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이달 말 인도에 첫 애플스토어를 열고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인도 스마트폰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수십 년간 중국에서 제조 및 판매 기반을 키워온 애플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과 미·중 갈등을 겪으며 ‘탈중국’ 전략에 돌입했다. 세계 인구 1위가 된 인도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생산 뿐 아니라 매출 다변화에 나선다는 해석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인도 뭄바이 애플스토어의 외관 디자인을 이날 공개했다. 인도의 첫 애플스토어다. 정보기술(IT) 매체 테크크런치는 뭄바이 매장이 이달 말 개장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 애플스토어는 인도 수도 뭄바이에서 3분기 문을 열 예정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스마트폰 사용자만 7억 명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UN은 인도 인구가 올해 14억2862만명으로 지난해 감소한 중국(14억117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애플은 2020년부터 인도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작했다. 2021년 첫 오프라인 매장을 열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뤄졌다. 지난해 4분기 애플은 총매출이 5%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인도 매출이 사상 최고를 내 잠재력을 확인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인도 시장에 상당히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애플은 이미 인도에서 제조 기반을 넓히고 있다. 애플의 최대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인도 생산 비중을 늘리고 인도 생산기지를 새로 세울 계획이다. 최신 기종인 아이폰 14 시리즈 생산에도 착수했다. 인도는 노동법 개정안까지 논의하며 애플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JP모간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애플이 2025년까지 전체 아이폰의 25%를 인도에서 생산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간 애플은 생산도 판매도 중국에 주력했다. 20년 넘게 중국의 아이폰 생산기지 구축에 투자했고, 수천 곳의 협력사들과 관계를 구축했다. 애플에서 중국과 홍콩, 대만을 포함한 매출은 전체의 20% 수준으로 미주와 유럽 다음이다. 현재 중국 본토에만 40곳 이상의 애플스토어가 운영 중이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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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애플이 탈중국에 나선 직접적인 계기는 폭스콘 사태다. 지난해 4분기 중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강도 방역 조치를 단행하며 주요 도시 간 이동이 봉쇄됐다. 전 세계 아이폰 출하량의 70%를 담당하는 폭스콘의 정저우 공장이 문제였다. 출입통제가 강화되고 음식 등 물자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근로자들이 집단 탈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후 신규 고용한 인력 3만여명도 공장을 나가면서 지난해 말 공장이 사실상 가동 중단됐다. 정저우 공장이 생산량의 약 80%를 담당하던 아이폰14 시리즈 출하량이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에는 미중 간 갈등이 격화되며 지정학적 위기도 커진 상황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 강화에 나섰다. 대만을 둘러싼 양국 간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인도에서는 아이폰과 액세서리, 베트남에서는 에어팟과 맥, 말레이시아 맥 등 생산 기지를 다변화하고 있다”며 “지정학적 위기 처한 대만 TSMC의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애플은 ‘탈중국’ 완급 조절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생산 의존도를 빠르게 줄일 경우 중국 정부의 보복이 있을 것을 우려해서다. 애국주의가 강한 중국 소비자들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인력들이 아이폰의 높은 품질 기준을 맞출 수 있는지 우려도 나온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