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이 쿠데타를 선언하고 수도 모스크바 근교까지 단숨에 진격하면서 ‘스트롱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집권 23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진격한 지 24시간 만인 24일(현지시간) 합의에 이르러 사태가 표면적으론 일단락됐지만,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금이 갔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추진할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혀온 프리고진은 지난 23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바그너그룹 후방 캠프에 미사일 공격을 지시했다”며 “정의의 행진에 나선다”고 선언한 뒤 우크라이나 주둔 병력을 이끌고 러시아 국경을 넘었다. 이후 수시간 만에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의 군 사령부를 큰 저항 없이 점령했다. 다음날인 24일 오전 푸틴 대통령은 “등에 칼을 꽂았다”며 가혹한 처벌을 경고했지만, 바그너그룹은 속전속결로 진군해 모스크바 200㎞ 앞까지 이르렀다. 같은 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중재로 프리고진은 벨라루스로 떠나기로 했고, 러시아 정부는 처벌을 포기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권력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가 났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푸틴 대통령이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으면 지금처럼 전쟁을 밀어붙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에 미칠 영향력도 관심사다. 러시아의 내분으로 송유관을 통한 원유 운송길이 막히면 국제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