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사진)이 오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Fed 의장이 FOMC 이전에 구체적인 기준금리 인상 폭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공격적 금리 인상 요인인 인플레이션과 정반대 처방이 필요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혼재하는 가운데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전쟁 영향 여전히 불확실”

파월 의장은 2일(현지시간) 반기마다 열리는 미 하원 증언에서 “3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3월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 올려야 한다는 매파(긴축 선호)적 견해와는 거리를 둔 발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글로벌 투자은행 ING는 “파월 의장의 발언은 시장에 긴축 경로의 큰 힌트를 줬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정책 결정의 중대 변수로 꼽았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는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이며 매우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계속되는 전쟁, 제재, 앞으로 일어날 일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단기적인 영향은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며 “그것이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고 했다.

파월 의장은 “우리가 계속 금리를 인상하겠지만 전쟁이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신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환경에서 적절한 통화 정책을 수립하려면 경제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향후 데이터와 전개되는 전망에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플레 지속되면 한 번에 0.5%포인트↑”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정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금리를 조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Fed가 이날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선 “당분간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Fed는 베이지북을 통해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가격이 미 전역에서 왕성한 속도로 상승했다”며 “기업들은 이런 생산비용 상승분을 계속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갈수록 완화될 것으로 보면서도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재정 지원이 축소되고 기준금리가 올라 올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지거나 계속 높은 상태로 유지된다면 하반기에 한 번 이상의 회의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형태로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기준금리 목표를 올리고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을 동시에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Fed의 대차대조표 규모는 9조달러에 육박한다.

파월 의장은 양적긴축 방식에 대해 “주로 재투자 조정을 통해 예측 가능한 형태로 시행될 것”이라며 “대차대조표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3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회의에서 결론을 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 이동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파월 의장은 “고용주들이 일자리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근로자들의 퇴사가 급증하면서 임금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고 했다. 이어 “강력한 노동시장을 지원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책은 장기적인 팽창을 촉진하는 것이며 이는 물가 안정 환경에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