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의 주식오마카세에서는 매 주 하나의 일본종목을 엄선해 분석합니다. 이번주 다룰 종목은 일본 디즈니랜드를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종목번호 4661번)입니다.
작년 도쿄 디즈니리조트(TDR·디즈니랜드와 디즈니시) 방문자는 2019년 대비 60% 줄었다. TDR을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는 입장료를 올려 대응했다. 그런데도 TDR의 고객만족도는 같은기간 2.5%포인트 올랐다. 코로나로 인한 입장인원 규제에 대기시간이 적어진 데다, 그동안 코로나가 두려워 가지 못했던 TDR을 드디어 방문했다는 만족감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TDR의 독보적 존재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일본 TDR을 운영하는 오리엔탈랜드는 코로나 이후 입장인원과 입장료 증가의 쌍방 수혜를 볼 수 있는 종목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으며 연일 사상 최고가를 쓰고 있다.

단단한 TDR팬…로열티 내고도 이익률 20%

8일 동경증권거래소에서 오리엔탈랜드는 전거래일 대비 4.35% 오른 2만1830엔에 장을 마쳤다. 전날에 이어 사상최고가를 다시 썼다. 오리엔탈랜드는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매년 상승 중이다. 2020년에 14.5% 오른 데 이어 지난해에도 13.8% 상승했고, 올해도 13% 오르는 중이다. 오리엔탈랜드는 최근 10년 간 2016년 한 해를 제외하고 매년 상승, 총 10배 오른 '텐배거'다.
오리엔탈랜드는 TDR을 운영해 돈을 버는 회사다. 하지만 미국 월트디즈니의 지분은 전혀 없고 순수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한다. 1983년 개장한 도쿄디즈니랜드는 미국 외에 문을 연 첫 디즈니랜드이자 세계서 유일한 프랜차이즈형 디즈니랜드다. 당시 월트디즈니는 미국 밖에서도 디즈니랜드가 인기를 끌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또 에프콧 센터를 짓느라 자금 사정도 여의치 않았다. 이 때 지바현 우라야스 매립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던 오리엔탈랜드는 월트디즈니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프랜차이즈 계약에 성공했다. 디즈니의 도움 없이 독자적으로 자본조달을 할 필요가 있었기에 1996년 동경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이후론 사채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 TDR의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594억엔을 투자해 2~3년에 한 번 꼴로 새 놀이기구를 들인다.

오리엔탈랜드는 월트디즈니의 의구심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이어왔다. 일본엔 TDR 방문팁과 새로 판매하는 굿즈를 소개하는 잡지가 매일 발매될 정도로 TDR이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런 지지 덕에 디즈니개장 첫 해 993만명이 방문했던 TDR에는 코로나 이전(2019년)엔 2900만명이 방문하는 인기장소가 됐다.

문제는 방문자가 늘어날 수록 월트디즈니에 지불해야 하는 로열티도 많아진다는 점이다. 오리엔탈랜드는 일본 사정을 감안해 영리하게 로열티 계약을 맺었다. 입장료의 10%를 로열티로 지불하는 대신 굿즈와 음식판매 수입에선 5%만 지불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어딜 다녀오면 꼭 직장이나 아르바이트처에 다녀온 곳에서 파는 굿즈(오미야게)를 사서 돌린다는 점을 감안했다. 실제 TDR의 고객 1인당 매출구성(2019년)을 보면 입장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45.6%로 굿즈(33.41%)와 음식판매(21%)보다 작다. 전세계 테마파크 매출의 55~60%를 입장료가 차지하고 25~30% 가량을 굿즈·음식이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2019년 IAAPA 조사). 똑똑한 전략 덕에 오리엔탈랜드는 코로나 이전까지 매년 1000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리고, 영업이익률도 20%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주가는 이를 반영해 꾸준히 올랐다.

방문자 증가·입장료 인상·새 놀이기구 기대감 '3박자'

코로나19는 오리엔탈랜드에게 시련을 안겼다. 감염을 우려해 입장제한을 실시한 까닭에 2020년에 상장 첫 적자(541억엔 영업손실)를 기록했다. 2021년(2021년 4월~2022년 3월)에도 적자폭은 줄였으나 여전히 영업손실 58억엔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올해는 단계적 일상회복이 가시화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 729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TDR의 존재는 대체불가능 한 만큼 소비자는 코로나만 멎으면 TDR에 들를 것이기 때문이다. 흑자전환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인은 입장료 인상이다. 지난해 오리엔탈랜드는 혼잡이 예상되는 시간대엔 입장료를 500엔 더 받는 변동가격제를 도입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방문자 1인당 매출은 1만4637엔(1월 집계)으로 2019년 대비 26%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일본의 디즈니랜드 입장료가 해외에 비해 싼 편이기 때문에 입장료를 더 올릴 여지도 있다고 본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설도 생긴다. 오는 4월엔 토이스토리를 주제로 한 호텔이 열린다. 내년엔 디즈니씨에 겨울왕국과 라푼젤, 피터팬을 주제로 한 놀이기구가 차례로 생긴다.
디즈니시 내 개발 중인 영화 <겨울왕국> 테마 구역 이미지 모형
디즈니시 내 개발 중인 영화 <겨울왕국> 테마 구역 이미지 모형
오리엔탈랜드는 입장료 인상에다 새 시설 기대감까지 가세하니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저점매수세가 꾸준히 몰렸다. 2020년 말에만 해도 시가총액 17위(6조1972억엔)였던 오리엔탈랜드는 2021년말 14위(7조531억엔)로 올라서며 닌텐도(15위·6조9674억엔)를 꺾었고, 현재 10위(7조9394억엔)를 기록 중이다. 증권가에서도 눈높이를 계속 높이고 있다. 지난 7일 메릴린치는 목표주가를 2만3000엔에서 2만3600엔으로 올리고 '매수'를 유지했다. 앞서 지난 2일 미쓰비시UJF모건스탠리 역시 목표주가를 2만4700엔에서 2만6600엔으로 올리고 '비중확대'를 유지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