, S&P500 지수는 0.32% 내렸습니다. 나스닥은 0.89% 하락하며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기록했습니다.
중국의 '애플 죽이기'…젠슨 황, 엔비디아 주식 매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경제 데이터 때문이 아닙니다. 관심은 애플에 쏠렸습니다. 블룸버그가 중국의 아이폰 금지를 확대한다는 기사를 새벽에 띄운 탓입니다. 전날 3.58% 급락한 애플 주가는 오늘 2.92% 추가 하락했습니다. 이틀 만에 6.5% 하락해 시가총액 1900억 달러가 사라졌습니다. 홀로 떨어진 게 아닙니다. 애플 급락에 퀄컴(-7.22%) 등 애플 비중이 큰 반도체 주식도 덩달아 급락했습니다. 엔비디아도 1.74% 내렸고요. 중국 시장 비중이 큰 테슬라의 주가도 0.17% 떨어졌습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전략가는 “나스닥은 애플이 수많은 거대 기술주를 망쳐 놓으면서 가라앉고 있다. 애플의 성장 스토리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베이징의 단속이 강화된다면 중국에 의존하는 다른 대형 기술 기업에게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애플 죽이기'…젠슨 황, 엔비디아 주식 매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애플 주가가 중국발 뉴스에 민감한 것은 중국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애플의 3번째 시장으로, 2022년 기준 전체 매출의 19%를 차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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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중국의 조치는 화웨이가 신형 5G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은 뒤 취해졌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화웨이는 지난달 29일 '메이트 60 프로'를 출시했는데, 7나노 공정을 적용한 프로세서를 탑재했습니다. 미국의 강력한 기술 제재 속에서도 첨단 반도체 기술을 확보한 것이죠. 화웨이는 미국 제재를 받은 뒤 지난 3년 동안 5G 스마트폰을 내놓지 못했었습니다. 첨단 기술을 확보한 중국이 더는 아이폰이 필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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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의 마틴 양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금지 조치와 새로운 화웨이폰은 아이폰에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다. 많은 안드로이드 OS 사용자가 화웨이로 업그레이드하거나 아이폰 이용자가 다시 화웨이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새로운 화웨이폰 영향으로 애플은 2024년 아이폰 예상 출하량에서 1000만 대를 잃을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폰 출하량은 2억2470만대입니다. 1000만대는 약 4.5%에 달합니다.
중국의 '애플 죽이기'…젠슨 황, 엔비디아 주식 매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샌포드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공무원에 대한 아이폰 금지 조치로 연 5000만대에 달하는 중국 내 아이폰 판매량이 1~ 5% 감소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중국의 국내 기술 사용을 촉진하려는 광범위한 움직임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모든 중국인이 아이폰을 쓰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면 애플에 아이폰을 넘어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번스타인은 애플과 10년 전 IBM은 세 가지 비슷한 점이 있다며 애플 주가가 IBM처럼 장기적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① 둘 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최대 보유자산이었고 ② 둘 다 지수 내 가중치가 컸으며 ③ 모두 확고한 고품질 주식으로 여겨졌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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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지웰스는 "애플 주식은 둔화하는 중국 경제뿐 아니라 중국 내부로 돌아서는 수요도 소화해야 한다. 애플 주식은 폭풍 속에 있고 주가는 상대강도지수(RSI) 수준으로 과매도 되지도 않았다. 주가는 200일 이동평균선이 있는 163달러 선으로 향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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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는 "애플 주식을 다 팔았을 뿐 아니라 현재 가장 큰 단일 공매도 대상이 됐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① 매출의 19%를 차지하는 중국의 사용 금지 조치가 확대되고 있고 ② 화웨이가 부활하고 있으며 ③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로 인한 소비 감소) ④ AI 혜택이 없는 애플은 3분기가 4개 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하는 분기가 되면서, 투자자들은 29배에 달하는 주가수익비율(P/E)에 의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네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중국발 뉴스는 애플의 주가에 잠깐 영향을 주는 데 그칠 것이란 주장도 많습니다.

웨드 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도 올해 중국 내 판매량 중 50만대 정도가 감소할 것이다. 해마다 이런 걱정이 있었지만, 애플의 점유율은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중국이 적대적 판매환경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중국은 아이폰을 대부분 생산하는 곳이다. 아이폰을 만드는 폭스콘은 중국 최대의 고용주 중 하나다. 화웨이가 첨단 폰을 내놓았지만, 중국인은 계속해서 아이폰을 원하고 있다. 나는 애플 주가가 더 내려간다면 절호의 구매 기회로 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씨티그룹은 "투자자들의 자신감이 약해진 가운데 하나의 뉴스에 의해 시장이 과도하게 반등하고 있을 수 있다"라면서 2021년 테슬라를 예로 들었습니다. 테슬라는 2021년 '중국 정부가 테슬라 차량이 중국 내 군사기지에 진입하는 걸 금지한다'라는 보도가 나온 뒤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보도는 금세 잊혔고 주가도 바로 회복했습니다.

에버코어 ISI의 아밋 다르야나니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중국의 단속으로 인해 재무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중국 정부 관리들은 아마도 이미 애플 제품을 피하고 있었을 것이며, 대부분 아이폰이 조립되는 중국은 일자리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애플에 더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썼습니다.

게다가 전날 AI 업체인 C3.ai가 미온적 매출 전망을 제시하고 수익성 회복이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이라고 밝힌 뒤 12.24% 폭락했습니다. 이에 AI 붐도 오늘은 차갑게 식었습니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주식 4280만 달러어치를 매도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지난 6일 스톡옵션을 행사해 8만9064주를 확보한 뒤 즉각 판 것이죠. 행사 가격은 4달러이고, 매도 가격은 480.86달러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그는 8690만 주(3.5%) 상당의 주식(스톡옵션)을 갖고 있습니다.
중국의 '애플 죽이기'…젠슨 황, 엔비디아 주식 매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 관계자는 "9월 들어 나스닥 내림세가 이어지면서 빅테크 주가가 흔들리고 있다. 올해 시장 상승세는 거의 대부분 기술주가 이끌었다는 점에서 이들 주가가 꺾인다면 뉴욕 증시가 상승세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애플과 엔비디아 주가를 주시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국제 유가도 0.8~0.9% 하락했습니다.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달러 강세는 이어졌습니다. 중국, 유럽에서 계속 나쁜 소식이 이어지면서 위안화와 유로화가 흔들리고 있는 탓입니다. 중국의 8월 수출이 8.8% 급감했다는 소식에 위안화는 1달러당 7.32위안까지 떨어졌습니다. 2007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중국의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7월 공장 주문이 -11.7% 감소(예상 -4.3%)했습니다. 3개월 연속 감소세입니다. 영국에서는 주택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했고, 영국은행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가 "금리가 긴축 주기의 정점에 가까워졌다"라고 비둘기파적으로 발언하면서 파운드화가 약세를 나타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