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애플 주가가 13일 소폭 하락했다. 애널리스트들의 평가가 2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다. 아이폰 판매량은 주춤한데 최근 공개한 혼합현실(MR) 헤드셋은 내년 출시될 상황에서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재료가 없다는 평가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애플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매수 의견이 67%로 2020년 말 이후 최저라고 보도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과 엔비디아 등 시총 1조 달러 이상인 종목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날 투자은행 UBS는 애플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춰잡았다. 아이폰 수요가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유다.

UBS의 데이비드 보그트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아이폰 판매량이 1~2%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등 신흥 시장에서 최근 아이폰 판매량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이폰 전체 판매량을 끌어올리기에는 무리수라는 평가다. 애플 전체 판매의 7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 유럽 등 기존 시장에서 판매가 부진해서다. 지난해 이 지역에서 아이폰 수요는 7.5% 줄어들었다.

보그트는 “미국·중국·유럽 3대 외 시장에서 매출이 증가한다고 해도 전체 아이폰 매출 성장률을 한 자릿수 중반 이상으로 장기적으로 유지할 만큼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실제 1분기 인도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34% 증가했지만 전체 아이폰 매출은 2.4% 감소했다. 인도 매출이 전체 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는 주요 제품인 맥 매출은 3~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보그트는 현재 29배 수준인 애플의 선행 12개월 주가수익비율(PER)도 높다고 봤다. PER은 주당 순이익(EPS)을 주가로 나눈 비율이다. 그는 애플 목표주가를 180달러에서 190달러로 올려잡았지만 “잠재적인 주가가 매수 등급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애플 주가는 전일 대비 0.48달러(0.26%) 하락한 183.31달러에 마감했다. 전일 애플은 183.7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쓰면서 시가총액 2조8900억달러를 기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