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 확산이 곧 '피크'를 칠 것이란 예상
지난 5일에 뉴욕에 도착해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상황을 직접 보니 미국의 경제활동은 팬데믹 이전의 80% 수준은 정상화된 상황으로 보입니다. 서울보다 더 낫습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절반은 마스크를 벗고 있었습니다. 백신 접종을 끝냈다는 표식입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코스트코 등 쇼핑몰은 사람들로 가득 차 미어터지는 수준이었습니다. 유통업체, 레스토랑 등 앞에는 대부분 구인공고가 붙어있습니다. 공항도 국제선은 한산했지만, 국내선은 승객들로 비행기가 거의 꽉 차고 있습니다.

이런 미국의 분위기는 지난주 금요일(6일) 발표된 7월 고용지표에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예상(87만 명)을 훨씬 넘는 94만3000명 고용이 이뤄진 겁니다. 또 6월 고용도 85만 명에서 93만8000명으로 증가하는 등 5~6월 고용도 11만9000명 추가 증가한 것으로 조정됐습니다. 메릴은 이에 대해 “구인란이 정점을 지났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 확산이 곧 '피크'를 칠 것이란 예상
고용이 계속 늘면서 현재 실업자 수는 팬데믹 이전인 작년 2월보다 약 570만 명 많은 상황입니다. 월가에서는 이런 속도로 고용이 이뤄진다면 내년 2월이면 고용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 때문에 미 중앙은행(Fed)이 올 11~12월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던 테이퍼링을 좀 더 앞당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 7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발표할 것이란 관측을 유지하면서도 11월 발표 가능성을 기존 20%에서 25%로 높였습니다.

이날 보스턴연방은행의 에릭 로젠그린 총재는 "Fed는 자산매입 축소를 이번 가을에 시작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도 "지난달에 94만30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됐다. 고용이 이런 개선속도를 유지한다면 4분기 자산매입 축소가 더 빨리 시작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 확산이 곧 '피크'를 칠 것이란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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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6월 채용공고(job opening)도 이런 추세를 확인시켜줬습니다. 지난 6월 채용공고가 1007만 건으로 집계돼 역대 최대를 경신했습니다. 이는 현재 실업자 전체보다 140만 건이 더 많은 겁니다. 골드만삭스는 이에 대해 "강력한 고용 수요가 지난 6월과 7월 긍정적 고용지표에 기여를 했다는 또 다른 증거"라며 "우리가 올해 남은 기간에도 계속 상당한 고용 확대를 예상하는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9월에는 100만 명 이상 고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문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입니다.

사실 20여 일 뒤인 9월이면 학교들이 새 학년을 시작하면서 대면 수업을 재개하고, 부모들은 직장으로 출근하면서 100% 정상화되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정상화 기대는 점점 더 늦춰지고 있습니다. 하루 신규 감염자 수가 지난 2월 이후 다시 처음으로 10만 명(8일 기준 7일 평균 11만360명)이 훌쩍 넘으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9월 학교 개학과 함께 경제활동을 완전히 돌리려는 계획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습니다. 아마존은 아예 정상출근을 내년 1월로 미뤘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 확산이 곧 '피크'를 칠 것이란 예상
델타 변이 확산이 다시 경제의 전면적 봉쇄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은 전혀 없습니다. 통계에 따라 약간씩 다르긴 하지만 90% 이상의 입원자와 사망자가 백신 미접종자이기 때문입니다. '백신 미접종자들의 팬데믹'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그동안 미접종자가 많았던 남부, 중부 주들의 백신 접종률이 급하게 다시 올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경제 회복의 속도를 늦출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7월 고용 수치가 델타 변이의 본격적 확산 이전에 집계됐다는 점에서 고용 추세가 이어질지 주의해서 봐야 한다는 시각(뱅크오브아메리카)도 있습니다. 고용지표는 매달 12일을 포함한 주(7월의 경우 12~16일)에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당시는 델타 변이가 조금씩 늘어나던 때죠.

지난달 고용지표를 보면 호텔, 여가, 레스토랑 업종에서 38만 명이나 고용이 발생했습니다. 과연 델타 변이 감염 속도가 빨라진 7월 말부터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부킹홀딩스의 글렌 포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실적 발표에서 "코로나 확진자 증가와 새로 부과된 여행 제한 조치로 인해 7월 여행 예약 추세가 6월보다 약간 후퇴했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백신 접종률이 낮은 아시아, 특히 최근 중국에서도 감염이 확산하면서 세계 경기 회복이 추가로 더 지연될 가능성까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지난 8일 기준 125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해 전날 96명보다 29명 증가했습니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8.6%에서 8.3%으로, 모건스탠리는 8.7%에서 8.2%로 내렸습니다.

지난 금요일 예상보다 좋은 고용지표로 인해 다시 사상 최고치로 올랐던 S&P 500 지수가 이날 온종일 약세를 보였던 이유입니다.

델타 변이로 인한 걱정이 장세를 지배하면서 메리어트, 라이브네이션,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 항공 등 경제 재개 관련주들이 모두 2~3% 하락했습니다. 반면 코로나 확산의 수혜주인 모더나의 주가는 17% 급등했습니다. 결국 경기 회복 수혜주가 많은 다우는 0.30%, S&P 500지수는 0.09% 떨어졌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0.16% 올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 확산이 곧 '피크'를 칠 것이란 예상
델타 변이로 인한 경기 회복 지연 우려 속에 유가도 4개월 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주 작년 10월 이래 최악의 주를 보냈던 유가가 이번 주도 2.5% 내림세로 거래를 시작한 것입니다.

다만 이는 익숙한 패턴입니다. 지난 4월부터 지속해서 뉴욕 증시에서는 경기 회복 지연, 테이퍼링 등 각종 걱정이 불거졌지만, 증시는 이를 이겨내면서 사상 최고치 기록을 세워왔지요. 인스티넷에 따르면 S&P 500 지수는 이런 식으로 지난 11주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장중 포함) 기록을 세워왔습니다. 이보다 더 길었던 적은 1993년, 1997년, 1998년, 2010년, 등 네 번 밖에 없었습니다. 그만큼 시장의 힘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또 펀드스트랫의 톰 리 설립자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워싱턴대 모델에 따르면 이번 주 후반에 하루 감염자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델타 바이러스 확인이 정점을 지나고 나면 엄청난 랠리(everything's rally)가 벌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델타 변이를 그렇게 우려할 것은 없다는 뜻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델타 변이로 인해 테이퍼링이 좀 늦춰질 수는 있어도 경기 회복이 계속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와서 놀란 것은 물가입니다. 공산물, 식품 등 미국의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체감적으로 10~30%는 오른 것 같습니다.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미국의 새차 평균가격은 1년전보다 8.3% 올라 4만2000달러를 넘었고, 중고차 가격도 사상 처음으로 2만50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현대차 투싼 가격을 알아봤더니, 새 차는 최소 3만 달러를 줘야 살 수 있었습니다. 엔진이 2500cc라고 해도 한국 가격(최저 2435만원)보다 훨씬 높은 셈입니다.

미국의 부동산 주택 매매 건수는 정점을 쳤지만, 시장 분위기가 꺾어진 건 아닙니다. 월가 관계자는 "집값이 단기에 너무 급등하면서 구매자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라며 "다만 가계의 소득이 높고 금리가 낮게 유지되고 있어 상승 추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집값이 오르면 통상 렌트가 후행해서 따라 오릅니다. 뉴욕 인근인 뉴저지(한국으로 치면 분당)에 사는 한 지인은 곧 2년짜리 렌트 계약이 끝나는데 집주인이 3500달러였던 월세를 5000달러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계약 기간이 끝나 재계약하면 100~200달러 오르는 게 통상적인 데 말입니다.

이렇게 높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일 수 있을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 확산이 곧 '피크'를 칠 것이란 예상
이날 뉴욕연방은행이 조사한 미국 소비자들의 향후 12개월 기대 인플레이션이 연율 4.8%에 달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조사 시작 이래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향후 3년간 기대 인플레는 3.7%로 전달 조사 때 3.6%보다 높아졌습니다. 특히 응답자의 25% 는 향후 3년간 인플레가 최대 8%에 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또 이날 미국 최대의 육가공식품회사인 타이슨푸드의 도니 킹 CEO는 “회사가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빨리 더 높아지고 있는 비용이 회사에 타격을 주고 있다”라며 “소매 가격을 9월5일에 인상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따라 11일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어떻게 나올 지 관심이 쏠립니다. 지금 예상은 지난 6월 정점(전월 대비 0.9% 상승, 전년 대비 5.4% 상승)을 찍고 내려와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5.3% 각각 상승하는 것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델타 변이 확산이 곧 '피크'를 칠 것이란 예상
이런 수치가 나와줄까요? 만약 예상보다 높게 나온다면 Fed에 대해 "테이퍼링을 앞당기라"라는 압력은 더 높아질 것입니다. 고용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물가가 복병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예상과 비슷하게 나오면서 물가도 정점을 지난 것으로 나온다면 물가 걱정도 한풀 꺾일 것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