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농산물 기업 번지가 원자재 기업 글렌코어의 농산물 관련 투자기업 비테라를 인수한다.

번지는 11일(현지시간) "북미 지역에서 곡물, 기름종자 등의 초대형 트레이딩 하우스로 거듭나기 위해 비테라를 82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비테라 주주들은 62억달러어치 번지 주식과 20억달러 가량의 현금을 받게 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글렌코어와 번지 주식은 각각 5%, 1% 이상 뛰었다.
글렌코어 주가 흐름
글렌코어 주가 흐름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전 세계 농산물 등 원자재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을 겪었다. 시장 변동성은 에너지 기업, 농산물 기업들에 호재가 됐다. 농산물 가격 급등 덕분에 거둔 막대한 수익을 통해 번지와 비테라 두 회사 모두에 윈윈인 인수합병(M&A)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렌코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관리공사 등 비테라의 주요 주주들에게 이번 거래는 상품 트레이딩 하우스들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시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전했다.

그렉 헤크먼 번지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M&A를 통해 기후위기, 가뭄 등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비한 지역 다변화, 작물 다각화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번지는 비테라 인수로 270개 이상의 농산물 저장고, 30여개 가공시설, 농산물 선박 200척 등 인프라를 갖게 된다.
번지 주가 흐름
번지 주가 흐름
번지는 카길, ADM과 더불어 전 세계 곡물 트레이딩 업계의 'ABCD'로 통하는 대표 기업이다. 유럽에 본사를 둔 루이 드레퓌스까지 더해 이들은 4대 농산물 기업으로 꼽힌다. 2022년 기준 번지와 비테라의 매출을 합치면 1210억달러다. 이번 통합으로 비슷한 시기 165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최대 농산물 기업 카길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 헤크만 CEO는 '규제 당국이 반독점 심사의 일환으로 자산 처분을 요구할지' 묻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