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최근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에 자국산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가 내장된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미국이 공세에 나섰다. 미 하원에서는 화웨이와 7나노 칩을 제작한 중국 SMIC에 대한 기술 수출 제한과 조사 진행 등 제재를 강화하자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마이크 갤러거 미 하원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은 이날 “화웨이와 SMIC에 대한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갤러거 위원장은 “반도체 칩은 미국의 기술 없이 생산할 수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며 “SMIC가 미 상무부의 규정을 위반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미국 법을 위반하고 국가 안보를 훼손하는 기업은 미국 기술로부터 단절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마이클 매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SMIC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매콜 위원장은 “SMIC가 미국의 지적 재산을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화웨이는 2019년, SMIC는 2020년 미국의 무역 제한 대상 리스트에 올랐다. 무역 제한 규정에 따르면 전 세계 어떤 기업도 미국산 장비를 사용해 화웨이용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없다. SMIC도 14나노 이하 미세 공정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를 법적으로 구할 수 없었다.

그러나 화웨이가 지난달 말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SMIC가 중국에서 생산한 7나노 공정 반도체 ‘기린9000 칩’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지며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화웨이는 이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전날 백악관은 메이트 60 프로에 내장된 반도체 칩의 정확한 구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해당 반도체의 “정확한 성격과 구성에 대해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미국 IT 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메이트 60 프로가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인 아이폰15 판매량에 최대 38%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밍치 쿠오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화웨이가 메이트 60 프로를 4개월 안에 최대 600만대 출하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처럼 중국이 미국의 첨단 기술 규제를 피해가거나 위반한 것이 확인될 경우 미국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중 제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린청난 국립대만대학교 전기공학과 교수는 “화웨이가 미국의 레드라인을 시험하고 있다”며 “미국이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화웨이는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 것이며, 다른 기업들도 SMIC를 따라하면서 미 제재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