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역협상 카드로 대두 활용
미국 생산량의 25% 사들이다
올 가을 수확물량 수입 '0건'
美, 올해 대두 수출 23% 줄고
11월 선물가 한달새 4.3% 하락
미국산 대두(콩) 가격이 최근 한 달 새 4% 이상 떨어졌다. 최대 고객인 중국이 수입을 급격히 줄이면서다. 미·중 무역협상이 길어지면서 중국이 대두 구매를 미국을 압박할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큰손’ 중국 구매 중단
30일 글로벌 금융정보 사이트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산 11월물 대두 선물 가격은 부셸(약 28.123㎏)당 1006센트(10.06달러)로 9월 한 달간 4.3% 떨어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4% 하락했다.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이 급감한 영향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달부터 미국 대두 농가의 가을 수확철이 시작됐지만 중국으로의 판매나 선적 물량이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중국이 650만t을 계약한 것과 비교된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이다. 보통 매년 미국산 대두의 25% 이상을 구매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수입한 규모는 126억달러(약 17조8000억원)에 이른다. 최근 중국 판로가 사실상 막히면서 미국의 올해 대두 수출은 23% 감소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줄인 건 관세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미국의 대중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으로 지난 3월부터 미국산 대두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마이클 랑게마이어 퍼듀대 상업농업센터 교수는 “9월 현재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부과하는 보복 관세, 부가가치세, 최혜국 관세 등을 따지면 실효 관세율은 34%에 달한다”며 “미국산 대두는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다린 존슨 미네소타 대두 농가 협회장은 “우리는 지금 시간과 싸우고 있다”며 “(중국과) 합의에 도달한다고 해도 이번 수확철에는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 中, 남미산 대량 구매
FT는 중국의 보복 조치가 미국 중서부 지역의 대두 농가에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지역이 대선 등 주요 선거의 승패가 갈리는 핵심 경합주에 속해 있기 때문에 정치적인 파장이 클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이번 사태가 핵심 지지층 이탈 사태로 확대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우리가 만든 관세 자금 일부를 관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타격을 받을 우리 농부들에게 줄 것”이라며 긴급 자금 지원을 시사했다.
최근 중국은 미국산 대신 브라질 등 남미 국가산 대두 수입을 크게 늘리고 있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브라질이 중국에 선적한 물량은 총 6600만t에 달했다. 이는 브라질 전체 대두 수출량의 4분의 3에 달하는 역대 최대치다. 아르헨티나도 중요한 공급원으로 떠올랐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수입업체가 최소 35건의 대두 화물을 예약했다고 보도했다. 대부분 11월에 선적될 예정인 이번 계약분은 227만t 이상이다. 최근 아르헨티나 정부가 대두를 포함한 농작물의 수출세 부과를 일시 유예한 것도 영향을 받았다.
◇ 미국산 콩기름 가격도 하락
미국 대두 시장 침체는 글로벌 식용유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출이 막힌 미국산 대두는 대두유(콩기름)로 대규모 가공됐다. 미국유지종자협회(NOPA)에 따르면 지난 8월 회원사의 대두 압착량은 1억8980만 부셸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1년 전보다 20.1% 증가했다. 미국산 대두유 선물 가격은 12월물 기준 파운드당 지난 1일 52.1센트에서 30일 49.6센트로 4.8% 하락했다. 세계 식용유 생산량에서 대두유 비중은 30% 정도다. 팜유(야자유)가 35~4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보통 팜유는 대두유보다 생산 단가가 낮아 글로벌 시장에서 더 저렴하게 거래된다. 하지만 최근 미국산 대두유 공급 증가로 가격 차이가 크게 줄었다.
최근 글로벌 대두 선물 가격 하락으로 국내에 상장된 ‘KODEX 콩 선물 ETF(상장지수펀드)’ 수익률도 떨어졌다. 한 달 새 3.28% 하락했다. 신한 콩 선물 ETN(상장지수증권)의 수익률도 같은 기간 3% 이상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