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최대 연기금 "사모펀드 수익률 바닥 찍었다…베팅 늘릴 것"
미국 최대 연기금이 사모펀드 투자 포트폴리오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운용 업계의 수익률이 바닥을 찍고 조만간 반등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긴축(금리 인상) 이후 시중 유동성이 급감하면서 사모펀드의 수익성에 대한 회의론이 계속되는 가운데 제기된 반론이다.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의 최고경영자(CEO) 마시 프로스는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내달부터 사모펀드 부문 자산운용 현황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에 돌입할 것"이라며 "사모펀드에 대한 직접투자 자산 배분을 늘리려는 의지"라고 말했다. 캘퍼스는 4420억달러(약 590조원) 운용자산을 보유한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다.

캘퍼스의 포트폴리오에서 사모펀드 부문은 현재 520억달러 가량에 불과하다. 지난해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캘퍼스에 부임한 니콜 뮤시코는 그해 8월 "2009~2018년 10개년 연금계획에서 사모펀드 투자를 보류하기로 했던 캘퍼스의 결정으로 인해 최대 180억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손실 만회를 위해 9개월여만에 사모펀드 투자 비중을 더욱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캘퍼스는 이미 올해 초에도 사모펀드 자산 배분 목표치를 8%에서 13%로 높인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사모펀드 업계를 바라보는 주류의 시각과 정반대라고 FT는 지적했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긴축 기조로 인해 인상된 자금 조달 비용, 불확실한 글로벌 경제 전망, 기업공개(IPO) 시장보다 뒤처지는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 의혹 등으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덴마크 연기금 ATP의 한 임원은 "사모펀드는 (먹고 먹히는) 다단계 사업 구조나 다름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프로스트는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가치평가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방법은 외부기관에 의해 수행되기 때문에 건전하다고 자신한다"면서 "사모펀드 투자 기업의 가치평가는 분기별로만 검토된다는 '시차 문제'도 펀드 운용에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피치북 자료에 의하면 사모펀드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시기는 2001년 닷컴 붕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최악의 보릿고개' 직후였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