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미국 유통 소매업체에서 소비자들이 필요한 식료품을 구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 전역에 확산하면서 생산과 운송, 유통을 담당하는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근로자 부족으로 각 단계마다 지연 시간이 늘어나면서 식료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길목 전체가 ‘동맥경화’ 상태에 빠졌다. 미국에서 식량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생산, 운송, 유통 길목마다 일손 부족

또 텅텅 빈 식료품 매대…"美, 식량대란 위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업체 IRI 자료를 인용해 최근(지난 16일 기준) 미 소매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식료품 재고율이 86% 수준에 불과하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평균 식료품 재고율이 90% 이상이었던 코로나19 사태 전뿐만 아니라 작년 여름보다도 낮은 수치다. 식료품 재고율은 지난해 말(87%)보다 1%포인트가량 하락했다.

문제는 미국인 식탁에 매일 올라오는 주요 식자재에 타격이 유독 크다는 점이다. 냉동육류(소고기, 돼지고기) 및 해산물의 재고율은 최근 84%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작년 여름만 해도 90% 수준이었다. IRI에 따르면 일부 식료품 재고율은 60~70%에 그치고 있다. 빵 등을 만들 수 있는 냉장 반죽의 재고율은 최근 72%대로 떨어졌다. 역시 지난해 여름만 해도 슈퍼마켓에서 구하기 어렵지 않았던 물품이었다.

미 소매업체에서 식료품을 구하기 어려워진 건 오미크론 확산 때문이다. 오미크론이 미 전역에 번지면서 생산 및 운송, 유통기지에서 근로자가 줄어들고 병목현상도 심해졌다.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작년 12월 29일부터 지난 10일까지 2주일 동안 미 전역의 결근자 수는 880만 명에 달했다. 인구조사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20년 4월 이후 가장 많다. 본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감염된 가족을 간호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직장에 나올 수 없었던 사람들이 최근 급증했다는 뜻이다.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식료품이 생산현장에서 소비자 식탁에 도달하기까지는 길면 몇 주가 걸린다. 이 길목마다 오미크론이 발목을 잡으면서 소매업체 진열장을 채우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는 걱정이 일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이달 둘째주 소 도축 및 소고기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돼지고기는 9% 감소했다. 이달 첫째주 닭고기 생산량은 4% 줄었다. 우유와 치즈 등 유제품 생산량도 감소했다. 근로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면서 결근이 늘어나고 생산시설 가동률이 줄어든 탓이다. 출근자가 야근을 하고 있고, 임시직도 채용하고 있지만 수요를 충족하기엔 일손이 달리는 상황이다. 숙련 인력이 현장에서 빠져서다.

그 다음 단계인 운송도 문제다. 창고 근로자와 운전기사 중에서도 감염자가 속출해 배송이 평소보다 늦어지고 있다. 마지막 단계인 소매업체에서도 상품을 정리하고 진열할 근로자가 부족하다. 심지어 주문량이 적은 영세 유통점의 경우 상품을 수령하기도 힘들다. WSJ는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 “오미크론 감염자가 줄어들더라도 식료품 대란이 짧게는 몇 주에서 길게는 몇 달간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구인난에 오미크론까지 겹치면서 미 기업들은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임금 인상 및 복지 확대를 내걸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근로자가 손에 쥐는 실질 임금은 줄어들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임금 상승률은 -2.4%를 기록했다. 임금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 올랐지만 같은 기간 물가가 7% 상승한 여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