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적 충동' 부추긴 트럼프 메시지…뉴욕 증시, 하락 추세 깼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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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7일 금요일>
뉴욕 증시는 이번 주 작년 11월 초 '트럼프 당선' 이후 주간 단위로 가장 많이 올랐습니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가 즉시 관세 부과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17일(미 동부시간) 개장 직전 시진핑 중국 주석과 "무역 등에 대해 좋은 통화"를 했다고 밝히면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되살아났습니다. 사실 최근 경제 데이터는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성장은 적당하고 물가는 둔화)에 있음을 보여줬고, 빅테크가 등락하는 가운데에도 S&P500 종목 중 상승 종목이 매일 70%를 넘었습니다. 오늘은 어제 급락했던 테슬라, 엔비디아, 애플도 반등하면서 시장 분위기를 달궜습니다. 기술적으로 S&P500 지수가 그동안 하락 추세를 깼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다만 관세 등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므로 변동성 큰 장세가 지속할 것이란 관측이 강합니다.
① 트럼프-시진핑 “좋은 통화”
다음주 월요일은 마틴 루터 킹 기념일로 휴일입니다. 하지만 평범한 휴일이 아닙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이고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캠프가 이미 약 100개의 행정명령을 준비했으며, 취임식 이후 신속한 조치를 목표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민, 관세 관련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새벽에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국채 금리가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전 8시께 4.566%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13일 4.8%가 넘었던 것에 비하면 일주일도 안 돼 25bp가 떨어진 것입니다. 블룸버그는 유럽 하이일드 채권시장에서 스프레드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인사이트인베스트먼트의 캐서린 브라간자 채권 분석가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다음주 월요일 관세가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직접적 피해자는 유럽의 하이일드 기업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높은 금리에 신음해온 제조업, 부동산 등에서 그랬습니다.
이유가 어쨌든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최근 나온 고용과 서비스업,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소매판매 등이 모두 개선됐으며 소기업 낙관지수 등도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소비자물가(CPI), 생산자물가(PPI) 등은 예상보다 둔화했고요. 성장은 괜찮고, 물가는 낮아지는 '골디락스'인 것이죠.
골드만삭스는 오늘 데이터가 나온 뒤 4분기 GDP 추정치를 어제 2.5%에서 2.6%로 높였습니다. 지난주까지는 2.3%였죠. 또 뉴욕 연방은행의 GDP나우캐스트도 0.2%포인트 높인 2.56%로 높였습니다. 2주 전 1.90%에 비해선 0.66%포인트나 상향 조정한 것입니다.
③ 장기 금리 안정될까?
오늘은 좋은 데이터에도 장기 금리가 안정세를 보였습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오후 3시 7분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5bp 오른 4.611%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은 3.4bp 오른 4.272%에 거래됐고요.
시장에서도 월러 이사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에버코어ISI의 채권 투자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채권 매니저들은 여전히 10년물 국채 금리가 낮아질 것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경기 침체 가능성은 본질적으로 사라졌지만, 여전히 인플레이션과 수익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죠.
월가에서는 여전히 10년물 금리 향방을 놓고 갑론을박이 뜨겁습니다. 4% 미만부터 5% 이상까지 예측 범위가 넓습니다. 웰스파고는 연말까지 4.25%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경기(노동시장) 둔화가 이어질 것이란 근거에서입니다. 모건스탠리자산운용의 리사 샬럿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국채 매도를 진입점으로 활용하는 것을 고려하라"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주 올해 말 전망치를 4.25%에서 4.75%로 높였습니다. Fed가 "장기적으로 금리 인하를 보류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입니다. TS롬바드는 5% 이상으로 상승할 것으로 보고요. T로우프라이스와 노무라는 올해 6%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그러나 같은 노무라의 찰리 맥엘리엇 크로스에셋 전략가마저 동의하지 않습니다. 맥앨리엇은 "시장은 금리가 높게 유지될 수 있다고 베팅하고 있다. 하지만 높은 금리가 '항상 뭔가를 망가뜨린다'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금리가 낮아질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고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경기 침체가 없더라도 모기지금리가 다시 7%를 넘고 신용카드 대출 이자가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압력을 억제할 것이다. 이는 Fed가 하반기에 금리를 더 낮출 여지를 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④ 빅테크 주가의 반등
어제 폭락했던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등 빅테크 주가도 살아났습니다. 애플은 어제 4.04% 하락하며 작년 8월 5일(4.82%↓)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었는데요.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년 새 17% 하락하며 비보·화웨이에 이은 3위로 밀렸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TSMC의 실적 발표도 부정적이었습니다. 나일스인베스트먼트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아이폰용 칩을 만드는) TSMC의 작년 4분기 스마트폰 부문 매출이 전분기보다 17% 증가했는데, 2023년 4분기 27% 증가보다 감소한 것이다. 그런데 애플 주가는 여전히 주가수익비율(P/E) 30배에 거래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애플과 함께 테슬라, 엔비디아 등도 동반 강세로 출발했고요. 인텔은 다른 기업에 인수될 가능성이 보도된 후 주가가 폭등세를 보였습니다. 리비안은 폭스바겐과의 파트너십 강화에 대한 기대로 주가가 올랐고요.
⑤ 강력한 어닝
4분기 어닝시즌도 강력하게 시작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S&P500 기업 중 9%가 이번 주까지 4분기 실적을 보고했는데요. 이 중 79%가 월가 추정보다 높은 주당순이익(EPS)을 내놓았습니다. 이는 5년 평균 77%, 10년 평균 75%보다 높습니다. 전체적으로 기업들은 추정보다 9.1% 높은 이익을 신고했는데요. 이것도 5년 평균 8.5%, 10년 평균 6.7%보다 높습니다. 팩트셋은 실적을 보고하지 않은 기업 추정치까지 더한 4분기 이익 증가율을 12.5%로 계산했습니다. 지난주 11.5%보다 높은 겁니다. 4분기 증가율이 실제 12.5%라면, 이는 2021년 4분기(31.4%) 이후 가장 높습니다. 또 6개 분기 연속 증가이고요.
일본은행(BoJ)의 금리 결정도 24일에 나옵니다. 금리를 25bp 올려 0.50%로 만들 것이란 일본 언론 보도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엔화는 오늘 달러 대비 0.5% 오르는 등 이번 주 1% 이상 상승했습니다. 만약 20일에 일본에 영향을 미치는 관세 부과 조치가 발표된다면 인하가 미뤄질 것이란 관측도 있습니다.
다음주 핵심은 역시 트럼프 취임 직후에 나올 행정명령들이 될 것입니다. WSJ은 "트럼프 1기 때에는 광범위한 세금 감면이 선택적 관세 부과에 앞서 실시됐다. 무역 혼란의 부정적 영향이 닥쳤을 때 경제가 이미 견고한 모멘텀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순서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관세는 훨씬 더 광범위할 수 있고 새로운 세금 감면 금액은 더 작을 수 있습니다. 이는 경기 침체를 초래할 요인처럼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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