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다음주 FOMC 예상, 그리고 파월 경질설의 배경
22일(현지시간) 이른 아침까지도 지난 이틀간의 반등 분위기는 이어졌습니다. 오전 7시20분께 주요 지수 선물은 0.2% 수준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오전 8시 30분, 매주 목요일 아침 공개되는 전주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발표된 뒤 주요 지수는 보합세 수준으로 바뀌었습니다. 연 1.31% 수준에 머물고 있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다시 1.27%로 하락했습니다. (금리 하락에는 이날 유럽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달성할 때까지 금리를 현 수준이나 그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도 영향을 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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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로 끝난 한 주간 청구건수가 전주보다 5만1000건 증가한 41만9000건(계절조정)으로 집계된 겁니다. 지난 10일로 끝난 주간의 청구건수도 애초 36만 건에서 36만8000건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애초 월가는 35만 건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생각했는데 확 올라간 것이죠. 이는 5월15일로 끝난 주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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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회복이 지연되는 데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측은 청구건수 증가는 '일시적'이고 감소 추세는 유효하다고 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월 초는 독립기념일 연휴를 전후해 자동차 공장 등이 폐쇄되면서 일시적 실업자가 늘어나는 시기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자동차 회사들은 올해 반도체 공급난을 이유로 공장 가동을 더 줄였습니다. 실제 주별로 보면 실업급여 청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자동차 산업의 중심인 미시간주로 이전 7465건보다 1만3000여 건 늘어난 2만548건이 청구됐습니다. 또 인근 켄터키주에서도 1만 건 가까이 실업급여 청구가 증가했습니다.

또 지난 10일로 끝난 주의 연속 청구건수는 2만9000건 감소한 323만6000건으로 집계됐고, 팬데믹 비상 프로그램까지 포함해 모든 정부 실업급여 프로그램 수혜 건수는 120만 건 이상 줄어든 1257만 건으로 나타났습니다. 26개 주가 연방 실업급여 지급을 7월 초까지 중단한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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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용 회복 지연을 우려하는 쪽에선 6월 신규고용 85만 개 증가 등 일자리 확대에도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늘어나는 건 기술 등 고용자와 실업자 간 미스매치가 심각한 것 때문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핵심은 델타 변이로 인한 감염자 증가가 이번 지표에 부정적 영향을 줬는가입니다. 다이언 스웽크 그랜드손튼의 수석 경제학자는 "델타 변이와 관련된 영향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아직 델타 변이가 고용을 약화시키는 건 나타나지 않았다. 핵심은 진원지의 봉쇄인데, 지금 그런 일은 없다. 다만 더 큰 문제는 델타 변이 확산에 대한 두려움에 사업 재개와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WSJ도 많은 경제학자는 델타 변이를 위험 요소로 보고 있지만, 하반기 견고한 회복 예상을 바꿀 만큼 큰 요소는 아니라고 분석했습니다.

세인트메리대학의 벨린다 로만 경제학과 교수는 WSJ 인터뷰에서 "실업급여 청구가 증가한 것은 제조 및 공급망 붕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팬데믹이 악화하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학교가 다시 문을 닫거나 봉쇄가 엄격해지면 아이들과 함께 집에 머물기로 할 수 있다"라는 얘기입니다.

미국의 7일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이날 5만2032명(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달했습니다. 지난 5월 3일 이후 처음으로 5만 명을 넘어선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영국의 사망률, 입원율 추이를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라며 "만약 유의미하게 올라간다면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영국은 코로나 확산에도 불구하고 60%에 달하는 백신 보급률을 내세워 모든 규제를 푸는 '자유의 날'을 선포했습니다. 만약 바이러스와의 동거를 선택한 영국이 뚫린다면 세계 증시는 또 한 차례 격동의 시기를 겪어야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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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실업청구 건수로 인해 뉴욕 증시는 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실업급여 청구에 델타 변이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점이 부각되면서 시장은 조금씩 회복됐습니다. 다우 지수는 0.07%, S&P 500지수는 0.20% 상승했고 나스닥은 0.36% 올랐습니다. 금리가 소폭 내려가면서 나스닥이 더 강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다음주 실적 발표를 앞둔 거대 기술주들이 줄줄이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시장이 이렇게 고용에 신경 쓰는 건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무시하고 있으니까요.

특히 모두가 인정하듯 향후 시장의 키를 Fed가 쥐고 있습니다. 특히 자산매입축소가 결정될 앞으로 몇 달간은 더욱 그렇습니다.

다음주 7월 27~2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립니다. 월가는 이달 FOMC에서는 아무런 새로운 발표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예상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4월, 6월 회의보다 테이퍼링에 대한 약간의 힌트가 더 나오는 정도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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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는 그동안 '상당한 추가 진전'이 나타날 때까지 현재의 채권매입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일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는 "우리는 그것(상당한 추가 진전)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난주 시카고연방은행의 찰스 에번스 총재는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 여전히 불안하다"라고 한술 더 떴습니다.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때문에 고용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이 델타 변이에 대해 '하방 위험'(downside risk)이 있지만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는 수준의 멘트를 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시장에 비둘기파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Fed 내부에서도 매파들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습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는 최근 "(현재 상황이) 테이퍼링을 시작하기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 총재도 “Fed가 테이퍼링 논의에 나선 것은 적절하며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테이퍼링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FOMC에서는 오랜만에 반대표가 몇 표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펜데믹 이후 지난 회의 때까지는 계속 만장일치로 통화정책을 결정했었습니다.

이날 발표된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6월 기존 주택 가격(중간값)은 전년동기보다 23.4% 폭등한 36만3300달러로 집계돼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10년 전인 2012년 6월 가격이 18만9000달러였다는 걸 감안하면 미국 집값도 정말 많이 올랐습니다. 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나오는 주택 수는 평소보다 적고, 초저금리로 수요가 호조를 보여 주택 가격은 계속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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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가격대로 보면 100만 달러 이상의 고가 주택은 147% 매매가 증가했는데, 10만~25만 달러 이하의 저가 주택은 16% 감소했습니다. 소득양극화와 집값 상승 때문에 저소득자들의 주택 마련이 더 힘들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웰스파고는 미국 소비자들이 '높은 가격'을 이유로 지금은 집을 사기에 나쁜 시기라고 지적하는 비율이 1978년 이래 가장 높다"라고 밝혔습니다.

시장 일부에선 Fed가 필요 없는 양적완화를 통해 매달 400억 달러의 모기지 채권을 매입하면서 주택담보 대출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주택 거품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는 제롬 파월 의장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만약 통화정책에 변화를 준다면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변화를 전혀 예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파월 의장은 그렇지 않아도 큰 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내년 2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이 될지 여부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9~10월께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지난 21일 WSJ과 블룸버그통신은 시장과 워싱턴에서의 파월 의장에 대한 평가가 괜찮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직 바이든 대통령이 결정하진 않았지만, 분위기는 좋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날 JP모간은 "파월 의장이 연임되지 않을 '상당한 기회'가 있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JP모간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경제학자는 "파월의 팬데믹에 대한 대응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민주당 내 진보세력(엘리자베스 워런, 셰로드 브라운 등)은 파월 퇴출을 원할 수 있다"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변화를 선택한다면 레이얼 브레이너드 이사가 주요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페롤리는 “파월이 주도한 통화정책 프레임워크 변경이 진보주의자들이 원하는 방향이지만, 중앙은행의 규제 및 감독 권한을 감안할 때 민주당 내 좌파들은 파월과 같은 공화당원이 의장직을 유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금융규제 강화, 기후변화 대응, 불평등 등에 대한 중앙은행의 더 큰 역할 뿐 아니라 다양성 차원에서도 여성이나 소수인종을 지명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브레이너드 이사와 함께 미시간 주립대의 리사 쿡 교수, 하워드대 교수이자 전미노동총연맹(AFL-CIO)의 윌리엄 스프릭스 수석 경제학자가 후보가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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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너드의 경우 파월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성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파월은 임기 초기 금리 인상과 함께 양적긴축을 '오토파일럿' 형식으로 밀어붙이다가 2018년 말 증시 폭락 사태를 유발했죠. 페롤리는 "리사 쿡이나 윌리엄 스프릭스의 경우 정책 관점이 불분명하지만 모두 고용 의무를 강조할 것이며 현재 Fed의 비둘기파적 입장을 확실히 강화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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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가장 큰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흑인, 라티노 등 소수인종의 고용까지 강조하다가 안 그래도 치솟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놓칠 수 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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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롤리는 ”지도부 교체는 시장에서 지나치게 비둘기파적인 것으로 간주될 수 있고, 이들은 역설적으로 Fed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해 더 매파적으로 대응할 약간의 위험이 있다”라고 썼습니다.

그는 그런 사례로 지난 1987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앨런 그린스펀을 Fed 의장에 지명했던 일을 상기시켰습니다. 비둘기파로 여겨지던 그린스펀이 지명되자 그날 금리는 27bp 폭락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린스펀은 계속 매파적 정책을 내놓아 시장을 놀라게 했으며 결국 1987년 10월19일 뉴욕 증시에선 블랙먼데이 사태가 터졌습니다.

보고서에선 ‘파월이 바뀌면 비둘기파 정책은 이어지지만, 정책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라는 식의 논리가 읽힙니다. 만약 바이든 대통령이 이 보고서를 접한다면 파월 교체를 주저할 것입니다. 월가의 대표 은행인 JP모간이 노린 것은 이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금융시장을 지켜주고, 자산 가격을 높여놓은 게 바로 파월 의장이니까요.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