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도쿄증시 우량주로 구성된 토픽스지수의 목표치를 올려잡았다. 올 들어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상장사들의 혁신과 탄탄한 실적으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엔화 가치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떨어지자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도 몰리고 있다.

○“日, 가을 또 증시 랠리”

"日 증시 아직 꼭지 아니다"…골드만, 전망치 13% 상향
21일(현지시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 토픽스지수가 앞으로 12개월 안에 2500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 2200에서 13.6% 올려잡았다. 6개월 목표치는 2050에서 2400으로, 3개월 후는 2000에서 2200으로 상향했다.

22일 토픽스지수는 전일 대비 0.067% 오른 2296.50에 마감했다. 토픽스지수는 최근 2311선까지 오르며 33년 만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보고서는 일본 증시가 여름에 조정받은 뒤 가을에 다시 상승 랠리를 시작할 것으로 내다봤다. 단기적으로는 투자 과열 조짐과 추가 상승 재료 부족으로 시장이 조정받을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인 성장 모멘텀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일본 상장사들이) 상반기 실적 시즌에 전망치 상향 조정과 실적 모멘텀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며 “또 이들이 발표할 자사주 매입과 수익성 개선 방안 등을 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일본 증시에서 정보기술(IT)산업과 은행, 자동차 등을 포함한 가치주 비중을 키울 것을 권고했다. 식품과 에너지, 건설, 제약주는 비중을 줄이라고 조언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인공지능(AI), 핀테크 등 벤처기업들로 구성된 TSE(도쿄증권거래소) 마더스지수가 올 들어 18% 올라 토픽스 상승률(21%)을 따라잡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형주 위주로 불붙은 투자심리가 소형주로 확산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 혁신·엔저에 투자자 눈 쏠려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에 시달려온 일본 증시는 기업 혁신에 힘입어 반등하고 있다. 일본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8로 7개월 만에 50을 넘었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지난달 미국 제조업 PMI(48.4)를 웃돌았다.

정부 의지도 강하다. 지난 4월 도쿄증권거래소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하인 상장사는 구체적인 주가 부양책을 공시하고 실행하라”고 통보했다. 이후 미쓰비시상사와 도요타자동차 등 주요 기업이 잇따라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금융정보업체 도카이도쿄조사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상장사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3조2596억엔(약 30조원)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다.

벅셔해서웨이를 이끄는 워런 버핏 회장도 일본 5대 종합상사 지분을 늘리며 힘을 실었다. 버핏 회장은 5대 종합상사 지분을 2020년 각 5%에서 올 4월 7.4%로 늘렸다. 이달엔 지분율이 8.5% 이상으로 커졌다. 벅셔해서웨이는 각 무역상사 지분율을 최대 9.9%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중앙은행의 긴축 사이클 속 일본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며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도 일본 증시로 몰리고 있다. 금융 완화 정책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환차익을 볼 수 있다. 이날 엔·달러 환율은 한때 142.36엔까지 오르며 지난해 11월 후 최고치(엔화 약세)를 기록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며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차이가 부각됐다는 평가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