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가 미국 뉴욕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헝다는 중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 여파로 2021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후 구조조정을 해왔다. 중국 완다그룹 역시 부동산 사업 부진으로 자금난에 몰려 해외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1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헝다는 전날 뉴욕 맨해튼연방파산법원에 파산보호법 15조(챕터 15)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파산보호법 15조는 기업이 미국 이외 지역에서 채무조정하는 동안 미국 내 채권자들로부터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활용하는 조항이다. 법원이 신청을 승인하면 홍콩과 역외 조세피난처 등에 있는 헝다 계열 법인의 채무조정이 이뤄지는 동안 채권자의 소송과 압류 등이 중단된다.

헝다는 2021년 12월 227억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달러화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에 빠졌다. 이 회사 총부채 규모는 2조437억위안(약 374조원·작년 말 기준)에 달한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와 맞먹는 수준이다. 2021~2022년 누적 손실액은 5819억위안(약 107조원)에 이르렀고 주식 거래는 지난해 3월 정지됐다.

헝다는 채권단과 약 18개월간 협상한 끝에 195억5000만달러(약 27조원) 규모의 부채 조정안을 올해 3월 내놨다. 조정안은 채권단 동의를 얻어야 하며, 협의를 진행 중이다. 최근엔 부채 조정안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달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 등 다른 부동산 기업들도 디폴트 위기에 놓이는 등 상황이 나빠진 탓에 계획대로 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헝다는 부동산 외 사업부 매각 등 자구책을 마련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지난주엔 자회사 ‘에버그란데 신에너지차그룹(NEV)’ 지분 27.5%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전기차 스타트업 NWTN에 매각해 5억달러의 현금을 확보했다.

또 다른 중국 부동산 기업 완다그룹도 채무 상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매각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완다가 도이체방크를 앞세워 스위스 미디어 기업인 인프론트 매각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인프론트는 이탈리아 세리에A와 영국 프리미어리그 프로축구 글로벌 중계권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완다는 2015년 10억5000만유로(약 1조5000억원)를 들여 인프론트를 인수했다. 완다는 지난달에도 핵심 자회사인 다롄완다 상업관리집단이 디폴트 상황에 몰렸으나 계열사 지분을 팔아 위기를 넘겼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완다가 연말까지 상환해야 할 채무는 최소 11억8000만달러(약 1조5700억원)에 달한다.

장서우/이현일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