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머스크의 트윗이 일깨운 '증시 버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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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버블에 대한 경고는 강해지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의 트윗 하나가 투자자들을 일깨웠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7일 트위터에 "시그널(Signal)을 사용하라"는 메시지를 띄웠습니다. 이는 페이스북(메신저)의 개인정보 보호 정책 변경에 맞서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메신저앱 시그널을 쓰라는 뜻이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장외 거래되는 ‘시그널 어드밴스’란 회사에 몰려갔습니다. 머스크의 트윗 직전 0.6달러에 거래되던 이 주식은 이날 38.7달러로 마감됐습니다. 며칠 사이에 50배가 넘게 오른 겁니다.
(관련 기사 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101105527i) 이는 비트코인 폭등과 함께 얼마나 증시에 현재 돈이 넘치고 있고, 투자자들이 투기에 나서고 있는 지를 알려줍니다.
금리 움직임은 심상치 않습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금리)은 장중 연 1.145%까지 올랐습니다. 올 들어 벌써 20bp(1bp=0.01%포인트) 이상 상승했습니다. 민주당이 조지아 주 결선투표에서 상원 의석 두 석을 확보해 '블루 웨이브'를 달성한 이후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한 해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달할 정도로 치솟은 데다, 민주당의 '블루 웨이브'로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수조 달러(Trillions of dollars) 규모의 부양책을 오는 14일 발표하겠다고 공표했습니다. 'Billions'(수십~수백억 달러)가 아니라 Trillions(수조 달러) 입니다.
이렇게 돈이 많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 경기가 회복된다면 인플레이션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에 나와 "인플레이션은 발생할 것이고, 그건 정말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건들락은 "자체적으로 정확한 인플레 모델을 갖고 있는데,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6월이면 3%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월가에서 많이 나오는 시나리오입니다. 야누스핸더슨의 존 파툴로 채권전략 공동총괄도 지난달 "코로나 대확산에 따른 경제 봉쇄가 내년 봄~여름께 걷히면서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높아지는 물가, 그리고 금리는 증시의 밸류에이션과 특히 많이 오른 기술주를 위협합니다. 현재 S&P 500 지수는 20배 중반 수준의 P/E(주가수익비율)에서 거래되고 있고, 기술주들은 30배가 넘습니다. 지금까지 뉴욕 증시는 미 중앙은행(Fed)가 제공한 제로금리 환경 속에서 급등해왔습니다. 하지만 슬금슬금 오르는 금리는 투자자들에게 조금씩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건들락은 "미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은 엄청난 Fed의 부양책으로 뒷받침되고 있다"면서 CPI가 5~6월이면 3% 수준까지 오를 텐데, Fed가 언제쯤 대응할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연 1%대 초반의 금리는 아직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닙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리 상승은 경제 회복의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경기가 회복돼 기업 수익이 그 이상 늘어나면 금리가 올라도 증시 밸류에이션은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속도로 계속 오르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고문은 "금리가 향후 며칠간 20bp 이상 추가로 상승한다면 시장에 경고음이 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도 이날 비슷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더 많은 재정 부양책이 2021년 기업 이익 증가를 부르겠지만 금리 상승은 주가수익비율(PER)의 상승 여력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높은 금리는 '숨겨진 카드'로 주식 가치 하락을 촉발시킬 수 있으며, 이제 주식 가치에 있어 기업 이익 증가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영향 탓인지 PER가 높은 대형 기술주가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페이스북은 4.01%, 애플이 2.32% 급락했고 구글 2.31%, 아마존 2.15% 떨어졌습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6.41% 하락)은 의사당 난동과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대한 규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더 크게 내렸습니다.
5~6월께 예상되는 물가 상승은 일시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습니다. 보복적 소비가 갑자기 몰리기 때문으로, 중장기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구조적 인플레 요인과는 구별되어야한다는 견해입니다.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통화량 변화보다는 인구통계학적 곡선과 더 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인플레는 2021년 중반까지 인플레이션이 완만하게 높아질 것이다. 또 다른 경제 봉쇄로 인한 경제 둔화가 나타날 경우를 제외하고는 현재의 통화 및 재정 정책의 결과로 훨씬 더 높은 인플레가 나타날 것이란 경고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연방은행 총재도 지난 4일 “평균 2%의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라며 “오랜 기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0년물 금리가 크게 오른다면 어느 순간 Fed가 개입해 안정시킬 것이란 믿음이 강합니다. 10년물 금리는 모기지, 대출 금리 등의 벤치마크로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입니다. 계속 오른다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금리가 증시나 경제에 부담이 되는 수준까지 상승하면 Fed가 장기 국채 매입을 늘리던, 수익률곡선 컨트롤(YCC)을 도입하든 어떤 식으로든 누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블루 웨이브'에도 10년물 금리가 슬금슬금 올라가는 것은 언제 Fed가 나설 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Fed가 나서는 순간 금리는 내려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채권을 팔아버린 채권 매니저들은 손해를 보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플레가 통제할 수 없이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유가가 올해 중반 6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을 바꿨습니다. 기존엔 연말께 그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봤죠. 유가는 물가에 큰 영향을 줍니다. 구리와 곡물 등 상품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또 경기가 급속히 살아나면서 Fed의 판단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날 보스턴연방은행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나는 기존 정책 일부를 철회·재조정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다만 "2021년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고 아마 2022년 하반기나 2023년 초에 그럴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올해 테이퍼링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열려 있다”고 말했습니다.
보스틱 총재는 아직 Fed 내의 소수입니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뒤 Fed는 점도표를 공개했는데 2022년 금리 인상을 점친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습니다. 그가 보스틱 총재일 수 있죠. 제롬 파월 의장의 현재 자세를 보면 Fed가 내년에 금리를 올리는 건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가능성이 낮지만,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가 발생한다면 Fed도 어쩔 수 없이 금리를 빨리 올려야할 수 있다"며 "지금부터는 경기 회복 속도와 함께 물가와 금리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오는 13일 아침 8시30분에 발표됩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CPI는 전년대비 1.3% 상승해 11월의 1.2%에 비해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또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의 경우 1.6%로 전달과 같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아직 Fed의 목표치인 2%에는 못미치는 수준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