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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지금까지 발표된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나빠지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이로 인해 주식 시장이 바닥을 치는 시점도 지연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생각보다 나빠지지 않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이 내년 실적 가이던스(자체 전망치)를 충분히 내리지 않고 있어서다.
리사 샬럿 모건스탠리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3분기 실적은 내년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낮출 만큼 충분히 부정적으로 나와 약세장의 바닥을 만들어 줄 것으로 예상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편입 종목 중 지금까지 실적을 공시한 20%의 회사를 기준으로 보면 실적은 여전히 건재하다”며 “내년 실적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도 올해 1월 이후 2% 하락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예상 밖 호실적의 배경으로 ‘서비스업 회복’이 지목됐다. 샬럿은 “항공, 식당, 건강보험, 은행과 같은 산업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소비 강세의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며 “리오프닝에 따른 서비스 소비가 (제조업에서의) 재고 과잉 및 공산품의 수요 감소를 상쇄하는 것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 소비 정상화에 따라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국내총생산(GDP) 나우(Now) 모델은 3분기 미국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성장 전망을 상향했다. 이 같은 이유로 기업 실적 컨센서스가 크게 하향되지 않고, 소비자 경제 관련 기업의 경영진들도 회사의 가격 결정력을 이야기하며 가이던스를 낮추지 않고 있다고 살럿은 설명했다.
그는 “(늘어나는) 매출은 인플레이션의 정점이 아닌 지속성을 시사한다는 게 중요하다”며 “기업의 가격 결정력이 강한 상태가 계속되면 밸류에이션의 핵심 변수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고점을 찍고 내려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호실적으로 내년 실적 전망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시장 금리는 계속 오르고 약세장은 길어진다는 것이다.
내년 실적이 결국 악화될 수밖에 없다는 확신에 따른 전망이다. 샬럿은 모건스탠리의 수석전략가 마이크 윌슨이 내년 S&P500 편입 종목들의 합산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로 212달러를 제시한 점을 언급하며 “(이 추정치는) 수익률 곡선, 선행경제지표의 역전, 기업 이익과 상관관계가 강한 ISM 제조업지수의 일관된 하락 등 많은 거시경제 변수에 의해 확실하게 뒷받침된다”고 평가했다.
현재 형성돼 있는 내년 S&P500 편입 종목들의 합산 EPS 컨센서스는 238달러다. 올해 초의 245달러 대비 2.86% 낮아진 수준이다. 이에 대해 샬럿은 에버코어(Evercore) ISI의 독립연구원들을 인용해 한 해 동안 기업들의 실적 컨센서스가 하향되는 폭이 지난 25년동안 평균 6%였지만, 올해는 3%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도 실적 악화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당장 주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가이던스 조정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샬럿은 “3분기 CEO 신뢰지수는 경기 침체 수준이었을 뿐만 아니라, 6개월 미래 전망에 대한 지표는 1979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S&P500 기업의 합산 EPS 컨센서스가 (윌슨의 추정치인) 212달러까지 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불안감이 가시적인 분야 중 하나는 환율”이라며 “교역 가중 미국 달러의 가치가 전년 대비 17% 절상된 건 (미국 기업의) 매출을 감소시키고 있다”며 “달러 강세에 따라 내년에는 해외에서 영업하는 기업들이 글로벌 매출 및 시장점유율 악화의 두 가지 부담을 모두 떠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현실이 천천히 (윌슨의) 추정에 다가갈수록, 약세장은 더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평균 이상의 배당금과 자사주 매수 수익률이 기대되는 의료, 금융, 에너지, 방산주 등에서 기회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