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 수요일>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장 마감 뒤 엔비디아의 실적 공개를 앞두고 22일(미 동부시간) 시장에선 경계감이 나타났습니다. 평온했던 시장에 큰 변동성을 주입할 수 있는 이벤트이기 때문이죠. 엔비디아는 S&P500지수 비중이 5%이고 나스닥 지수에선 6.5%를 차지하기 때문에 시장 전체를 움직일 수 있습니다. UBS 웰스 매니지먼트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기술주, 인공지능(AI) 랠리가 한 단계 더 높이 도약할 수 있을지에 대한 핵심 테스트”라고 지적했습니다.

엔비디아는 뉴욕 증시 개장 직후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최근 상승세로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자 실적 발표를 앞두고 일부 차익실현 매물이 나타난 것이죠. 결국, 0.46%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슬라(-3.48%)도 아침부터 급락세를 보이면서 시장 분위기를 냉각시켰습니다. 어제 모건스탠리가 "테슬라가 필요한 만큼이나 일론 머스크도 그 어느 때보나 테슬라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아 6% 넘게 급등했었는데요. 오늘은 4월 유럽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2.3% 감소했다는 소식에 하락했습니다. 판매량은 1만4000대에도 못 미쳐서 2023년 1월 이후 1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판매 감소는 자동차 업계의 4월 유럽 판매가 전체적으로 14% 증가한 가운데 나온 것입니다. 머스크는 지난 4월 23일 투자자들에게 1분기 홍해 운송 중단과 방화 사태로 인한 독일 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부터 회복될 것이라며 2분기가 "훨씬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아직 그렇지 못한 것이죠.

골드만삭스는 "세계적으로 전기차(EV) 판매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으며, 2024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2% 감소할 것이라는 약세 시나리오가 더욱 현실화하였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은 "마이너스 성장은 EV 공급망 전반에 걸쳐 공급 과잉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전기차 EV 속도가 둔화한 배경으로 세 가지 요인을 꼽습니다. 먼저, 중고 EV 가격 하락으로 인해 EV 자본 비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둘째, 올해 주요국에서 선거가 치러지는데, 그 결과 때문에 잠재적으로 보조금 정책 등이 바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겁니다. 세 번째는 급속충전소 부족입니다. 전기차는 표시된 것보다 주행 거리가 짧으므로 소비자는 EV 구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전기차 원가 절감이 실현된다면 전기차의 장점이 다시 부각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타겟은 8.03% 폭락했습니다.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2.03달러로 월가 추정(2.06달러)을 밑돌았고, 매출은 기대에는 부합했지만, 전분기보다 3.7% 줄어 4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습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미 중앙은행(Fed)의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발표도 투자자들이 몸을 사린 요인이었습니다. 전날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라파엘 보스틱 총재는 "(Fed 위원) 모두가 다시 생각하고 있다"라며 중립금리가 더 높아졌을 가능성에 대해 향후 깊게 파고들어 토론할 계획이라고 밝혔었죠. 성장과 물가를 제약하거나 부양하지 않는 수준을 뜻하는 중립금리가 높아졌다는 건 지금 금리가 제약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일 수 있고요. 앞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도 시장 기대만큼 많이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일 수 있습니다. 보스턴 연은의 수전 콜린스 총재도 어제 오후 "중립금리가 적어도 중기적으로는 더 높아졌을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오늘 아침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보스턴대 연설에서 "금리 인하를 위한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아직 보지 못했다"라며 현재 "0번" 인하를 예측한다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올해 7월, 11월 두 번 인하를 예상하는 것과 다른 보수적 의견이죠. 골드만삭스는 어제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발언(향후 3~5개월 동안 데이터가 계속 약해진다면 올해 말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과 관련 "월러의 발언은 첫 번째 인하가 우리 7월 예측보다 늦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위험을 높인다. 그러나 그의 견해가 FOMC 전체를 대표하지 않을 수 있고 향후 몇 달 동안 노동 시장이나 경제 데이터가 더 약화할 수 있으므로 현 단계에서는 예측을 변경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브릿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설립자도 "금리 인하보다 금리 인상 위험이 더 크다"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후 2시 공개된 FOMC 회의록엔 걱정했던 만큼 매파적 내용이 들어있었습니다. 지금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인지에 대한 의문이 곳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참가자들은 과거보다 고금리가 미치는 영향이 적을 가능성, 장기 금리가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높을 수 있다고 보았다.
▶통화정책이 제약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많은 참가자는 제약적 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해 언급했다.
▶참석자들은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움직일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 제약적 정책 기조를 더 오랫동안 유지하거나, 노동 시장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약화하는 경우 정책 제약을 줄이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다양한 참여자들은 인플레이션 위험이 현실화해서 금리 인상이 적절해질 경우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언급했다.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일부는 양적 긴축(QT) 속도를 줄인 것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FOMC는 국채를 매달 최대 600억 달러까지 감축해오던 것을 6월부터는 최대 25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죠.

▶몇몇 참가자는 현재 감축 속도를 지속하거나 결정된 것보다 더 높은 국채 감축 상한선을 지지했다.

물론 깜짝 놀랄만한 내용은 없었습니다. 찰스 슈왑의 캐시 존스 채권 전략가는 "FOMC 회의록을 보면 금리가 얼마나 제약적인지, QT를 축소할지와 같은 주제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던 것 같다. '다양한' 위원들이 필요하다면 금리 인상을 의향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얘기를 알고 있으므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불안한 시장은 생각보다 많이 움직였습니다. 뉴욕 증시의 주요 지수는 오전 내내 보합 선에 머물렀지만, 회의록 발표 직전인 오후 1시 30분부터 내림세를 보였고 공개 직후 하락 폭이 커졌습니다. 장 막판 약간 회복했고요. 다우는 0.51%, S&P500 지수는 0.27% 내렸고 나스닥은 0.18% 하락하며 거래를 마쳤습니다.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역시 FOMC 회의록으로 인해 오름폭이 커졌습니다. 오후 4시께 미 국채 2년물 수익률은 4bp 오른 4.873%, 10년물은 1.2bp 상승한 4.426%를 기록했습니다.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4월 기존주택 판매가 예상(+1.4%)을 밑도는 전월 대비 1.9% 감소한 연율 414만 채로 발표된 것은 금리 하락 요인이었습니다. 오후 1시 국채 20년물 경매(160억 달러) 결과도 긍정적이어서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발행 금리가 발행 당시 시장 금리인 4.637%보다 0.2bp 낮은 4.635%로 결정됐죠. 그러나 새벽 발표된 영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건 금리 상승을 부추긴 요인이었습니다. 헤드라인 물가는 CPI가 전년 대비 2.3% 상승해 3월 3.2%보다는 크게 떨어졌지만, 예상 2.1%를 상회했죠. 근원 CPI도 3.9% 상승해 3월 4.2%를 밑돌았지만 역시 예상 3.6%를 웃돌았습니다.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5.9%로 컨센서스(5.4%)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영란은행의 6월 금리 인하 기대가 8월로 밀렸습니다. ING는 "영국의 4월 서비스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감소시킨다.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는 8월 인하"라고 분석했습니다.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늘 뉴욕 금융시장에서 이슈가 된 건 미국이나 영국 금리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일본 금리였습니다. 일본 국채 10년물 수익률이 연 1%를 돌파한 것이죠. 문제는 그런데도 엔화 가치가 여전히 하락했다는 점입니다. 1달러당 0.67엔(+0.43%) 오른 156.83엔으로 마감했습니다. 국제금융협회의 로빈 브룩스 이코노미스트는 "엔화를 실제로 안정시키려면 일본 국채 수익률이 훨씬 더 상승해야 하는데, 이는 일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일본은 나쁜 위치에 갇혀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엔화가 향후 12개월 동안 달러당 150엔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더 회복력이 있는 것으로 입증되고 Fed가 훨씬 더 적게 금리를 인하한다면 엔화는 더 약세를 보일 수 있다. 이런 거시적 환경은 엔화에 계속 부담을 주어야 하며, 우리가 예상하는 Fed의 금리 인하(및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가 그다지 큰 지원을 제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오후 4시 20분 엔비디아의 실적이 발표됐습니다. 실적과 내용 모두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① 1분기 매출은 260억 달러로 4분기 대비 18%,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2% 증가했다.
=월가 컨센서스는 246억 달러였습니다. 기존 가이던스는 235억~245억 달러였고요. 매출 증가율이 줄어들 것으로 봤지만, 지난 4분기 265%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내놓았습니다.

② 1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226억 달러로 4분기보다 23%, 1년 전보다 427% 증가했다.
=컨센서스는 211억 달러였습니다. 이는 대부분 기존 호퍼칩(H100) 출시에 따른 것입니다.

③ 2024년 6월 7일 10대1로 주식이 분할된다.
=주식 분할을 이번에 발표할 것으로 예측한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④ 분기 배당금은 분할 후 기준으로 주당 0.01달러로 150% 인상된다.

⑤ 1분기 조정 EPS는 6.12달러로 전 분기 대비 19%,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1% 증가했다.
=콘센서스는 5.65달러였습니다. 순이익은 148억8000만 달러로 작년 1분기 20억 달러(82센트)보다 7배 늘어난 것입니다.

⑥ 호퍼 수요 강하며, (차세대) 블랙웰 본격 생산
=젠슨 황 CEO는 "차세대 산업 혁명이 시작됐다. 기업과 국가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1조 달러 규모의 기존 데이터센터를 가속화된 컴퓨팅으로 전환하고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센터인 AI 공장을 구축해 AI를 생산하고 있다. 우리의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장은 호퍼 플랫폼의 생성 AI 훈련 및 추론 능력에 대한 강력하고 가속화된 수요로 촉진되었다. 우리는 다음 성장의 물결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블랙웰 플랫폼은 본격 생산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의 CFO는 "H100에 대한 공급이 개선되었지만, H200에 대해서는 여전히 제약이 있다. 동시에 블랙웰은 전면적으로 생산 중이다. 우리는 올해 후반에 전 세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H200 및 블랙웰 수요는 공급보다 훨씬 앞서 있으며 내년에도 수요가 공급을 훨씬 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⑦ 게임 수요는 아직, 자동차 수요는 증가
=1분기 게임 매출은 26억 달러로, 전 분기보다 8% 감소했고,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했습니다. 자동차 매출은 3억 2900만 달러로 전 분기 대비 17%, 전년 대비 11% 증가했습니다.

⑧ 2분기 가이던스도 기대 이상
=2분기 매출은 280억 달러(±2%)가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컨센서스 268억 달러보다 10억 달러 이상 더 많습니다.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딥워터 매니지먼트의 진 먼스터 매니징 디렉터는 "엔비디아는 올 가을 블랙웰 칩 출시에 앞서 주문이 감소하는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1분기 매출이 월가 예상보다 6% 앞섰다. 큰 그림에서 AI 인프라에 대한 공격적인 구축이 계속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엔비디아 거래가 흥분 상태로 변할 수 있다. 이제 막 시작했고 대부분 생각보다 오래 갈 것이다. 이는 버블 붕괴로 끝날 3~5년 간의 기술주 강세장의 토대가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엔비디아 1000달러 돌파 "내년도 수요> 공급 초과"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에드워드 존스의 모나 마나한 전략가는 "모두가 수요를 주목했다. 블랙웰 플랫폼이 나올 때까지 수요가 약화하리라 생각했지만, 엔비디아는 '수요가 강할 뿐 아니라 가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도 수요가 계속될 여지가 매우 많다는 것을 시시하며, 이는 엔비디아에 당연히 장기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CFRA의 안젤로 지노 애널리스트는 "실적 결과에 관한 한 아마도 모두가 원했던 것만큼이나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매우 만족한다. 가이던스를 보면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계속 엔비디아 실적을 주도하고 있으며 계속 유망해 보인다. 배당금 증가, 주식 분할 등은 제쳐놓아도 말이다. 앞으로 매출 증가율은 감속할 것이다. 그러나 빅테크의 클라우드, 디지털 광고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는 지속적인 엔비디아의 상승 잠재력을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럽튼 캐피털의 조나 럽튼 설립자는 "엔비디아가 또 다른 경이로운 실적을 내놓았다. 262% 매출 성장, 461% 이익 성장, 76% 순이익 마진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올해 들어 주가가 100% 상승했지만,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언제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할지, 언제 다른 반도체 기업이나 빅테크가 자체 AI 칩을 개발할지 알 수 없다는 우려는 확실히 있다. 지금으로서는 엔비디아 홀로 달리는 경주이고, 아직 트랙에 달리는 말이 아무도 없으므로 누가 도전할 수 있을지 파악하기가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