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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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국가들이 ‘금융제재 핵폭탄’을 꺼내들자 러시아 경제가 휘청였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에서 일부 러시아 은행을 퇴출하기로 한 뒤 러시아 화폐인 루블 가치가 폭락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안전자산 수요가 늘면서 세계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 가치는 급등했고 국제 유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28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한때 모스크바 환전소 등에서 러시아 루블·미국 달러 환율은 117.8루블로 급등(루블 가치 급락)했다. 지난 25일보다 루블 가치가 28% 하락하며 사상 최저 기록을 다시 썼다.

루블 가치가 폭락하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9.5%에서 연 20%로 대폭 인상했다. 환율 방어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SWIFT 퇴출의 후폭풍을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앞서 보유한 외화를 일부 매각해 루블 가치를 방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보유한 해외 유보금까지 동결되면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크게 줄었다. 조지 사라벨로스 도이체방크 애널리스트는 “SWIFT 제재로 러시아가 세계 금융회사와 거래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망가졌다”고 했다.

러시아 현지에선 달러를 확보해두려는 시민들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마다 장사진을 이뤘다. 한 모스크바 시민은 “한 시간 넘게 ATM에 줄을 섰지만 외화는 모두 바닥나고 루블밖에 남지 않았다”며 “생각조차 못했던 상황이어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 가치는 급등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뜻하는 달러인덱스는 97.42까지 올라갔다. 호주 커먼웰스은행의 캐롤 콩 FX전략가는 “달러인덱스가 심리적 저항선인 97.47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유로는 당분간 약세일 것이란 관측이다.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물가가 올라 화폐(유로)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유가도 요동쳤다. 이날 아시아 시장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전장 대비 6.06% 급등한 배럴당 97.14달러에 손바뀜했다. 브렌트유 선물도 5.24% 오른 배럴당 103.06달러에 거래됐다. 컨설팅 업체 리스태드에너지는 우크라이나 상황이 악화하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현/김리안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