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또 다시 급락했습니다. 전날 소비자물가지수(CPI) 급등에 따라 증시가 충격을 받았는데, 이날은 전쟁 위기로 2차 타격을 받았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임박했다는 불안이 엄습했습니다.

대표 지수인 S&P500지수는 전날 대비 1.90% 떨어진 4,418.64, 나스닥지수는 2.78% 급락한 13,791.15, 다우지수는 1.43% 밀린 34,738.06에 각각 거래를 마쳤습니다.

전쟁 위기설에 불을 지핀 건 미 백악관 및 국방부 출입기자들이었습니다.

PBS의 저프 베넷 기자는 점심 무렵 트위터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3명의 미국 관료로부터 들었다”고 띄웠습니다. 다음주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푸틴이 최종 결정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긴급히 해명했으나 그 역시 “러시아의 공격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고 확인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오는 20일 종료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나기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제니퍼 제이콥스 블룸버그통신 기자는 이후 자신의 트윗에서 “다음주 화요일에 러시아 공격이 시작될 것”이라며 “공격 대상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이 될 수 있지만 수도인 키예프가 될 수도 있다는 게 미국 관료들의 생각”이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있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출국을 권고한 것도 무력 충돌의 현실화 우려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일본 이스라엘 등 각국은 자국민 피신을 촉구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24시간에서 48시간 내 우크라이나를 떠나야 한다”고 강력 권고했습니다. 그만큼 러시아의 전쟁 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방증입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도가 세질 것이란 우려도 투매 심리에 불을 붙였습니다.

골드만삭스와 씨티그룹 도이치뱅크 HSBC 등은 일제히 “Fed 태도가 종전보다 훨씬 빨리 긴축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봤습니다. 물가 상승세가 너무 빠르다는 겁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서브라마니언 미국주식총괄은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 수준인데, 금리 인상기였던 2015~2019년의 14~18배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라며 “올해 내내 (하향 쪽의) 변동성이 클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채권 전문가인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Fed는 확실히 시장 흐름에 뒤처져 있다”며 “경기 침체 조짐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Fed가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경우 시장은 (Fed 예상보다) 더 크게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Fed는 이미 시장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습니다.

미국의 소비 심리도 조금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시간대가 매달 집계 내는 소비자태도지수는 이달 기준 61.7로, 시장 예측(67.0)을 한참 밑돌았습니다.

국제 유가와 금값은 급등했습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된 탓입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날 대비 배럴당 4.4% 뛴 94달러 선에서 거래됐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1.5% 상승한 1865달러 선에 달했습니다.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채권 가격도 크게 뛰었습니다. 채권값이 오르면서 금리는 떨어졌습니다. 10년 만기 및 2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 금리는 하룻동안 11bp(0.11%포인트)씩 하락했습니다.

이날의 ‘글로벌마켓나우’ 이슈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조기 긴축도 버거운데 경기 침체 조짐 ② 전쟁 관련주·유가·금값 급등 ③ 익스피디아 “여행 회복세 뚜렷” ④ 우버 “암호화폐 언젠가 수용” ⑤ “주가 더 떨어질 거란 월가 진단 등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경 글로벌마켓 유튜브 및 한경닷컴 방송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