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이 또다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으로 해상 물류 운임이 치솟는 데다 기후변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농작물과 원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해상 운임 1주일 새 4.6% 상승

컨船 운임 9주째 상승…비철금속 값도 들썩
7일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184.87로 전주 대비 4.6% 올랐다. 지난달 31일 1년9개월 만에 3000선을 돌파한 뒤 1주일 만에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3월 29일 이후 9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의 무차별적인 선박 공격으로 수에즈운하가 막힌 데 이어 사상 최악의 가뭄으로 파나마운하 통항량이 급감한 영향이다. 파나마운하청은 이달부터 하루 통항량을 32척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기존 평균 통항량인 36척에 못 미친다.

지난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은 전일보다 1.48달러(2.08%) 오른 배럴당 75.55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은 배럴당 79.87달러로 전일 대비 1.86% 뛰었다. 불과 사흘 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은 국제 유가는 이틀 연속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연 4.5%에서 연 4.25%로 인하한다고 발표하면서 원유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된 데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간 확전 가능성이 고조된 결과다. 이날 S&P 골드만삭스 원자재지수(S&P GSCI)는 569.31을 기록했다. 올해 초와 비교해 7.31% 올랐다. 4월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금속 거래를 금지하면서 비철금속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주석(26.8%), 구리(20.4%), 니켈(9.2%) 등이 올초 대비 급등했다.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전기자동차에 필수적인 리튬, 코발트 등의 수요 증가세가 이어지지만 개발도상국의 광물 채굴 투자 부족 등으로 공급 여력은 제한되고 있다.

세계 2위 희토류 매장국 베트남이 희토류 원료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나서 희토류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거론된다. 쩐홍하 베트남 부총리는 4일 의회에서 “희토류 원료를 수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희토류의 18%는 베트남에 묻혀 있다. 글로벌 희토류 수요는 2014년 이후 매년 약 4% 늘고 있다.

○엘니뇨에 가뭄 직격…농산물값 급등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 들어 전 세계를 덮친 이상 기후는 농산물 가격도 끌어올렸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농업현물지수는 지난달 28일 370.26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중해 연안국에 닥친 가뭄으로 올리브 생산량은 큰 폭으로 줄었고, 브라질 가뭄으로 오렌지주스 농축액 가격도 올 들어 35.0% 뛰었다. 1월 7일 t당 4034달러였던 코코아 선물 가격은 다섯 달 만에 144.7% 상승해 6일 9872달러를 기록했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 국립환경정보센터(NCEI)에 따르면 올해 4월은 역대 가장 더운 4월로 기록됐다. NCEI는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확률이 61%에 달한다고 전망했다. 폭염은 에어컨 수요를 늘려 유가와 원자재 가격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 딜로이트는 이르면 올해 상당수 지역에서 갈륨과 게르마늄 공급난이 발생해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송영찬/김세민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