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헤지펀드들이 에너지주 지분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에너지주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에서다.

高유가에 힘 받는 에너지주, 헤지펀드가 '찜'한 종목은…
23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투자은행 RBC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된 지난해 4분기 주식 보유 현황 보고서(13F)를 분석해 대형 헤지펀드들이 지분을 늘린 종목 10개를 꼽았다. RBC는 “에너지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에 대형 헤지펀드들이 탑승하고 있다”며 “헤지펀드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갈등을 예견할 수 없었던 지난해 4분기에도 대형 에너지주에 대거 몰렸다”고 설명했다.

RBC 분석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이 가장 지분을 많이 늘린 기업은 미국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업체인 셰니에르에너지(종목명 LNG)다. 지난 1년간 S&P500지수가 약 7% 오르는 동안 이 기업의 주가는 69.76% 상승했다.

헤지펀드 지분이 늘어난 2, 3위 업체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회사 안테로미드스트림(AM)과 석유·가스 정제 업체 홀리프런티어(HFC)다. 4위는 유전 서비스업체 슐럼버거(SLB)가 차지했다. 천연가스 원유 탐사 기업 APA(APA)는 5위 자리에 올랐다.

6위부터 10위까지는 순서대로 텍사스퍼시픽랜드(TPL) 원오케이(OKE) EOG리소시스(EOG) 엑슨모빌(XOM) 발레로에너지(VLO)가 차지했다.

RBC는 “올해 주가 상승률은 좋지 않지만 헤지펀드들이 꼽은 에너지주는 지난해 4분기에 좋은 수익률을 보였다”며 “투자자들은 에너지주를 40년 만에 최고치에 달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마이클 트란 RBC 애널리스트는 “앞으로 에너지 가격은 지정학적 긴장과 상관없이 오르는 슈퍼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며 “우리는 이 단어를 지난 1년 동안 세 번 사용했는데, 그때마다 미래에 대한 확신이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RBC 애널리스트들은 원유 제품에 대한 공급 부족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긴장, 인플레이션 등이 맞물려 국제 유가가 곧 배럴당 115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