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트먼 해임 사태' 주도한 수츠케버, 오픈AI 떠난다
오픈AI 이사회가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예고없이 해임했던 사태의 키맨 역할을 했던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과학자가 회사를 떠난다. 수츠케버는 오픈AI의 공동창업자다. 그의 사임은 작년 11월 해임 사태 후 6개월 만이다.

수츠케버 수석과학자는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고 “10년 만에 오픈AI를 떠나기로 했다”며 “그동한 회사가 그려온 궤적은 기적과 같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픈AI가 올트먼 등의 리더십 아래 안전하고 유익한 AGI(범용인공지능)을 구축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수츠케버 수석과학자는 올트먼 해임 사태 이후 공식적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그가 오픈AI를 그만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올트먼 CEO도 이날 X에 수츠케버 사임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일리야와 오픈AI는 헤어진다”며 “일리야는 뛰어난 인재 중 한 명이자 AI 분야의 선구자이며 소중한 친구였기에 매우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올트먼은 이어 “오픈AI의 연구 책임자인 야쿱 파초키가 앞으로 수석과학자를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수츠케버는 러시아에서 태어난 뒤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컴퓨터 신경망 연구를 했다. 그의 스승이 ‘AI가 킬러로봇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제프리 힌튼 토론토대 교수다. 이후 구글 연구소에서 일하기도 한 수츠케버는 2015년 올트먼, 일론 머스크 등과 함께 오픈AI를 설립하고 챗GPT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AI 개발 속도와 회사의 미래를 두고 올트먼과 이견을 보였다. 이후 작년 11월 이사회에서 올트먼 해임을 주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이사회는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고, ‘소통과 신뢰 부족’이라는 이유로 올트먼을 전격 해임한 뒤 큰 역풍을 맞았다. 결국 올트먼 CEO는 5일 만에 오픈AI에 복귀했고, 이사회 구성원이 대폭 교체됐다. 상황이 악화하자 수츠케버는 당시 “이사회 결정에 참여한 것을 깊이 후회한다. 오픈AI에 해를 끼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오픈AI의 주요 직책에 있는 이들이 연이어 회사를 떠난 상황에서 수츠케버도 이별을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거버넌스 팀의 다니엘 코코타일로와 슈퍼얼라이먼트 팀의 윌리엄 손더스가 오픈AI를 퇴사했다. 이들은 AGI 개발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이와 함께 오픈AI에서 창립 초기부터 활동했던 다이앤 윤 오픈AI 부사장과 크리스 클락 등 임원급 2명도 최근 회사를 떠났다고 디 인포메이션이 보도했다. 이들의 사임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