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트블루항공이 2위 업체인 스피릿항공을 인수한다. 이번 인수 성사로 미국 5위 규모 항공사가 탄생하게 됐다.

28일 로이터통신, CNBC 등에 따르면 스피릿항공은 제트블루항공의 38억달러 규모 인수안에 합의했다. 제트블루항공이 주당 33.50달러를 현금으로 지급해 인수하는 조건이다. 이번 계약은 스피릿항공이 미국 프런티어항공과의 합병 협상을 종료하겠다고 밝힌 지 수시간 만에 성사됐다.

스피릿항공 인수전에서 처음 승기를 잡았던 건 프런티어항공이었다. 프런티어항공은 지난 2월 29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스피릿항공 합병 거래를 발표했다. 프런티어항공이 스피릿항공의 지분 51.5%를 소유하는 안이었다. 미국 교통통계국에 따르면 제트블루항공의 미국 내 항공시장 점유율은 5.3%로 전체 6위, LCC 중에선 1위다. LCC 중에서 스피릿항공과 프런티어항공은 각각 2위, 3위다.

하지만 스피릿항공 주주들이 합병안에 최종 승인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던 지난 4월 경쟁자가 나타났다. 제트블루항공이 스피릿항공에 37억달러 규모 인수안을 제안한 것이다. 당시엔 스피릿항공이 “반독점금지법을 위반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트블루항공의 제안에 퇴짜를 놨다. 수세에 몰린 제트블루항공은 스피릿항공의 주당 인수 가격을 높이면서 주주 설득 작업에 나섰다. 제트블루항공의 구애가 계속되자 스피릿항공은 기존 합병 계약을 놓고 주주 투표를 네 차례나 연기했다. 결국 27일 스피릿항공은 프런티어항공과의 합병 계획을 철회했다.

제트블루항공이 스피릿항공 인수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미국 4대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사우스웨스트항공 등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다. 제트블루항공은 항공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뒀던 스피릿항공의 여객기 좌석을 개조해 등받이에 TV를 설치하고 다리를 둘 수 있는 공간을 더 넓힐 계획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인수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아메리칸항공과 제트블루항공의 국내선 제휴가 미국 북동부 항공노선의 운임을 끌어올릴 수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이 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반독점 우려를 덜기 위해 제트블루항공이 소형 항공노선의 운영권을 매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