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규제의 주요 대상이던 앤트그룹이 기업공개(IPO) 계획을 당국으로부터 승인받자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IT업체 주가가 급등했다. 중국의 빅테크 때리기가 멈출 거란 낙관론이 확산돼서다.

4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그룹이 중국의 규제당국으로부터 등기자본 증액·지분 구성 조정 등을 담은 자본조달 계획을 승인받았다.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감위) 충칭 감독관리국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앤트그룹의 계열사인 충칭앤트소비자금융이 제출한 증자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앤트소비자금융은 자기자본을 기존 80억위안(약 1조 5000억원)에서 185억위안(약 3조 4000억원)까지 늘릴 수 있게 됐다. 앤트그룹은 이 증자에 52억 5000만위안(약 9685억원)을 출자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앤트그룹의 IPO 재개를 위한 주요 걸림돌이 제거됐다는 관측이다.

이날 앤트그룹의 자본조달 승인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뉴욕증시에서 앤트그룹의 모기업인 알리바바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98% 급등했다. 지난해 6월 이후 하루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주식 거래량도 최근 3개월 평균치의 3배 이상 육박했다.

알리바바를 비롯해 중국 빅테크인 JD닷컴(14.68%), 바이두(10.6%), 넷이즈(8.01%), 핀둬둬(7.73%) 등도 덩달아 급등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나스닥골든드래곤차이나지수도 이날 8.57% 올랐다. 올해 들어 12% 상승하며 2001년 집계를 시작한 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가가 급등한 건 중국 당국이 빅테크 때리기를 멈출 거란 기대감에서다. 알리바바와 앤트그룹의 창업자인 마윈은 2020년 10월 당국의 금융규제를 공개 비판했다. 마윈의 ‘설화(舌禍)’ 사건이라 불리며 알리바바는 당국의 견제 대상이 됐다.

같은 해 11월 예정됐던 앤트그룹 IPO는 무기한 연기됐고, 알리바바는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을 혐의로 10억달러 규모의 벌금 폭탄을 맞았다.


올해부터 중국 당국이 경기를 진작하려 빅테크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중국 당국은 알리바바를 비롯한 빅테크에 대한 규제 수위를 낮추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일자리 창출, 글로벌 경쟁 등을 주도하는 IT 플랫폼 업체의 역할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레온 치 다이와 캐피털 애널리스트는 “앤트그룹에 대한 규제를 마무리하는 신호로 본다”고 해석했다.

최근 마윈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마윈 공익재단에 따르면 마윈은 이 재단에서 진행된 ‘우수 농촌 교사들과의 만남’ 행사에 참석했다. 2년여 만에 공개 석상에 나타난 마윈의 경영 복귀 가능성도 커졌다는 이야기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