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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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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펀드평가사 모닝스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 시작된 은행권 위기 이후에도 주식 시장은 큰 타격을 받지 않았지만, 채권시장에서는 경기침체에 대한 신호가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모닝스타의 칼럼니스트인 샌디 워드는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국채 장·단기물 수익률 역전 현상 심화 △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사이의 금리 스프레드 확대 조짐 △머니마켓펀드(MMF)로의 자금 쏠림에 따른 단기 국채 수익률 급락 등을 채권 시장이 보내는 경제에 대한 경고로 꼽았다.

워드는 채권시장이 마땅히 받아야 할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주식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모만 놓고 보면 약 300조달러 규모의 글로벌 채권 시장은 124조4000억달러인 주식 시장보다 몇 배나 크다고 강조했다.

이런 채권시장에서 만기가 짧은 채권의 금리가 만기가 긴 채권보다 높게 형성되는 장·단기 수익률 역전 현상은 대표적인 경기침체의 전조 증상으로 꼽힌다. 작년 3월부터 미 국채 2년물 금리가 10년물 금리를 넘나들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3개월물의 금리마저도 10년물을 역전했다.
미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 역전 현상이 10일 이상 지속된 지난 8번의 사례가 모두 경기침체로 이어졌다는 더그 램지 로이트홀드그룹 최고투자책임자(CIO)의 분석을 인용한 워드는 “작년 10월부터 3개월물의 금리가 10년물을 넘어섰고, 현재 수익률 격차는 1981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을 보인다”고 경고했다.

수익률 격차(스프레드) 확대 현상은 투자등급 이하(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은행 위기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의 차입 비용이 급격하게 높아지면서다. 아직까지는 하이일드 채권과 국채 사이의 수익률 스프레드가 글로벌금융위기기 한창이던 2008년 11월의 19.88%보다는 낮다.

하지만 모닝스타의 윌리엄슨은 “신용 스프레드(하이일드·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신용등급이 조정되기 전과 채무 불이행 전에 확대될 것이고, 이는 추가적인 경제적 어려움의 전조”라고 경고했다고 워드는 전했다. 그러면서 “3월초 신용 스프레드 확대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회사채가 국채에 비해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평가해 스프레드 확대를 기대하며 조심스러워했다”고 덧붙였다.

은행 위기는 시중 자금의 흐름도 바꿨다. 은행 예금도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에 자금이 MMF로 몰리면서다. 워드는 “지난 4주 동안 MMF는 3000억달러를 끌어들였다”며 “이는 3년 전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가장 빠른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또 그는 벵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투자 전략가인 미셀 하트넷이 자사 고객들에게 최근의 단기 국채 가격 급등에 대해 2008년과 2020년의 경기 침체를 앞두고 MMF에 쏟아진 막대한 자금 흐름을 연상시킨다고 말한 걸 전하기도 했다.

다만 워드는 이 같은 채권 시장의 경고가 미 Fed의 기준금리 인하의 전조라는 시장 전문가들의 진단을 전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윌리엄슨은 장기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보다 단기 수익률이 더 빨리 하락하는 데 대해 경제 환경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며 이는 종종 기준금리 인하가 임박했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