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행보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월스트리트 일각에서 연착륙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등장하고 있다. Fed의 통화 긴축과 별개로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견고하다는 것이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는 4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띄운 글에서 “Fed가 섣불리 기준금리를 낮추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칫 물가 상승률을 다시 부추기는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카시카리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멤버다.

카시카리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을 수 있으나 Fed 목표인 2% 경로로 확실히 진입할 때만 금리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며 “앞으로 몇 번 더 금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예상되는 Fed의 최종금리는 연 5.4%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물가 상승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Fed의 정책 전환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인플레이션을 낮추려면 임금 상승률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를 너무 빨리 낮추면 물가가 다시 치솟을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Fed의 신뢰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야데니리서치의 에드 야데니 대표는 “Fed가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도 연착륙은 여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예상했다.

그는 “성장률이 꺾이지 않고 있는데다 소비 역시 견조하다”며 “올 상반기에 초과 저축이 많이 잠식되겠지만 하반기엔 임금 상승률이 더 빠르게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데니 대표는 “상품에서 서비스로의 지출 전환 역시 경기를 부양하는 주요 배경”이라며 “다만 금리를 다시 낮추는 ‘Fed 피봇’은 금방 나오지 못하고 금리 역시 연 5~5.25%의 높은 수준을 장시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6월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Fed 목표치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Fed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6월 정점을 찍은 뒤 빠르게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Fed 목표치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Fed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이 거의 멈추겠지만 역성장이 아닌 슬로세션이 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진정되고 있고 가계와 기업의 재정 역시 건전하다”며 “올해 모든 경제 부문이 부진하겠지만 침체 회피는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신용 시장의 과도한 확대 등 전형적인 침체 신호도 없다”며 “결국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소비 덕분에 연착륙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랍 긴스버그 울프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애플 테슬라 등 대형주 급락에도 증시가 버텨주고 있다”며 “조만간 단기적인 안도 랠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 이후에 훨씬 더 큰 폭의 추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