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해외 주식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는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중국 일본을 넘어 전 세계 다양한 국가로 투자 영토를 넓히고 있다. 미국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기록하자 아직까지 상승 여력이 큰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美만으론 배고파"…투자영토 넓히는 서학개미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국내에서 투자 가능한 유럽 19개국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보유 규모는 지난 25일 기준 2억9547만달러(약 3262억원)로 집계됐다. 작년 말 1억6127만달러(약 1780억원)에서 올 들어 83.2%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만 3160만달러(약 348억원) 늘었다.

유럽 국가 중에서 국내 투자자가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는 영국이다. 지난 25일 사상 처음으로 보유 규모가 1억22만달러를 기록해 첫 1억달러대에 올라섰다. 지난달 말 9140만달러에서 급증했다. 이어 프랑스(7408만달러)와 독일(6416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미국을 중심으로 해외 투자가 늘었다면 앞으로는 더 다양한 국가에 대한 투자가 증가할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다양화 측면이나 환율 리스크를 줄이는 측면에서도 좋은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은 코로나19 수혜주였다. 가장 많이 들고 있는 종목은 모바일 결제 기업인 보쿠로, 2576만달러어치를 보유 중이다. 주가는 4분기 들어 32.84% 올랐다. 게임 회사인 게임즈워크숍(2341만달러)과 모바일 결제 기업인 뱅고(1227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독일에서는 바이오 기업이 보유 종목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메디진(741만달러), 베이어(340만달러) 등이다. 프랑스에서는 루이비통(2598만달러)과 에르메스(1850만달러) 등 ‘명품주’가 보유 종목 1, 2위를 차지했다. 이달 들어선 유럽 증시에 연동된 상장지수펀드(ETF)가 관심 종목에 올랐다. 오 센터장은 “한·중·일 증시는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한 데 반해 유럽 증시는 아직까지 제대로 회복을 못한 만큼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