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고 체중 감량"…131조 '다이어트 알약' 시장 열리나
전세계 제약사들이 뛰어들고 있는 '먹는 다이어트 약' 시장이 최대 131조원 규모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일라이릴리, 노보노디스크, 화이자 등 제약업계들은 최근 경구용 체중 감량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덴마크에 본사를 둔 노보노디스크가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다. 노보노디스크는 주사제용 체중감량제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정제해 만든 알약을 개발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 실험용 약을 68주 간 복용한 결과 체중이 17.4% 감량되는 효과를 거뒀다고 지난달 발표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올해 말 미국과 EU(유럽연합) 규제 당국에 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일라이릴도 먹는 다이어트 약 '오르포글리프론'을 개발하고 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당뇨병 협회 연례회의에서 36주 간의 임상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270명 이상의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체중이 최대 14.7% 빠
졌다고 밝혔다.
일라이릴리의 체중 감량 주사제 '마운자로'. 한경DB
일라이릴리의 체중 감량 주사제 '마운자로'. 한경DB
다이어트 약은 페이스북과 틱톡 등에서 유명 인사들이 홍보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노보노디스크의 오젬픽과 웨고비,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처음에 당뇨병 치료제로 승인됐다. 그런데 이 약들이 혈당과 식용을 조절하는 장내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발견되며 체중 감량제료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이 GLP-1을 알약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별도 설계가 필요하다. 펩타이드는 소화 과정에서 분해돼 먹었을 때 효력을 발휘할 수 없어서다. 제약사들은 주사제보다 고용량을 사용하거나 비펩타이드 형태의 장 호르몬을 사용하는 등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일라이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이 비펩타이드 형태다.

변수는 가격과 효과다. 의학 전문가들은 알약을 매일 먹는 것보다 주 1회 주사를 맞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보고있다. 다만 펩타이드를 주입하기 위해서는 펜이라는 별도 장치가 필요하고 주사용 약물은 차가운 온도에서 보관해야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먹는 약이 더 편리하다는 평가다.

스트럭처테라퓨틱스는 개발 중인 경구 체중 감량제의 한달 분 가격으로 약 500달러를 책정하고 있다. 이는 주사제 비용의 절반 정도로 추정된다. 레이몬드 스티븐스 스트럭처테라퓨틱스 CEO는 구체적인 가격을 논의하기엔 이르지만 환자들이 이 약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밝혔다.

BMO캐피탈마켓의 에반 데이비드 셰이거먼 애널리스트는 "알약 형태의 체중 감량 약이 전체 시장의 약 15%를 차지할 수 있으며, 향후 몇 년 안에 전 세계적으로 연간 매출이 100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