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장주를 주로 매수했던 서학개미들이 올 들어 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연내 하락 전환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진 데다 증시 불안정성이 커지면서 비교적 안전한 채권 ETF로 자금을 옮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장株 사던 서학개미가 달라졌다…"증시 불안할 땐 채권 ETF가 최고"

순매수 상위 절반이 채권 ETF

1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16일까지 해외 투자자의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4개는 채권형 ETF인 것으로 집계됐다. 상위 20개 종목으로 넓히면 9개가 채권형 ETF였다. 지난달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20위권 종목 중에서는 채권형 ETF가 세 종목뿐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이달 순매수 규모가 많은 채권형 ETF는 ‘JP모간 울트라 쇼트 인컴 ETF(JPST)’로 순매수 규모는 3918만달러였다. 이 ETF는 1년 미만 미국 단기채권에 투자하는 월배당형 상품이다. 변동성이 매우 낮은 게 특징이다. 연초 증시 전망이 불투명해지자 투자자들이 자금을 옮긴 것으로 분석된다.

서학개미들은 기준금리 인하, 달러 약세에 기대를 거는 상품도 대거 사들였다. 서학개미는 JPST에 이어 ‘반에크 JP모간 신흥국 현지통화채권 ETF(EMLC)’를 2967만달러 사들였다. 이 ETF는 신흥국의 통화표시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달러 약세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순매수 상위권에 오른 또 다른 채권형 ETF ‘아이쉐어즈 아이박스 USD 하이일드 회사채 ETF(HYG)’도 금리가 인하되면 채권 가격 상승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지난해 채권금리 상승으로 14% 넘게 하락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3.89% 상승했다.

미국 장기국채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미국채 불 3X SHS ETF(TMF)’도 순매수 상위권에 들었다. 이 ETF 역시 지난해 채권금리 상승으로 70% 넘게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선 15.9% 상승했다.

전병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 하락으로 지난해 최고 9%대에 달했던 신흥국 달러채권 금리는 7%대 중반으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미국 임금 및 물가 상승세 둔화가 신흥국 채권 등에 대한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고 분석했다.

테슬라·애플은 여전히 사들여

서학개미들의 최선호 주식인 테슬라와 애플도 이달 순매수 상위권에 들었다. 테슬라의 순매수 금액은 2억3633만달러, 애플은 5531만달러로 각각 순매수 1, 3위를 기록했다. 테슬라 단일 종목의 수익률을 1.5배 추종하는 ETF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1.5X ETF(TSLL)’도 순매수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테슬라와 애플의 재고 물량이 쌓이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목표주가를 하향하는 것과 정반대 행보다.

미국 자산운용사 구겐하임은 최근 테슬라 투자등급을 ‘중립’에서 ‘매도’로 하향하고 목표주가도 현재 테슬라 주가(122.4달러)보다 낮은 89달러로 제시했다. 바클레이스도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애플의 목표주가를 기존 144달러보다 낮춘 133달러로 제시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