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 14년 만에 흑자, 주식 차익실현?…월가 "팔면 안된다" [글로벌 종목탐구]
꿈을 먹고사는 벤처, 적자 탈출하자 냉정한 평가

월가 "아직 음식배달, 택배부문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버가 2009년 설립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올해초에 비해 77%가량 오른 주가에 이미 실적이 반영됐고, 경기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른바 '꿈과 희망을 먹고사는 기술 기업'이 이익을 냈다는 게 오히려 악재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기성 기업과 같은 잣대로 주가를 평가해야할 시기가 됐다는 뜻이다. 다만 엄격한 재무 분석 기준을 활용하는 월가의 애널리스트의 90%가 우버 주식을 매수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목표 주가 역시 지금보다 25% 이상 높은 57달러 수준으로 제시했다. 전 세계 600만명의 드라이버와 택배 기사들이 우버 플랫폼을 활용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이 숫자는 빠르게 늘어가고 있다는 게 근거다. 월 10달러 회원제 서비스인 우버1에 대한 평가도 좋다.
우버 14년 만에 흑자, 주식 차익실현?…월가 "팔면 안된다" [글로벌 종목탐구]

실적발표 후 주가 내리막...성장세는 탄탄

8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우버 주식은 한 주당 45.16달러로 마감하면서 실적발표 직전 주가에 비해 8.69%가량 낮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우버는 지난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4% 증가한 92억3000만달러(약 12조1600억원), 영업이익은 3억26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이달초 발표했다. 창사 최초로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당일 우버의 주가는 5.68%나 하락했다.

우버 앱으로 이뤄진 거래액을 뜻하는 총예약(Gross bookings)은 33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8% 증가했다. 모빌리티 부문은 38% 성장하며 전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모빌리티 부문이 우버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며, 이익률도 가장 높다.

음식 배달 부문 매출도 작년보다 14% 증가했다. 지역별로 보면 북미의 성장률은 4%에 머물렀지만 라틴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등에서 30% 이상 성장했다. 코로나19 팬대믹 기간 음식 배달의 폭발적인 성장 덕분에 우버의 연간 매출은 2020년 11억1000만 달러에서 2022년 31억9000만달러로 2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다라 호스로우샤히 최고경영자(CEO)는 "많은 이들이 우버가 절대 돈을 벌 수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우리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다음 분기까지 영업이익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버 14년 만에 흑자, 주식 차익실현?…월가 "팔면 안된다" [글로벌 종목탐구]
그럼에도 이번달 주가 흐름이 하락세인 까닭은 우버 주가가 이미 연초대비 70%이상 급등한 상황이라 추가 상승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여기는 분위기 때문이다. 기술주 상승 랠리를 타고 급등한 주가 차익 실현에 나서는 투자자도 있다. 2분기 매출 규모가 기대치에 못미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우버 매출액 92억달러는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93억4000만달러)에 비해 부진했다. 운전자 인센티브를 줄이는 등 비용 효율화로 이익을 늘렸지만 외형 성장이 부진하다는 얘기다.

한국 카카오, 영국 볼트 등 정부 규제 받는 동안 반사이익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주가의 흐름과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수 십명의 투자은행·자산운용사 전문가들이 매출과 현금흐름 등의 분석을 바탕으로 우버 주식 매수를 추천했다. 매도 의견을 낸 연구원은 한 명밖에 없다. 이들은 우버 모빌리티 부문의 글로벌 영토 확장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데 주목했다. 독일, 스페인 등 유럽을 비롯해 아르헨티나 등 남미와 일본·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모빌리티 총예약의 12% 이상을 차지했다. 재무 상태 역시 양호하다. 더그 안무스 JP모간 연구원은 "2분기말 기준 현금이 55억달러에 달하는 등 재무가 탄탄하다"며 "모빌리티와 배달 등에 아직도 5% 이상 마진을 늘릴 수 있어 현금흐름이 더욱 안정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버는 한국 카카오와 영국의 볼트 등 현지 경쟁사들이 규제 당국의 철퇴를 맞는 동안 조용히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다. 한국에선 진출하자마자 차량 공유 서비스가 불법 논란으로 금지되고, 택시 호출 서비스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지난 2분기에 전년 대비 135%나 성장했으며 연간 거래액은 3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음식배달 역시 식료품, 주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예약서비스, 택시, 공유 차량 등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선보이는 가운데 월 10달러를 내면 무료배달, 택시요금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우버1 맴버십도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벤자민 블랙 도이체 방크 애널리스트는 "네트워크 효과를 고려하면 우버1은 매우 매력적인 멤버십 프로그램"이라며 "우버가 전세계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장기적인 사업 전망 리스크는 여전하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소비 심리가 약화될 수 있으며, 노동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등 거시적 상황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버가 운전자를 자사 직원으로 분류하도록 요구하는 규제가 도입되거나, 자율 주행 차량 기술로 인해 경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