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경기 둔화 속 중국의 지난달 수출이 34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중국 해관총서(관세청)은 작년 12월 수출이 2021년 같은 달보다 9.9% 줄어든 3060억달러(약 380조원)로 집계됐다고 13일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10%)와 비슷한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2020년 1~2월의 -17.2% 이후 34개월 만의 최저 기록이다. 중국은 춘제(설) 연휴가 있는 1~2월의 주요 지표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묶어서 내놓는다.

중국의 수출 증가율은 지난 10월 -0.3%로 2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11월 -8.7%로 감소 폭이 커졌고 12월에 더 악화했다. 세계적 인플레이션에 주요국이 금리를 올리면서 수요가 감소한 여파가 중국 수출 부진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3대 수출국(지역) 가운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은 7.5% 늘었지만 미국은 19.5%, 유럽연합(EU)은 17.5% 줄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최대 수출국도 미국-EU-아세안에서 아세안-미국-EU로 바뀌었다.

유럽 국가 중에선 독일(-27.9%), 프랑스(-18.9%)의 감소 폭이 컸다. 중국의 한국 수출은 9.7% 감소한 135억달러, 일본 수출은 3.3% 감소한 141억달러로 집계됐다.

품목별로는 중국의 최대 수출 상품인 PC 등 정보처리장치가 35.7% 급감한 175억달러로 나타났다. 반도체 등 집적회로가 16% 줄어든 136억달러, 휴대폰이 29.2% 감소한 135억달러로 집계됐다. 가전제품(-20.9%), 섬유류(-23%), 철강재(-13.2%), 의류(-10.3%) 등도 감소 폭이 컸다.

반면 자동차 수출은 90.7% 급증한 58억달러를 기록하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정제유도 205% 늘어난 66억달러로 조사됐다. 아이리스 팡 ING 이코노미스트는 "올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중국의 수출 부진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12월 수입은 전년 동월 대비 7.5% 감소한 2280억달러였다. 수입 감소율도 3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갔지만 감소 폭은 11월의 -10.6%에서 줄어들었다.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에 갑작스러운 '위드 코로나' 전환에 따른 감염 확산으로 내수 경기가 둔화하면서 수입도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12월 무역 흑자는 780억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17.4% 줄어들었다.

2022년 연간 수출은 7.0% 증가한 3조5936억달러, 수입은 1.1% 늘어난 2조7160억달러로 조사됐다. 연간 흑자는 8776억달러였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