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주들이 시장의 중력을 거스르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포천은 최근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를 이렇게 평가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연달아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으며 긴축 기조를 이어가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커져 뉴욕증시의 대부분 상장사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에너지주만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원유 감산 고마워~" 에너지株는 웃었다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 에너지섹터 지수는 전날보다 2.06% 오른 622.39로 마감했다. 이날 S&P500 지수가 3거래일 만에 하락한 가운데 에너지 업종의 선전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다음달 하루 원유 생산량을 200만 배럴 줄이겠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OPEC+가 이번에 결정한 감산 규모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최대다.

OPEC+의 결정에 따라 앞으로 국제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 뉴욕증시에 상장된 주요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가 이날 뛰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에너지 기업 실적에 보통 호재로 작용한다. 세계 1위 정유회사인 엑슨모빌의 주가는 전날보다 4.04% 상승한 99.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인도네시아에너지와 슐럼버거 주가는 각각 13.81%, 6.26% 상승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한 옥시덴털페트롤리엄의 주가는 2.37% 올랐다. 옥시덴털 주가는 올해 들어 이날까지 118.09% 상승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의 자료를 기반으로 주목해야 할 에너지주 5개를 꼽았다. 해당 종목을 분석한 애널리스트 중 75% 이상이 매수 의견을 내고 향후 1년간 주가 상승 여력(목표주가 기준)이 40%를 넘는 기업들이다. 에탄올 연료 생산업체인 그린플레인스, 석유업체 할리버튼이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주가 대비 상승 여력은 각각 59%, 51%였다.

천연가스 기업 PDC에너지, 유전탐사업체 베이커휴즈, 천연가스 인프라 기업 타르가리소스도 추천주로 꼽혔다. 미국 투자리서치업체인 CFRA는 에너지주 전반에 대한 투자의견을 ‘유지’에서 ‘비중 확대’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사이먼 웡 가벨리펀드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기업들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으로 밀린다 해도 이익이 날 수 있는 비용 구조를 이미 구축했다”며 “에너지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OPEC+의 감산 결정에도 국제 유가가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은행 씨티그룹은 “산유국들의 실제 생산량은 현재도 할당량보다 적기 때문에 OPEC+의 이번 감산 결정 여파는 미미할 수 있다”며 “OPEC+의 감산으로 유가가 과도하게 올라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오히려 유가가 하락 반전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