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놀란 바이든 "정유사 가격답합 조사하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기름값을 높게 받기 위해 불법행위를 하는 지 여부에 대해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리나 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 앞으로 이같은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한에서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의 반소비자적 행태를 보여주는 증거가 산적해 있다"며 "원유 가격이 내려가도 휘발유 판매 가격은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유 가격과 휘발유 판매가의 격차로 인해 미국 내 대형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 상당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런 불법 행위가 소비자들을 희생시키는 것은 아닌 지 조사해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부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휘발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FTC가 불법 행위를 입증할 증거를 찾을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하지만 리서치 회사인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지난 10년 간 자료를 보면 휘발유 소매가격과 원유 가격이 상관관계가 있지만 때때로 격차가 나는 것도 사실"이라며 원유 가격이 하락했지만 휘발유 소매가격은 오른 13가지 사례를 제시했다.

리서치 및 컨설팅 업체인 래피던 에너지그룹은 "바이든 대통령의 서한에서 인용한 원유와 휘발유 소매 가격의 차이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05년에도 비슷한 조사를 했지만 가격 조작 같은 불법 행위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WSJ는 전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10월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평균 3.38달러, 원유 가격은 배럴당 평균 81.48달러였다. 2014년 10월 미국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25달러로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을 때 미국의 유가는 배럴당 81.40달러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여러 대책을 논의해왔다. 우선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증산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부족을 완화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생산을 늘릴 것을 요청했다. OPEC은 지금까지 그러한 요청을 거절해 왔다. 일각에선 정부 전략비축유를 방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아직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앞서 브라이언 디스 미국 국가경제위원장(NEC)이 칸 위원장에게 원유와 휘발유 가격 차이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구했다.

칸 위원장은 "석유와 가스 시장 내 불법 영업 관행을 조사하고 불법적인 합병 억제 조치와 시장 남용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