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15~20만→OK, 핵심은 임금 상승률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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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 목요일> 어제 S&P500 지수는 신기록을 경신했고, 금리는 닷새째 급락세를 보였습니다. 골디락스를 가리키는 경제 데이터(ISM 서비스업 PMI 등)에 투자자들은 파티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6일(미 동부시간) 시장은 좀 차분해졌습니다. 내일 5월 고용보고서를 발표를 앞두고 관망세를 보였습니다. 5월 비농업 고용은 18만5000개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4월 17만5000개보다는 소폭 늘어난 것이지만, 1분기 평균 26만5000개에 비해선 상당 폭 둔화하는 것입니다. 이번 주 발표된 ADP 민간고용(15만2000개 증가), 4월 구인이직보고서(채용공수 805만9000개) 등을 보면 노동 시장은 확연히 정상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어쩌면 더 중요한 건 임금 상승률이 될 수 있습니다. 임금만 안정된다면 고용이 예상보다 더 증가해도 축하할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월가는 5월 시간당 평균 소득은 전월 대비 0.3%(4월 0.2%), 전년 대비로는 3.9%(4월 3.9%) 올랐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 실업률은 3.9%(4월 3.9%)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골드만삭스는 "5월 비농업 고용이 16만 건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가 보는 고용 성장에 대한 다섯 가지 대안 지표는 모두 컨센서스 이하의 고용 증가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한 달 전보다 0.25%, 1년 전보다 3.87% 올랐을 것으로 본다. 실업률은 변동이 없는 3.9%로 추정한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의 트레이딩 데스크에서는 "예상보다 강력한 ISM 서비스업 PMI 발표로 인해 모든 경기 침체/스태그플레이션 논란이 종료되고 우리는 다시 확고한 연착륙/골디락스 기반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에브리씽 랠리'가 이어졌고 금요일 또 다른 중요한 촉매제(5월 고용)를 앞두고 새로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시점에서는 15만~20만 개 범위의 고용은 별 이벤트가 아닐 것(non-event)처럼 느껴지며 시장 내러티브가 바뀌려면 10만 개 미만 혹은 30만 개 이상의 고용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예상과 비슷하거나 많은 고용 증가+예상과 비슷하거나 낮은 임금 상승률'을 가장 좋은 사례로 보고요. '예상보다 많은 고용 증가+예상보다 높은 임금 상승률', '예상보다 적은 고용+예상보다 높은 임금 상승률'을 나쁜 사례로 꼽습니다.
오늘 경제 데이터는 지금 시장의 ‘골디락스’ 내러티브를 확인해 주는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주간(~6월 1일)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8000건 증가한 22만9000건으로 예상(21만6000건)보다 살짝 높게 나왔습니다. 에버코어 ISI는 "경기 침체를 가리키는 청구 건수는 30만 개 수준이다. 현재 신청은 그 기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2주 이상 신청한 지속 청구 건수는 2000건 증가한 179만2000건으로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고용정보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드 크리스마스가 발표한 5월 기업 해고 계획은 5월에 1.5% 감소한 6만3816건으로 올해 들어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1년 전보다 20.3% 감소했으며, 12개월 평균은 작년 7월 이후 최저 수준인 5만7503건으로 떨어졌습니다. 채용 계획은 5월에 4236건을 기록했는데, 이는 올해 최저 수준입니다. 올해 현재까지의 총 채용 계획은 2014년 이후 가장 적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해고 감소와 낮은 채용 계획이 결합하여 노동 시장은 더 느려지고 실업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동부가 내놓은 1분기 단위노동비용은 연율 4% 증가한 것으로 수정되어 발표됐습니다. 기존 발표치 4.7%보다 낮아진 것이죠. 비농업 생산성도 0.3% 증가에서 0.2% 증가로 수정되어있습니다. 월가는 생산성 0% 증가, 노동비용 5% 상승을 예상했었습니다. 찰스 슈왑은 "수정된 1분기 단위 인건비는 지난달 투자자들에게 인플레 불안을 안겨주었던 4.7% 추정치에서 4%로 떨어졌다"라고 환영했습니다. JP모건은 "단위노동비용은 2019년 하반기 이래 상승률이 가장 느려졌다"라고 밝혔습니다. 4월 무역적자는 746억 달러로 3월보다 60억 달러 증가했지만, 시장 추정치 765억 달러보다는 낮았습니다.
아침에 소폭 상승세를 보이던 뉴욕 채권시장의 금리는 데이터가 나온 뒤 약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오후 4시 15분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0.6bp 내린 4.283%, 2년물은 0.5bp 하락한 4.726%에 거래됐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채권시장에 도움이 됐습니다. ECB는 예금 금리를 3.75%로 25bp 내렸는데요. 2019년 9월 이후 첫 인하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인 2%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전망이 현저하게 개선됐다"라고 인하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전망은 2024년 평균 2.5%(근원 2.8%), 2025년 2.2%(2.2%), 2026년 1.9%(2.0%)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그래서 시장은 이를 '매파적 인하'로 받아들였습니다. ECB는 성명서에서 "향후 금리 결정은 들어오는 경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할 것이다. 집행위원회는 특정 금리 경로를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이번 인하가 빠른 완화 주기의 시작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긴축 정책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은 어느 정도의 제약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도이치뱅크는 "매파적 인하다. 중앙은행은 정책을 완화하기 위해 서두르는 게 아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JP모건은 ECB가 7월 회의에서 연속으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습니다. 사실 작년 말에만 해도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이 빠르게 완화할 것으로 봤었죠.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 ECB가 Fed로부터 멀리 벗어날 수 있다고도 믿지 않습니다. 시장에서는 ECB가 올해 한두 번 더 내릴 것으로만 보고 있습니다. ECB의 결정에 유로는 달러 대비 0.1% 상승했고요. 독일의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1bp 안팎 올랐습니다. 시장 반응이 뜨겁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그래도 월가는 스위스, 스웨덴에 이어 캐나다, 유로존까지 금리를 내리면서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Fed는 다음주 금리를 유지하겠지만 9월에는 인하할 것이라는 베팅이 늘고 있습니다. UBS 자산운용의 솔리타 마르셀리 미주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제 영란은행(BOE)과 Fed가 그다음 차례라고 믿는다. 이들 중앙은행이 완화 정책을 시작하면 2025년 말까지 금리가 최고치보다 150~200bp 정도 낮아지는 사이클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현재의 높은 현금 수익률이 더 제공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며, 투자자들이 채권 투자 등을 통해 유동성을 관리해야 함을 뜻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 증시는 0.05% 수준의 강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그리고 종일 보합권을 오르내렸습니다. 경제 데이터 발표 외에 별다른 재료는 없었습니다. 결국, 다우는 0.20% 올랐지만, S&P500 지수는 -0.02%, 나스닥은 -0.09%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종목별로는 어제 급등했던 엔비디아(-1.18%)와 반도체주 등이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마이크론은 2.72% 내렸고 마벨 테크놀로지는 2.44% 떨어졌습니다. 반면 임의소비재, 에너지. 필수소비재, 헬스케어 업종 등이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엔비디아의 하락에는 두 가지 요인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엔비디아가 AI 칩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미 법무부가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엔비디아는 또 오늘 마감 기준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내일 거래 종료 뒤 주식을 10대 1로 분할합니다. 분할된 주식의 거래는 다음주 월요일에 시작됩니다. 이번 주 주가 급등의 일부는 이런 분할 이벤트에 따른 것이었죠. 일부에선 엔비디아의 주가가 1000달러대에서 100달러 대로 낮아지는 만큼 다우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다우 지수는 시가총액이 아닌 절대 주가를 기준으로 지수를 산정합니다.
제프리스에 따르면 올해 엔비디아의 랠리는 정말 거침이 없었습니다. RSI(상대강도지수)가 올해 거의 절반 기간 동안 70을 넘었습니다. RSI가 70을 넘으면 일반적으로 해당 주식이 과매수 상태로 하락 전환할 수 있음을 나타냅니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그런 기술적 지표를 무시하고 내달렸지요. 지금 엔비디아는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의 약 43배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는 지난 3년 평균인 41배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그러나 다른 몇몇 AI 테마주보다는 저렴한 편입니다. ARM은 거의 90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다시 시가총액 3조 달러 밑(2조9763억 달러)으로 내려왔습니다. 애플(2조9821억 달러)에 2위를 내주었습니다. 애플은 9거래일 만에 처음 하락(-0.71%)했습니다. 다음주 월요일 시작되어 일주일간 진행될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가 상승 재료였지요. WWDC에서는 AI 전략을 발표될 것입니다. 웨드 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오픈AI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아이폰에 탑재할 AI 기능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로 인해 아이폰의 업그레이드가 대대적으로 촉발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다음주 AI 관련 업데이트 중에는 음성 메모, 회의, 문자 메시지, 이메일 및 AI 기반 이모티콘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시리도 AI 업그레이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애플의 주가는 작년 2분기부터 168~198달러 사이에서 머물러 왔습니다. 오늘 주가는 194달러로 그 박스권의 최상단까지 다시 올라왔습니다. WWDC는 애플 주가가 1년간 형성된 박스권을 깨고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게임스탑 주가는 47% 급등했습니다. 밈 주식 투자 열풍을 이끌었던 키스 길(포효하는 키티)이 거의 4년 만에 처음으로 내일 유튜브에서 생방송을 진행한다는 소식에 '묻지마 매수'가 몰렸습니다. 월가에는 시장을 여전히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워튼스쿨의 제러미 시걸 교수는 "최근 원유와 구리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인플레이션 수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주거비 인플레이션 둔화가 디스인플레이션을 촉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나는 경기 침체가 아니라 경기 둔화를 예상한다. 그런 점에서 5월 고용보고서는 매우 중요하다. 매우 낮은 고용 수치는 임금 상승률이 통제될 경우 올해 말 여러 차례 금리 인하를 촉발할 수 있다. 증시는 잘 버티고 있지만, Fed의 금리 인하가 확실해질 때까지는 가치주와 소형주로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비타 서브라매니언 전략가는 "우리는 S&P 500에 대해 여전히 건설적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극단적 약세장 정서가 사라지면서 우리의 확신은 약해졌다. 우리의 연말 S&P500 목표 5400은 약한 수익률을 암시하지만, 대형 가치주, 경기 순환주, 배당 주식에 대해 높은 확신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서브라매니언은 경제를 나쁘게 볼 이유가 없다고도 밝혔습니다. 최근 신용카드 연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들이 있었는데요. 그는 "곰들은 망원경의 반대쪽 끝을 보고 있다. 최근 부드러운 경제 데이터가 경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는데 이건 매우 근시안적이다. 멀리 떨어져서 보면 신용카드 연체 추세는 정상화되고 있으며, 장기 추세에 비춰보면 건전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모건스탠리는 여전히 비관적입니다. 모건스탠리의 자산운용의 리사 샬럿 CIO는 "안일한 투자자들은 시장이 더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여름철에는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다"라면서 세 가지 위험을 지적했습니다. 첫 번째 나쁜 경제 데이터입니다. 혼재된 경제 데이터가 나오는 상황에서 새로운 데이터가 투자자 기대와 일치하지 않으면 변동성 위험을 초래한다는 것이죠. 두 번째, 금융여건이 더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겁니다. Fed의 양적 긴축(QT)이 이어지면서 역레포 시장에 남아있는 잉여유동성은 크게 줄었고, 은행 준비금도 감소하고 있어 현재의 느슨한 금융여건이 역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세 번째, 경제적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 선거 결과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