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장 알리바바그룹 회장 겸 알리바바 최고경영자(CEO)가 글로벌 공급 제약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인공지능(AI) 트레이닝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시작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가 중국 첨단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다니엘 장 CEO는 알리바바 2분기 실적 발표 후 이날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2분기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모델 트레이닝과 관련 서비스에 대한 강한 수요가 있었으나 단기적인 글로벌 공급망 제약으로 인해 일부만 충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다니엘 장 CEO는 오는 9월 알리바바 CEO 자리에서 물러나 알리바바의 클라우드 사업에 전념할 계획이다. 알리바바그룹 회장 후임은 조셉 차이가, CEO 후임은 에디 우가 내정됐다.

알리바바의 디지털 부문 계열사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지난 4월 자체 개발한 AI 챗봇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AI 기술의 원천인 대규모 언어 모델(LLM) 2종을 오픈 소스 형태로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장 CEO의 발언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칩 규제로 AI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기 위한 중국의 노력에 제동이 걸렸다는 방증이다. 미국은 첨단 반도체 칩과 관련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재하고, ASML과 니콘 등 글로벌 첨단 반도체 장비 업체들을 보유한 네덜란드와 일본을 설득해 이에 참여하도록 했다. 생성형 AI 구축에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도 제재 대상이다.

엔비디아가 이후 기존 GPU 칩인 A100보다 성능이 낮아 규제에 걸리지 않는 A800칩을 공개하자 중국 기업들은 앞다퉈 주문을 넣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이두와 텐센트, 알리바바,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엔비디아에 A800 칩 10만개를 연내 전달받는 조건으로 주문했다. 총 10억달러(1조3000억원) 규모다. 내년치 분량도 40억달러를 주고 이미 확보했다.

지난 9일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양자 컴퓨팅 및 AI 등 첨단기술과 관련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투자를 일부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규제 대상 기업 범위는 첨단기술 관련 실적이 전체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인 기업으로 국한했다.

이날 알리바바는 2분기 매출이 2342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343억달러로 같은 기간 51% 늘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