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롤러코스터 같은 급등락 장세를 보였던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이 3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또 다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당 4만4000달러 벽이 깨졌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5만2000달러에 육박했다.

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5시40분(한국시간 오후 7시40분) 개당 5만1800달러에 거래됐다. 마감 시간이 따로 없는 암호화폐 거래의 특징을 고려해 24시간 전과 비교하면 6.18% 뛴 수치다.

시가총액이 비트코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이더리움 가격도 1600달러를 돌파하는 등 대다수 암호화폐 가격이 동반 상승세다.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시장에서 급등하고 있다. 코인데스크 캡처
암호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3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시장에서 급등하고 있다. 코인데스크 캡처
암호화폐 가격은 최근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지난달 21일 역대 최고치였던 5만8000달러를 돌파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28일 4만3810.19달러까지 떨어졌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비트코인은 비효율적인 결제 방식”이라며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낸데다 미 국채 장기물 금리가 뛰면서 주식 등 위험자산 가격이 일제히 하락한 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암호화폐 가격이 일제히 급등세로 바뀐 건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 지명된 게리 겐슬러 지명자 덕분이다.

겐슬러는 상원 은행위원회가 개최한 인준청문회에 참석해 “디지털 자산은 보관 등에서 안전성이 있어야 한다”며 규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SEC는 가상화폐 시장이 부정행위와 조작으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지명자
게리 겐슬러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지명자
그의 발언을 놓고 암호화폐가 새로운 지급결제 대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실제 겐슬러는 “비트코인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지침과 명확성을 제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겐슬러는 오랫동안 암호화폐를 지지해온 인물이다. 직전까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슬로언 경영대학원 교수를 맡으며 블록체인 기술과 디지털 통화에 대해 강의해 왔다. 겐슬러는 이날도 “가상 자산이 새로운 사고를 금융 세계에 가져왔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미 당국이 암호화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처음 제시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인 아바랩스의 존 우 대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시장이 겐슬러 발언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겐슬러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체로 긍정적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