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의 대표 기술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투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기술주의 주가 상승세가 더 이어지기 어렵다고 본 투자자들이 자금을 뺀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추가 긴축으로 기술주에는 불리한 장세가 펼쳐질 것이란 우려도 반영됐다.

너무 올랐나…美기술주 ETF서 '뭉칫돈' 이탈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ETF’(티커명 QQQ)에서 이날 13억달러(약 1조6800억원)가 빠져나갔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6일 31억달러(약 4조원)가 순유출한 뒤 이번주에도 투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빅테크(대형 기술기업)와 같은 AI 수혜주를 향한 투자 열기가 다소 식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AI 관련주 주가가 과열됐다고 보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뜻이다. 로렌 산필리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수석투자전략가는 “투자자 일부는 AI에 힘입은 기술주 랠리 속도가 지나치게 빨랐다고 판단했다”며 “이제는 거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QQQ의 지난 주말 매도 물량 급증은 콜옵션 등 파생상품의 만기 도래와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4조2000억달러 규모의 지수·주식 관련 선물·옵션 계약이 지난16일에 만기를 맞았다. 그중 QQQ의 콜옵션 및 풋옵션 미결제약정은 지난주 말 기준 1700만 계약 이상으로 2004년 이후 최다였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과정에서 QQQ를 비롯한 기술주 관련 ETF 및 주식 매도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1분기에 주식 투자수익률이 채권을 크게 앞지르면서, 기관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이에 기관투자가들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과 채권의 분배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기술주를 대거 정리했다는 추측이다.

JP모간체이스는 포트폴리오 내 주식·채권 비중을 맞추기 위해 세계 연기금이 1500억달러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아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도 대상이 되는 주식 중 상당수가 기술주일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한편 제롬 파월 Fed 의장은 21일 하원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에 도달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발언했다.

그는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참석자 대다수가 연말까지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며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