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은 AI 챗봇 전쟁…MS·구글, 마지막에 웃을 기업은? [서기열의 실리콘밸리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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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사이에 AI 챗봇 기술을 놓고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습니다. 선공은 구글이 먼저 날렸습니다. 지난 6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홈페이지를 통해 인공지능 ‘바드(Bard)’를 발표했습니다. 피차이 CEO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대중에게 더 널리 제공될 것 같다”면서 “이에 앞서 신뢰할 수 있는 테스터를 상대로 해당 기술을 공개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구글의 바드는 초거대 언어 모델인 LaMDA(Language Model for Dialogue Applications)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람다는 1370억개에 달하는 매개 변수로 학습한 인공지능으로 30억개에 달하는 문서와 11억개에 달하는 대화를 익힌 것으로 알려졌죠. 챗봇처럼 검색창에 질문하면 그에 대한 답을 답해주는 구조입니다. 그러자 다음날인 7일 MS가 구글의 안마당인 검색시장에서 반격에 나섰습니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는 “검색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시작됐다”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날 MS는 오픈AI의 새 대형언어모델인 ‘프로메테우스’를 적용한 검색엔진 빙의 새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챗GPT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성능을 갖췄다는 게 MS 측의 설명입니다. MS의 검색엔진 빙에 들어가 대화형 질문을 하면 오른쪽에 채팅창을 통해 대화 형태로 검색하고 추가적인 정보도 요구할 수 있는 형태입니다. MS는 이 기술을 웹브라우저 엣지에도 적용했습니다. MS도 빙의 새 버전을 추후에 공개할 예정이었는데 구글의 발표일 바로 다음날 행사를 열며 기선 제압에 나섰습니다. 제가 챗GPT의 기술이 적용된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을 직접 사용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빙을 검색해서 들어가면 이렇게 검색창이 나타납니다. 질문을 넣으라는 창인데 여기에 대화식으로 문장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답을 찾아줍니다. 하지만 현재는 풀버전을 사용할 수는 없고 시범적으로 4가지 예시 질문이 올라와 있습니다. 저는 이 가운데 집에서 운동하는 방법을 선택해봤습니다. 다양한 검색 결과가 왼쪽에 나오고 오른쪽에 빙의 로고가 있는 창에서 채팅 형태로 그에 대한 대답이 쭉 나오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습니다. 풀버전을 이용하려면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합니다. 구글은 다음날인 8일 프랑스 파리에서 AI 관련 발표를 하면서 바드의 시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날 시연에서 바드가 내놓은 답이 오답으로 밝혀지면서 AI 분야의 선구자로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당초 몇 주 뒤에 공개하겠다던 바드를 성급하게 내놓으면서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구글 내부에서도 성급한 대응으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이틀 동안 약 13% 하락했습니다. 시장은 MS 손 들어줘
월스트리트는 이 두 회사의 격돌을 어떻게 평가했을까요. 일단 지난주의 대결 양상만 놓고 보면 MS가 단기적으로는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주 주간 주가 수익률을 보면 시장의 평가가 보입니다. 알파벳은 지난 한주 9.74% 떨어진 반면 MS는 시장 약세 속에서도 1.84% 오르며 선방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구글이 무방비 상태로 잡혔다. 그동안 AI에 대해 오랫동안 투자해왔음에도 MS에 의해 시장에 나왔다”고 평가했습니다. UBS와 시밀러웹에 따르면 챗GPT는 1월에 월 활성사용자 수가 1억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만큼 관심을 끌고 있는 오픈AI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서 주도권을 쥐고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땐 의견이 달라집니다. 알파벳은 장기적인 잠재력을 갖춘 회사라는 게 월가의 분석입니다. 알파벳은 구글을 앞세워 오랫동안 검색시장에서 경험을 축적해왔다는 업체라는 강점이 있습니다. 데이터 분야와 개발 능력 등에서도 앞서있는 구글이 AI 경쟁의 후반부에서는 지배적인 위치로 다시 올라서게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합니다.
주목받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강점
MS가 구글을 넘어서려면 갈 길이 아직 멀다는 게 월가의 판단입니다. UBS는 “상당히 업그레이드 된 빙도 구글이 주도하고 있는 검색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제프리스는 “구글의 검색 시장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선 지렛대가 필요하다. 구글은 걱정할 게 많지 않다”고까지 평가했습니다. MS가 빙으로 사용자들을 끌어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MS가 검색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가능성은 높게 점쳐집니다. 웰스파고는 “아직 MS의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지만 지난 7분기 동안 시장점유율을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파이퍼샌들러는 MS가 2026년에는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을 7%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글의 강점
알파벳의 가장 큰 장점은 검색 시장에서 압도적인 위치입니다.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알파벳의 검색엔진 시장 점유율은 93%로 집계됐습니다. MS의 빙은 3%에 불과합니다. 구글링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온라인 검색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구글이 주요 사용자 기반을 유지 및 성장시킬 AI 기술과 규모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구글이 기존에 이미 많은 AI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다수의 AI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올해는 MS가 앞서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프로젝트들이 많다는 겁니다. 웰스파고는 “람다는 챗GPT보다 앞서서 시장에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검색하는 사용자의 의도를 잘 파악할 수 있는 도구인 BERT도 있습니다. 이세돌과 바둑 대결에서 압승하며 AI의 존재를 각인시켰던 영국 AI 업체 딥마인드가 구글의 AI 프로젝트의 근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2014년 5억달러에 딥마인드를 인수했습니다.
구글의 AI 제품과 서비스는 다른 AI 기반 서비스의 중추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베어드는 “장기적으로 구글은 규모, 엔지니어링, 클라우드 자원, AI 기능 등에서 경쟁 우위에 있다”며 “생성형 AI 붐의 수혜자가 될 좋은 위치를 선점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단기적인 악재에 노출된 구글
모건스탠리는 “MS와 경쟁은 알파벳의 수익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구글의 검색시장 점유율이 빙을 압도하고 있다해도 경쟁은 구글의 사업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JP모건은 “구글의 검색시장 점유율이 5% 줄어들면 영업이익과 주당순이익 9~10%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검색시장 선두주자로서 구글이 어려운 위치에 서있다”고 봤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의 광고사업의 해체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입니다. 이런 악재까지 헤처나가야 하는 상황입니다.
빅테크 AI 투자 경쟁의 서막
결국 구글의 반격이 어느 시점에 나타날지 주목됩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MS가 전략적으로 우위에 섰지만 앞으로 몇 주 안에 구글의 대대적인 공개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웨드부시는 “생성형 AI 경쟁은 장기전이 될 것이며 구글, 애플, 메타를 비롯한 테크기업들이 이 AI에 수십억달러를 지출할 것”이라며 “이런 치열한 투자 경쟁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챗GTP에 대한 이해
챗GTP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AI연구 스타트업 오픈AI가 개발한 AI 챗봇입니다. 지난해 11월 출시되면서 실시간 채팅 방식으로 역사나 철학을 주제로 대화할 수 있고, 특정 아티스트 스타일의 가사를 만들거나, 컴퓨터 프로그래밍 코드를 편집하는 데 의견을 내기도 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습니다. 또 인터넷에서 스크랩한 기사와 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글을 편집하고 요약해 전달해주기도 합니다. 문장의 구조와 문법을 학습해 이를 모방하는 단계에 이른 겁니다.
챗GTP 등 AI 챗봇의 작동 원리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입니다. 여기서 트랜스포머는 일련의 데이터에서 장기 패턴을 찾기 위한 특수 알고리즘입니다. 문장의 다음 단어, 문단의 다음 문장, 에세이의 다음 문단을 예측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를 통해 한 주제에 대해 긴 글로 이어나갈 수 있는 겁니다. 트랜스포머는 방대한 데이터를 소화하기 위해 두 단계의 학습을 거칩니다. 첫째, 대량 수집이 쉬운 일반 데이터를 사전 학습합니다. 둘째, 특정 작업에 대해 맞춤형 데이터로 미세 조정을 수행합니다. 챗GPT도 언어의 규칙과 구조를 배우기 위해 거대한 온라인 텍스트 저장소에서 사전 훈련됐습니다.
AI 챗봇의 한계
구글 바드가 실수한 것처럼 AI 챗봇은 완벽할 수 없습니다. 생성형 AI는 학습한 데이터에 기반합니다. 방대한 데이터에 의존하기 때문에 개발자가 AI에 대해 예측이나 제어가 어렵습니다. 개발자가 그 데이터를 모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죠. 잘 정제된 고품질 데이터로 학습하고 인간 트레이너와 자주 대화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정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반면 음모론처럼 의혹에 대한 내용이나 비영어권 언어로 제작된 주제에 대해서는 잘못된 답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지난주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생성형 AI 경쟁을 보면서 이 분야의 발전에 빠르게 진행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삶을 과연 어떻게 바꾸고 산업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됩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