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거물 헤지펀드 매니저 스탠리 드러켄밀러가 ‘올인’한 중소형주와 대형 기술주를 처분하며 차익 실현에 성공했다. 대신 담배를 비롯한 소비재 및 부동산 관련 주식을 담았다. 대형 기술주는 주가가 고점이라고 판단해 대거 매각하고, 금리 인하 기대로 상승한 중소형주도 수익을 실현했다. 이후 경기 침체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비해 안정적 배당을 노릴 수 있는 종목으로 갈아타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빅테크 판 드러켄밀러, 담배·부동산株 샀다

엔비디아와 중소형주 ETF 매도

드러켄밀러의 개인 자산을 관리하는 듀케인패밀리오피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13F)에 따르면 듀케인은 전분기 보유 비중 1위였던 ‘아이셰어즈 러셀 2000 ETF’(IWM) 콜옵션 316만 주를 전량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형주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를 추종하는 블랙록의 상장지수펀드(ETF)를 살 수 있는 콜옵션이다. 1분기에 듀케인이 IWM 콜옵션을 매수할 때는 ‘역발상 투자’란 평가를 받았으나 수개월 만에 최소 10% 이상의 수익률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듀케인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대형 기술주를 대거 매도했다. 엔비디아 보유 지분의 88%에 해당하는 약 150만 주를 팔았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기술주도 대부분 매각했다. 애플은 11만5000주에서 2만4000주, MS는 111만 주에서 40만 주로 크게 줄었다. 다만 어도비는 3만7000주, 미국 비트코인 스타트업인 테라울프는 209만 주, 생명공학기술 기업인 스프링워크스는 102만 주가량을 신규 편입했다.

대형 기술주는 팔았으나 인공지능(AI) 수혜주로 평가받는 미국 반도체 레이저 업체 코히런트(COHR)의 지분은 253만 주에서 359만 주로 대폭 늘렸다. 코히런트는 2분기 드러켄밀러가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이며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92%에 달한다. 주력 제품은 초당 800Gb(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트랜시버로, AI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업체의 필수 장비다.

부동산 개발 기업과 담배 회사 매수

듀케인이 2분기에 두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세계 최대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 콜옵션이다. 필립모리스 콜옵션과 주식을 각각 96만3000주, 88만9355주가량 사들였고, 투자 금액을 합치면 1조8770억달러(약 2533조8900억원)에 이른다. PM 주식은 지난 6개월간 30% 넘게 올랐다. 신사업부인 무연 담배 사업에서 2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한 덕이다.

매수 비중 3위는 유전자 검사업체 나테라(NTRA)다. 메모리 반도체업체 시게이트테크놀로지 지분은 388만 주에서 675만 주로 늘렸다. 듀케인은 미드아메리카아파트먼트커뮤니티(MAA)와 캠든프로퍼티(CPT) 등 부동산 관련 기업도 신규 편입했다. MAA는 미국 선벨트(남부 지역)를 중심으로 소규모 임대 주택을 운영하는 부동산투자회사다. CPT도 노스캐롤라이나주 등에서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