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조정은 끝났나? 기술주 폭등 이유?
지난해 이맘때를 기억하십니까? 끊임없이 치솟기만 하던 S&P500 지수가 작년 9월 2일 3580.84를 정점으로 꺾어지더니 10월 30일까지 두 달여 간 10% 조정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11월 들어서자 거짓말처럼 반등해 11월13일에 3586.15를 기록하며 다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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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지난 9월 2일 4536.95로 마감한 뒤 조정을 겪고 있습니다. 최대 조정폭은 5%였지만 일부에선 이미 10% 이상의 충분한 조정이 일어났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찰스슈왑에 따르면 S&P500 종목 가운데 연고점에서 적어도 10% 이상 조정을 겪은 주식이 91%에 달합니다. 또 평균 주식의 조정폭은 -18%입니다. S&P500 지수는 나은 편입니다. 나스닥에 속한 종목을 보면 올해 상승한 주식이 63%에 불과하고 평균 주식의 조정폭은 -38%에 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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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처럼 올해도 11월부터 기분 좋게 반등할 수 있을까요? 14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크게 반등했습니다. 다우는 1.56%, S&P500은 1.71% 올랐고 나스닥은 1.73% 상승했습니다. 이날 상승 폭은 지난 7개월 동안 가장 컸습니다. S&P500 지수는 4438.26으로 마감돼 50일 이동평균선(4436)을 되찾았습니다. 베스포크인베이스먼트는 “S&P500 지수는 다시 50일 이동평균선 위로 복귀할 채비를 갖췄다. 이뿐 아니라 지난 한 달 반 동안의 하락추세는 이제 깨어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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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아침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월그린, 유나이티드헬스 등 3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은 줄줄이 월가 예상을 넘는 성적표를 내놓았습니다. S&P500 지수에 포함된 여덟 개 기업 모두가 그랬습니다. 좋은 실적 발표가 이어지자 주요 지수선물은 0.6~08% 상승했습니다.

월가는 은행 경영진의 경기 관련 언급에 주목했습니다. 은행들은 고객 카드 소비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고, 이런 추세는 연말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씨티그룹의 신용카드 매출은 1년 전보다 20%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브라이언 모이니언 최고경영자(CEO)는 "엄청난 지출이 이뤄지고 있고, 그리고 가속화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오전 8시 30분엔 지난주(~10월 9일)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발표됐습니다. 전주보다 3만6000건 감소한 29만3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3월 중순 팬데믹이 터진 뒤 처음으로 30만 건 아래로 떨어진 겁니다. 월가 예상치 31만8000건도 크게 밑돌았습니다. 또 지난 9월 25일 주까지 어떤 종류든 실업급여의 혜택을 받는 사람은 364만 명으로 직전 주보다 52만3426명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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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스웽크 그랜드손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델타 변이 확산세가 꺾어지면서 고용시장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다. 코로나 감염이 줄어들면 서비스 분야에서 더 많은 고용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10월 고용 조사 주(매달 12일을 포함한 주) 직전 좋은 수치가 나온 만큼 10월 신규고용이 좋게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의 39개 주에서 코로나 감염률이 감소하고 있다. 이제 백신 미접종자도 630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머크 화이자 등에서 개발 중인 코로나 경구용 치료제는 코로나바이러스를 좀 더 관리가 가능한 풍토병(독감) 수준으로 끌어내릴 잠재력이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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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간 발표된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8.6%, 전월 대비 0.5%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중요한 전월 대비 수치가 월가 예상(0.6% 상승)이나 전달(0.7% 상승)보다 줄었습니다. 특히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2% 올랐습니다. 시장 예상(0.5% 상승)이나 8월(0.6% 상승)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BNP파리바는 "PPI의 전월 대비 증가 폭이 줄어든 것은 환영할만한 뉴스"라며 "근원 PPI는 4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공급망 혼란이 풀리면서 점점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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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표도 괜찮게 나오자 주요 지수는 0.9~1.2%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4%), 월그린(7%), 유나이티드헬스(4%) 등 좋은 실적을 내놓은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올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조정은 끝났나? 기술주 폭등 이유?
특히 기술주가 급등했습니다. S&P 500의 11개 업종이 모두 상승한 가운데 기술주가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2.17% △애플 2.02% △알파벳 2.59% 등은 2% 이상 뛰었고 △페이스북 1.23% △아마존 0.47% 등 빅테크가 모두 상승했습니다.

기술주 약진은 금리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 연 1.549%에서 이날 1.519%까지 떨어져 마감됐습니다. 사흘 연속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조정은 끝났나? 기술주 폭등 이유?
미 중앙은행(Fed)은 전날 공개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위원들은 테이퍼링을 이르면 11월 중순 시작해 내년 중반까지 끝내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모건스탠리의 제임스 고먼 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Fed가 곧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이고, 2022년 금리를 높일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고먼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지 않다"라며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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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물가가 자꾸 올라가면 Fed가 그들이 지금 예상하는 것보다 조금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생각한다"라면서 "Fed가 내년에 금리를 올려도 위기도 아니고 예상하지 못하는 일도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시장은 Fed가 금리를 올릴 것이란 사실을 이미 소화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테이퍼링뿐만 아니라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치솟고, Fed는 테이퍼링을 서두르고 있고, 시장은 내년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합니다. 그런데도 왜 금리가 계속 내려가는 걸까요?

Fed에서 채권 트레이더를 맡았던 조셉 왕은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채권 금리가 경제 상황과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반영한다고 가정한다면 고집스럽게 낮은 채권 금리는 수수께끼"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분명히 그런 프레임워크(금리는 경제와 인플레이션을 반영한다)로 채권을 사는 사람이 있지만, 그런 거 없이 채권을 사는 이도 많이 있다"라며 "미 국채 수익률은 미래에 대한 시장 신호가 아니라 밈(meme) 주식처럼 움직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제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트레이딩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연 1.4~1.6%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두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 번째는 여전히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금리를 주는 미국 채권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것입니다. 이는 이번 주 미 재무부가 실시한 10년물, 30년물 국채 입찰에서도 확인됐습니다. 경쟁이 몰려 발행금리가 낮게 형성되면서 시장금리까지 끌어내렸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채권시장에 여전히 걱정이 많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기업 실적은 3분기에는 괜찮겠지만 4분기에는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 오는 12월 초 다시 연방정부 폐쇄 및 부채한도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아야 합니다.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 Fed가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상당합니다. 이 관계자는 "내가 혼란스러운 것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경제가 둔화하면 Fed가 정말로 금리를 인상할 것인가인가 하는 것이다. 그들은 그렇게 해야 하지만 정말 할 수 있을까?"라고 되물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11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테이퍼링은 오는 11월 FOMC에서 발표될 것으로 보지만, 기준금리는 2023년 이전에는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2022년으로 접어들면 경기 둔화 얘기가 강해지고 인플레이션도 하락할 것이란 얘기였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채권 금리는 상당 기간 낮은 수준에 머물 수 있습니다. 그럼 기술주는 계속해서 강세를 보일 수 있을까요?

월가 금융사들은 상당수가 경기민감주를 추천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 JP모간, UBS, 모건스탠리 등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작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을 만나보면 기술주에 대한 선호도가 꽤 높습니다.

JP모간의 데이비드 레보비츠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지난 13일 '투자자들이 기술주를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밸류에이션은 장기 투자를 할 때 중요하지만 기업 이익도 중요하다. 기술기업 수익의 '전천후'(안정적) 특성을 고려할 때 기술주가 투자자 사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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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보비츠는 구체적으로 "① 미국 경제 전반에 걸쳐 기술에 대한 투자가 점점 더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② (주가가 비싸다는 지적이 많지만) 기술기업은 가격경쟁력을 가진 부문 중 하나로 거시경제 환경과 관계없이 일관된 수익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③세계 인구가 일과 여가 등에서 점점 더 기술에 의존함에 따라 기술주 노출을 유지한다는 아이디어는 의미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씨티프라이빗뱅크는 지난 10일 'CIO 스트래티지 블루틴'을 통해 "최근 국채 10년물 금리가 상승하자 성장주(기술주)는 가치주에 뒤졌다. 이는 시장이 성장주가 이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기술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잉여현금흐름과 수익이 가치평가를 지배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씨티는 "공급망 부족이 완화되면서 경제가 정상화되고 시장이 균형을 찾으면 투자자들은 성장주를 금리에만 비춰볼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없으면 살 수 없는 기술을 가진 기술기업과 경제 성장율만큼만 성장하는 기술기업을 구분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기술주 중에서도 좋은 기업은 지속적으로 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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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스타는 지난 11일 금리와 기술주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지난 15년 동안 기술주와 채권 금리 사이엔 -0.33이라는 약한 역상관 관계가 나타났습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기술주가 하락하는 경향이 약간 밖에 없는 겁니다. 특히 Fed가 기준금리를 올렸던 2015~2018년을 분석하면 금리와 기술주 수익률은 거의 관계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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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모닝스타는 ① 금리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올라도 상승 폭이 너무 작아 영향이 없었을 수 있다 ② 지난 10~15년 동안의 기술 확장이 이례적이었고, 금리 인상을 극복할 수 있었다 라는 가설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근 기술주 하락은 팬데믹 기간 급등한 탓으로 금리 상승은 단순한 조정 핑계가 됐을 수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