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뉴욕 증시는 장 초반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청문회 발언을 전후로 약세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데 진전이 더 있을 때까지 더 많은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시장에는 연내 연준이 추가 긴축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파월 장관은 이날 하원 금융위원회에 제출할 증언 준비 발언에서 "거의 모든 FOMC 참석자들은 연말까지 금리를 다소 더 올리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다소 완화됐지만, 목표인 2%를 여전히 훨씬 상회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이 여전히 할일이 많고, 인플레이션을 되돌리는 과정까지 갈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앞서 연준은 이달 FOMC에서 기준 금리를 5~5.25%로 동결했다.

파월 의장은 노동 시장이 완화됐지만,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다고 봤다. 그는 "25세에서 54세 연령층의 노동력 참여가 증가하고 임금이 일부 완화되는 등 징후가 있다"면서도 "일자리의 수가 여전히 가용 인력 풀을 훨씬 초과한다"고 했다. 이어 "정책 긴축이 경제에서 가장 금리에 민감한 부문의 수요에 미치는 영향을 보아 왔다"면서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화 제한의 완전한 효과가 실현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다시 입 연 제롬 파월…"갈 길 멀다, 연내 금리 더 인상" 예고 [정소람의 미나리]
금리 인상의 속도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연준이 1980년대 초 이후 가장 공격적인 속도로 금리 인상을 시행한 후 정책에 대한 접근 방식을 조정했다"며 "이전에 4회 연속 0.75% 포인트를 인상했지만, 이 속도가 지금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다만 "금리 결정은 미리 정해진 코스가 아니라 들어오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 규제를 적절히 이어가되, 소형 은행에 대해서는 과도한 규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도 밝혔다. 스테이블 코인을 화폐의 일부로 본다는 언급을 하면서 비트코인은 파월 발언 이후 강세를 보였다.

이날 발표된 미국 30년 모기지 금리는 6.73%를 기록했다. 전주(6.77%)에서 소폭 내렸다. 모기지 신청 건수도 전주 대비 0.5% 늘었다. 전일 발표된 주택 지표들은 주택 시장이 바닥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징후를 드러냈다.

영국에서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비 0.7% 늘어나 예상인 0.5%를 상회했다. 공공 부문 순부채도 192억2000만달러로 1961년 후 첫 GDP(국내총생산)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인플레이션 완화와 민간 경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세액 공제 등 정책 혜택을 내세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일 미중 고위급 회담으로 완화되는 듯한 미중 관계는 다시 얼어붙는 모습을 보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투자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주석을 '독재자'로 지칭했다. 중국은 즉각 "노골적인 정치 도발"이라며 반발했다. 쿠바 내 중국인 도청 사업장 의심 시설에 화웨이, ZTE 등 통신사 관련 직원들이 출입했다는 의혹도 보도됐다.

디만 증시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의견도 나왔다. 소시에떼제네랄(SG)은 기존의 증시 비관론을 수정했다. 연말 S&P 500 전망을 기존 3800에서 4300으로 대폭 높여 잡혔다. 인공지능(AI)이 올린 지수가 기업의 좋은 실적으로 이어져 연말까지 유지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스티펠은 S&P가 4400에서 상승세가 꺾이고 8~9월에는 조정이 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10% 정도 조정이 온 뒤 연말에 다시 랠리가 올 수 있다는 예상이다.

종목 중에서는 전일 예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한 페덱스가 장초 약세를 보였다. 페덱스는 월가 전망치에 못미치는 219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주당순이익(EPS)는 예상을 소폭 웃돈 4.94달러를 기록했다. 내년 EPS 가이던스 역시 16.5~18.5달러로 보수적으로 제시했다.

월가에서는 어도비, 아마존, 스포티파이에 대해 긍정적인 투자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파월 의장의 발언 이후 기술주가 약세를 드러내면서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 재보험사 에버리스트, 랄프로렌, 태피스트리, 원스파월드, 몰슨쿠어스, 타일러테크놀러지에 대해서도 투자 의견을 상향하는 보고서가 나왔다.

뉴욕=정소람 특파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