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와 산업용 금속 가격은 지난해 말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충격에 시달렸던 경제가 되살아나기 시작하면서다. 이제는 원자재 '슈퍼사이클' 얘기도 나온다. 물론 상품 종류에 따라 장기적인 전망은 엇갈린다. 석유 가격 상승은 경제 재개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일부 금속은 앞으로 수 년간 '녹색 전환'과 같은 변화로 인해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물론 경제 회복 속도가 완만해지면 석유와 구리의 가격 상승세는 감소할 전망이다. 장기적인 역학 관계도 엿보인다. 구리 가격이 오른 것은 부분적으로 공급이 급감했기 때문인데 이는 지난 수 년간 주요 광산업체들이 투자를 줄인 것과 무관치 않다. 또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은 구리에 대한 장기적인 수요를 불러일으켰다. 이와 대조적으로 지난해 석유 가격은 여행 수요 감소와 함께 무너져 내렸다. 석유의 단기 수요는 잘 회복되겠지만 조만간 수요가 최고점에 다다른 뒤 다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둘째는 구리와 니켈, 리튬 등 산업용 금속이다. 이들 금속은 앞으로 수년간 꾸준히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탈탄소 정책과 전기차 강화 전략 등이 새 사회기반시설(SOC) 구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금속 채굴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공급이 많이 늘어나지 못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상품 소비는 2000년대 초반 마지막 원자재 '슈퍼사이클'의 핵심 요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에 걸쳐 산업용 금속에 대한 광범한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코로나19 극복과 재생에너지 및 SOC 구축을 위한 대규모 정부 지출이 세계를 관통하는 거대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정리=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