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한 줌. 사진=AP
2019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한 줌. 사진=AP
'코로나19 시대의 승자'. 화상회의 플랫폼 업체 '줌(ZOOM) 커뮤니케이션즈(이하 줌)'에 대한 수식어다. 코로나19 펜데믹에 따른 재택근무, 원격교육의 확대로 줌의 화상회의 시스템은 전 세계 대부분의 기업과 학교에 보급됐다. 지난해 줌의 실적과 주가는 300% 이상 뛰었다.

올 하반기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백신 보급 속도가 상승하고 기업들이 '사무실 복귀'를 준비하면서 줌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이다. 주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줌도 "이동 정상화, 여행 재개는 실적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줌은 일상에서 비중있게 활용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클라우드 콜센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며 '코로나19 이후'의 사업을 준비 중인 것오 긍정적인 점으로 평가된다. 고점 대비 주가가 하락한 현재 시점이 '저가 매수'의 찬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흙수저의 성공신화

줌은 2011년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했다. 창업자는 에릭 위안. 그는 1970년 중국 산둥성 시골마을에서 광산 기술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위안 창업자는 산둥과학기술대 재학시절 장거리 연애 때문에 화상 대화의 사업성에 눈을 떴다고 한다. 기차로 10시간 거리에 떨어져 있는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면서 '화상 통화'를 상상했다. 대학 졸업 후 베이징에서 일했던 그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강의를 듣고 실리콘밸리행을 결심한다. 강의 내용은 '인터넷과 디지털이 미래를 바꾼다'였다.

실리콘밸리 입성은 쉽지 않았다. 떨어지는 영어실력 때문에 무려 8번이나 비자 발급을 거절당했던 그는 1997년 9번째 시도 만에 미국 땅을 밟는다. 첫 직장은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중국계 스타트업 '웹엑스'. 이 회사가 글로벌기업 '시스코'에 팔리면서 위안은 대기업 부사장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화상 플랫폼 서비스의 확대와 관련해 의견 충돌이 일어나자 위안은 2011년 웹엑스 출신 엔지니어 40여명과 함께 독립한다.

당시 화상회의 시장의 경쟁은 치열했다. 시스코의 웹엑스, 마이크로소프트의 스카이프, 구글 행아웃 등이 치열하게 경쟁했다.위안은 '무조건 쓰기 쉬워야한다'는 것을 내세워 미국 서부 명문 스탠포드대 등에 납품을 성공한다. 이후 개인용과 기업용의 구분, 페이스북·유튜브 공유 기능 적용 등을 통해 사세를 키운다. 2019년 4월엔 나스닥에 상장한다.

2020년엔 코로나19의 덕을 독톡히봤다. 지난해 4월 2억명 수준이었던 글로벌 가입자는 코로나19가 가파르게 확산하자 한 달 만에 3억명까지 급증했다.

코로나19 시대의 승자

줌의 매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2020년 2~4월 169%였던 분기 매출 증가율(전년 동기 대비)은 5~7월 355%, 8~10월 367%, 11~1월 369%씩 급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2020년 매출은 2019년 대비 326% 급증했다. 줌은 개인 회원의 40분 이상 그룹미팅은 무료지만 기업회원에겐 돈을 받는다. 서비스에 따라 연 149.9달러와 199.9달러 요금제로 나뉜다. 유료 회원인 기업과 기관 가입자가 분기마다 전년 동기 대비 400~500%급증하면서 실적이 증가했다.

주가도 덩달아 뛰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나스닥에 상장된 줌의 주가는 395.8% 뛰었다. 지난해 9월엔 줌의 시가총액이 IT주 터줏대감 IBM을 웃돌 정도였다.

하지만 기업들이 하나둘씩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를 종용하고,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되면서 줌의 매출 증가율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올 들어 매출 증가율은 2~4월 191%, 5~7월 54%로 둔화되고 있다.
주가도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14.2% 떨어졌다. 켈리 스테클버그 줌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8~11월 매출 증가율은 31%를 기록할 것"이라며 "줌은 시장의 맞바람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줌 주가는 16.7% 급락했다.

중장기 성장성에 주목

향후 줌이 2020년 보여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는 건 어려울 것이란 게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줌에 대한 증권사들의 투자의견은 '매수'가 13곳, '보유'는 12곳이고 '매도'는 2곳이다. 이는 3개월 전보다 매수는 2곳 줄었고 보유와 매도는 한 곳 씩 늘어난 것이다. 평균 목표주가도 현재 412.7달러로 한 달 전(435.8달러)보다 5.3% 낮아졌다.
줌 커뮤니케이션즈 주가 그래프. 구글 캡처
줌 커뮤니케이션즈 주가 그래프. 구글 캡처
지나치게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델타 변이 등의 영향으로 미국 주요 기업 직원들의 사무실 복귀가 계속 늦춰지고 있는 영향이 크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은 이번달로 예정돼있던 출근 근무 시점을 내년 1월로 미뤘다.

사무실 복귀 이후에도 기업들이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최근 주가 하락세가 '과도하다'고 평가되는 근거로 꼽힌다. 한 실리콘밸리 테크기업 직원은 "코로나19 이후에도 리모트 근무, 즉 원격 근무가 대세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업은 줌 같은 프로그램을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구글 미트,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같은 경쟁 프로그램이 고객을 늘리고 있는 것, 올해말로 예정된 '개인 대상 유료화'에 대한 반발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줌 또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신사업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달 클라우드 컨택트센터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 '파이브나인(Five9)'을 147억달러(약 16조8400원)에 인수한게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에릭 위안 대표(CEO)는 "플랫폼을 향상시킬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며 "Five9의 인수는 고객에게 훨씬 더 큰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클라우드 컨택트센터는 전화 뿐만 아니라 이메일, SNS 등 다양한 디지털 채널을 통해 고객에게 원격으로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줌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240억달러(약 27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초부터 상담사들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클라우드 컨택트센터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컨택트센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파이브나인은 실적이 급증했다. CNBC에 따르면 파이브나인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4억35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거래는 줌의 10억달러 넘는 첫 M&A(인수합병)다. 스털링 오티 JP모건 애널리스트는 “줌은 중장기적으로도 훌륭한 성장세를 보일만한 우수한 기업”이라며 “시장이 코로나19 이후 줌의 성장에 대한 기대치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