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감산에 치솟는 유가, 다시 80달러 넘어서나 [오늘의 유가]
브렌트유 배럴당 80달러선 육박
여름철 전력수요 급증하며 원유 수요 확대
美 월가, "올해 배럴당 90달러선까지 오른다"




세계 원유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며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차익 실현 매물이 증가하며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초과수요에 대한 우려는 확산하는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런던상품거래소에서 브렌트유 9월물 선물은 1.49달러(1.83%) 내린 배럴당 79.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8월물도 1.47달러(1.91%) 하락한 배럴당 75.42달러에 거래됐다. 지난주 내내 상승한 국제 유가는 이날 차익실현 매물이 증가하며 소폭 하락했다.
거듭된 감산에 치솟는 유가, 다시 80달러 넘어서나 [오늘의 유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을 유지한 여파가 시장에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원유 재고가 고갈되기 시작한 것이다. 때 이른 폭염으로 인해 전력 수요도 급격히 증가하자 원유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졌다.
거듭된 감산에 치솟는 유가, 다시 80달러 넘어서나 [오늘의 유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석유시장 책임자인 토릴 보소니는 블룸버그에 "(우리는) 석유 시장의 급격한 긴축을 예상하고 있다"며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수요가 급증하고 공급이 줄어들며 올해 3분기 내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도한 감산 효과가 나타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들어 자발적으로 석유 감산을 추진했다. 이번 달부터는 추가 감산이 시작됐다. 러시아의 생산량도 큰 폭으로 줄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은 지난달 9일부터 한 달간 약 25%가량 감소했다.

석유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IEA는 지난 14일 발표한 7월 석유시장보고서를 통해 세계 석유 수요가 올해 하루 평균 220만 배럴 증가해 사상 최고치인 하루 1억 210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에 따르면 이미 6월부터 원유 수요가 공급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초과 수요 현상은 앞으로 수개월 간 심화할 전망이다. 공급 부족으로 인해 8월부터는 하루 280만배럴씩 원유 재고가 소진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원유 수요가 많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경기회복세가 더딘 데다 유럽 경제가 둔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IEA도 석유화학 제품 사용 급증에 따라 중국이 전 세계 석유 수요 증가율의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한 반면, 선진국 그룹인 OECD(경제개발협력국기구) 수요는 빈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급도 급격히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과 같은 비OPEC+ 산유국들이 생산을 늘리고 있어서다. OPEC 회원국이지만 감산 조치에서 제외된 이란은 최근 하루 53만배럴 증산한 데다 미국도 원유 공급량을 하루 61만배럴 늘렸다. 리서치회사 케플러에 따르면 이란의 지난달 원유 수출량은 5년 만의 최고치를 달성했다.

엇갈린 전망에도 미 월가에선 유가 상승에 대한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경제 개혁을 위해 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판단에서다. 석유 시장의 점유율을 희생하더라도 수익을 늘리려 한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거듭된 감산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는 최대 원유 생산국 지위를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밥 맥 널리 레피단 에너지그룹 사장은 "예상치 못한 경기침체라는 변수를 제외하고 나면 국제 유가는 배럴당 90달러선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