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라스트 마일' 구간에서 국가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남미와 동유럽 국가들은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엔 선진국 중 스위스와 스웨덴이 금리를 인하했습니다.

그래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이라는 거함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양대산맥의 피벗이 시작되지 않아 글로벌 자산시장이 받는 영향은 제한적이었습니다.
사진=AP
사진=AP
이제 EU가 움직일 태세입니다. 캐나다와 덴마크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금리 인하까지 여전히 산넘어 산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라스트 마일'을 넘어 '라스트 0.5마일' 구간엔 국가별 상황과 대응은 천양지차라는 설명입니다.

'라스트 0.5마일'의 각자도생 시대에 미국의 선택을 중심으로 이번주 주요 일정과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미국과 다른 길 가는 유럽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여러 위험이 있더라도 미국 중앙은행(Fed)과 다른 길을 가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Fed가 금리를 동결하는 상황에서 먼저 금리를 내리면 유로화 약세는 불보듯 뻔합니다. 수입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이 재발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년까지 금리인하 어렵다"…충격적 '매파 Fed' 보고서 [美 증시주간전망]
그럼에도 유럽은 다른 길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시장에선 ECB가 6일(현지시간) 올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연 4.5%인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 추세가 확연해졌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4월 7%에 달했던 유로존의 전년 대비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1년여 만에 2.6%(5월)까지 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임금상승률도 떨어지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했습니다.
"내년까지 금리인하 어렵다"…충격적 '매파 Fed' 보고서 [美 증시주간전망]
그럼에도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달성하지는 않았습니다. 유럽은 경기침체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금리인하에 나선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1분기에 전분기 대비 0.3% 성장을 했지만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등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유럽은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부담이 큽니다.

덴마크와 캐나다도 대세 따르나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덴마크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덴마크는 2022년까지 마이너스 금리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2년 만에 기준금리를 연 3.6%까지 올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근 국가인 스위스와 스웨덴이 금리를 내린 데다 유로존까지 피벗에 나서니 대세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유로존과 같은 날 연 3.6%인 기준금리를 연 3.35%로 내릴 것으로 시장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내년까지 금리인하 어렵다"…충격적 '매파 Fed' 보고서 [美 증시주간전망]
전날 캐나다도 기준금리를 연 5%에서 연 4.75%로 내릴 것으로 시장에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이번달엔 동결하고 8월 이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게 컨센서스입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ECB도 6월에 금리를 인하한 뒤 7월엔 동결하고 9월 이후에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진=AP
사진=AP
피벗으로 방향을 튼 국가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선제적 금리인하라는 점입니다.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경기침체를 방지하기 위해 금리를 내린다는 것입니다. 물론 인플레이션이 완화해 2%를 향해가고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경기위축이나 부동산 시장 충격을 막기 위해 일단 금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인플레 목표치를 이뤄 금리를 내린 스위스 모델과 인플레 목표치보다 경기를 고려해 금리를 인하한 스웨덴 모델 중 후자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어떤 판단

사진=AP
사진=AP
그렇다면 미국은 어떤 길을 갈까요. 인플레이션은 완화하고 있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멉니다. Fed가 중시하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는 2% 중후반대로 들어왔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 가능한 소비자물가지수(CPI) 기준으로 아직도 3%대입니다.

그렇다고 경기를 고려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기엔 미국 경제는 강합니다. 노동시장은 아직 탄탄하고 소비는 건재합니다.
"내년까지 금리인하 어렵다"…충격적 '매파 Fed' 보고서 [美 증시주간전망]
그래도 영원한 건 없습니다. 불사조 같았던 미국 경제도 조금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강력한 소비를 끌고 온 초과저축이 1분기에 바닥났고 소비재 기업들이 소비 감소를 막기 위해 가격을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달 31일 발표한 4월 PCE에서도 실질 개인소비는 전월대비 0.1% 줄었습니다. PCE 물가가 전달보다 0.3% 올랐는데 같은 기간 개인소비는 0.2% 증가에 그친 것입니다.
"내년까지 금리인하 어렵다"…충격적 '매파 Fed' 보고서 [美 증시주간전망]
소비 감소폭이 적당하다면 인플레 완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그 폭이 크고 오래간다면 미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로이터
사진=로이터
소비를 받쳐주는 최후의 보루는 고용입니다. 고용지표 발표가 몰려 있는 이번주에 가장 주목받는 지표는 5월 고용보고서입니다.
"내년까지 금리인하 어렵다"…충격적 '매파 Fed' 보고서 [美 증시주간전망]
7일에 나오는 고용보고서에서 신규 일자리 수는 17만8000개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17만5000개인 4월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블룸버그 조사의 중간값은 전월보다 소폭 증가한 19만 개 증가로 집계됐습니다.

"2027년 중반에나 연 2% 가능"

"내년까지 금리인하 어렵다"…충격적 '매파 Fed' 보고서 [美 증시주간전망]
그래도 가장 중요한 건 인플레이션입니다. 올들어 인플레이션은 튀어올랐습니다. PCE 기준으로 12개월 연율은 2.75%로 꽤 안정적입니다. 그런데 6개월 연율 수치는 3.18%로 올라가고 3개월 연율 환산 기준으로 3.46%로 더 올라갑니다.

이게 일시적이냐 추세적이냐는 여전히 물음표입니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완화한다는 좀 더 많은 증거를 볼 때까지 시간을 두고 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Fed가 인플레이션 추세에 대해 정확히 방향을 잡지 못한 가운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의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내년까지 금리인하 어렵다"…충격적 '매파 Fed' 보고서 [美 증시주간전망]
클리블랜드 연은은 지난달 31일 '라스트 0.5마일 : 고금리 장기화?'(Inflation’s Last Half Mile: Higher for Longer?)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027년 중반 때까지 목표치인 2%를 달성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예상했습니다. 보고서 작성을 주도한 랜달 버브루게 클리블랜드 연은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의 내재적 힘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초기 인플레이션을 주도한 공급부족 같은 외생적 변수는 잠잠해졌지만 인플레이션의 내생적 원인인 임금 상승과 기업의 가격 인상 등이 지속적이어서 목표치 2% 근접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습니다.

'라스트 마일' 넘으면 '라스트 0.5마일'

"내년까지 금리인하 어렵다"…충격적 '매파 Fed' 보고서 [美 증시주간전망]
물론 어떤 모델을 쓰느냐에 따라 전망치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클리블랜드 연은이 소개한 세가지 모델에 따라 결과값은 판이하게 달라집니다. 금리 인하 적정 시기도 올해와 내년말로 격차가 커집니다.
사진=AP
사진=AP
Fed의 주류 인사들은 연내 금리를 인하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도 연내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올해 말까지 약 2.5%로 떨어지고 내년에 2%에 더 가까워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매파로 분류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Fed 이사는 "향후 몇 달간 데이터가 인플레 완화를 뒷받침한다면 올해 말에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내년까지 금리인하 어렵다"…충격적 '매파 Fed' 보고서 [美 증시주간전망]
클리블랜드 연은이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인플레이션을 예상한 건 사실입니다. 인플레 완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기침체가 와 인플레이션도 급격히 꺾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인플레이션 완화가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라스트 0.5마일'이라고 표현한 건 유심히 봐야할 대목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어떤 길을 갈 지도 중요한 관전포인트입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