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중단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오는 13~14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지난달까지 동결과 인상을 왔다갔다하며 춤을 추던 금리 선물 시장이 이런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1주일 전부터 6월에 금리 동결 가능성을 70% 이상으로 점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긴축의 끝은 아니라는 생각이 대세입니다. 7월 이후에 다시 인상으로 선회하는 이른바 '매파적 동결'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반면 동결 후 금리 재인상은 쉽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금리인상과 똑같은 영향을 주는 '사실상 긴축'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긴축'을 비롯해 향후 미국의 기준금리 움직임을 결정할 변수를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쟁점과 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계속되는 Fed 내 역할극

고용 시장이 뜨거운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신규 일자리 수가 널뛰기를 하고 있습니다. 3월 신규 일자리 수는 4월에 처음 발표할 때만 해도 23만6000개였습니다. 그러다 5월에 16만5000개로 확 줄었습니다. 그러더니 6월엔 다시 21만7000개로 늘어났습니다. 첫 발표 때 시장 전망치가 23만개였는데 당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하회'한 것입니다.

4월 일자리 수도 첫 발표땐 25만3000개였다가 이번엔 다시 29만4000개로 확 늘어났습니다. 다음달엔 또다시 어떻게 수정될 지 모를 일입니다.

Fed 인사들은 기존에 해왔던 대로 역할 분담을 하고 있습니다. FOMC 투표권이 없는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은 센 발언을 합니다.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리나 통화정책 결정권도 없어 책임에서도 자유롭습니다.

현재 대표적 매파로 불리는 로레타 메스타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슨 연은 총재가 단적인 예입니다.

이에 비해 2~3년에 한번씩 돌아가면서 투표권을 보유할 때는 말을 가려 합니다. 지난해까지 매파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가 올해 FOMC 투표권자가 되면서 신중한 비둘기적 발언으로 돌아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FOMC 투표권이 있는 지역 연은 총재와 여당인 민주당이 임명한 Fed 이사진은 금리 동결 쪽에 기운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공화당이 임명한 Fed 이사진은 중립적이거나 온건한 매파적인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매파적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투표권이 없는 지역 연은 총재들입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데이터를 보고 결정한다"는 원론적인 발언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13일에 나오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다음날 FOMC 분위기를 좌우할 전망입니다.

'사실상 긴축' 정책 줄줄이 대기

인플레이션과 고용 관련 데이터 외에 Fed의 긴축 경로를 결정한 변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끈적끈적한 근원 물가나 뜨거운 고용을 보면 금리를 올리거나 고금리를 한동안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금리 인상을 대신할 카드들이 있어 Fed 인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습니다.

이른바 금리를 올리지 않고 긴축 효과를 내는 '사실상 긴축' 정책들입니다.
美 기준금리 동결 후 재인상?…'사실상 긴축'에 달렸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우선 미국 은행 파산과 상업용 부동산 부실 등에서 비롯된 대출 축소입니다. Fed가 지난달 발표한 대출 서베이 자료에서도 대출 기준이 엄격해지고 수요가 약해졌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파월 의장 말대로 대출 축소는 기준금리를 한 두번 올린 효과를 지닙니다. 대출 축소 정도에 따라 25~50bp 인상한 것과 같은 영향이 나온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미국 국채발 유동성 축소 효과입니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 타결 이후 미 재무부는 국채를 대거 발행할 계획입니다. 부채한도 때문에 부족해진 국고를 채워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은행 고객들은 예금을 빼서 수익률이 높은 국채를 매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다시 뱅크런이 일어나고 시장의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JP모간은 광범위하게 계산했을 때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조정 이후 시장의 유동성이 1조1000억달러(약 1441조원)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대규모 국채 발행이 0.2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美 기준금리 동결 후 재인상?…'사실상 긴축'에 달렸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Fed의 양적긴축(QT)도 무시 못할 변수입니다. Fed는 은행 위기가 끝난 4월 이후 계속 자산 규모를 줄이고 있습니다. 이른바 '대차대조표 축소'입니다.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를 팔아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Fed의 자산 규모는 4월말 이후 한 달여만에 3500억달러 줄었습니다.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는 "QT 규모가 3500억 달러 정도 되면 한 번의 금리 인상과 맞먹는다"고 추정했습니다.

정리하면 현재까지 드러난 세가지 '사실상 긴축'만 놓고봐도 1%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상 효과를 갖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상 긴축'에 대해 Fed 인사들마다 생각이 제각각이라는 겁니다. 그 영향에 대해 견해 차이가 나고 물가를 잡으려면 금리인상이라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매파도 있습니다.

하반기 핵심 지표는 주택 렌트비

사실상 긴축 효과가 얼마나 큰 지와 별도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물가입니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근원 인플레입니다. 상품보다 서비스 부문 인플레가 잡혀야 긴축이 끝이 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주택과 임금이 안정세를 보여야 합니다. 둘 중에서도 주택 렌트비가 먼저 떨어질 공산이 큽니다.

파월 의장은 늦어도 올 하반기부터 미국의 렌트비가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발표하는 CPI에서 주택 가격은 아직 상승세입니다. 민간 업체의 자료를 봐도 렌트비는 쉽게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美 기준금리 동결 후 재인상?…'사실상 긴축'에 달렸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다만 여러 지표를 보면 상승률은 둔화하고 있습니다. 양대 민간 부동산 업체인 질로우와 레드핀을 봐도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습니다.

연간 상승률로 보나 중간값 기준으로 보나 대체적으로 부합합니다. 민간 업체 지표보다 6개월 가량 후행하는 정부 지표도 올 하반기부터는 렌트비 상승률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재택근무 확산으로 상업용 부동산에 비해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나 렌트비는 좀체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습니다. 또 대출 축소도 아직 없다는 해석도 적지 않습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금리 인상 사이클에 변화를 줄 만큼 금융회사들의 대출 축소가 없었다"며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사실상 긴축 효과의 크기와 주택 렌트비를 중심으로 한 근원 물가의 움직임이 향후 금리인상 경로를 결정할 전망입니다.
美 기준금리 동결 후 재인상?…'사실상 긴축'에 달렸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Fed의 선행 역할을 하는 캐나다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이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두 차례 금리를 동결한 캐나다중앙은행은 7일 금리 결정을 합니다. 4월에 금리를 동결했다 5월에 금리를 다시 올린 호주도 전날 통화정책회의를 엽니다. 두 나라 모두 동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美 기준금리 동결 후 재인상?…'사실상 긴축'에 달렸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지난주엔 미국 부채한도 협상안 통과로 증시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큰 이벤트가 없는 이번주엔 어떨까요.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습 감산으로 시작돼 6일부터 FOMC를 앞두고 Fed 인사들의 공식 발언금지(블랙아웃) 기간도 시작됩니다. 경기를 판단할 수 있는 6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 정도가 주목할 만한 지표입니다. 메가톤급 증시 재료가 없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됐습니다. 금리나 인플레이션의 반격도 일어날 수 있을 지 한 주를 지켜봐야겠습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더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습니다.



※ '정인설의 워싱턴나우'는 매주 월요일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인 '한경 글로벌마켓'에서 유튜브 영상과 온라인 기사로 찾아뵙고 있습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